코로나19로 극심한 침체 상황
국토부, 별도기관 신설안 추진
사기업 지원 형평성 논란까지
업계서도 정부지원 부담 의견
국토부, 별도기관 신설안 추진
사기업 지원 형평성 논란까지
업계서도 정부지원 부담 의견
<대한항공 제공>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국토교통부가 최근 국내 항공업계에 불어 닥친 위기 극복을 위해 '항공판 진흥공사'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항공진흥공사(가칭)는 국내 해운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유사한 성격을 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설립부터 운영까지 '혈세' 투입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가 사기업인 항공업체를 지원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채비율에 신음하는 항공업계…항공진흥공사로 지원 =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극심한 침체를 겪는 국내 항공업계를 위해 별도 기관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새로 설립될 기관은 해운업 재건을 위해 세워진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표방할 가능성이 크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내 항공사 CEO(최고경영자)와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해양진흥공사와 같은 방식의 항공산업 금융지원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설립이 추진 중인 한국항공진흥공사는 항공사의 가장 큰 금융부담 중 하나로 꼽히는 항공기 도입 관련 등을 지원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역시 해운선사에 대한 투자·보증 사업을 추진해 친환경 저비용·고효율 선박 발주를 지원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해운업계가 지속해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출범했고 항공업계 내에서도 이런 논의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면서 "신규 선박 도입 과정에서 채무보증을 서는 것처럼 항공기 도업 과정에서도 유사한 역할을 하게 되는 식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새 회계기준은 항공운송업의 부채비율 상승을 이끌고 있다. 2018년까지만 해도 금융리스만 자산 및 부채로 인식하고 운용리스는 비용으로 인식했지만, 작년부터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운용리스도 자산과 부채로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작년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항공운송업에 속한 기업의 부채비율이 최대 238.6%p(포인트)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항공기 1대당 가격이 1000억원 이상인 만큼 대부분 항공사는 리스를 통해 기단 확대를 꾀한다. 한진그룹 역시 최근 강성부 KCGI 대표의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작년 3분기 기준 861.9%로 코스피 상장 기업 중 압도적 1위라는 지적에 "항공기 리스료가 부채로 잡혀 부채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일 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불매에 코로나까지 '겹악재'…지원도 좋다지만 결국 '혈세' = 국내 항공사들은 올해 유례없는 어려움에 직면한 상태다. 작년 홍콩시위를 시작으로, 일본 불매운동에 올해 초 코로나19까지 연이어 여행수요를 악화하는 대외적 요인에 신음하고 있다. 그 결과 작년 국내 항공업계는 대한항공을 제외한 모든 업체가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역시 비슷한 추세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월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여행심리 위축으로 중국·동남아 등 항공권에 대한 환불액은 총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한항공이 1275억원으로 가장 많고, 아시아나항공(671억원), 진에어(290억원), 티웨이항공(227억원), 제주항공(225억원), 이스타항공(190억원), 에어서울(40억원) 등의 순이다.
항공사들의 유례없는 '임금 삭감 릴레이'와 '희망퇴직' 역시 항공업계의 불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임원진 전원에게 일괄 사표를 받고 급여를 깎았다. 제주항공은 비상경영을 넘어 위기경영체제를 선언하고 경영진 임금 30%를 삭감했다. 나머지 업체들 역시 임금 삭감과 무급휴직 등을 확대하는 추세다.
현재 항공업계가 처한 상황이 어렵다는 데는 이해가 가지만, 항공업계 내부에서도 정부 측 지원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나온다. 항공업체 한 관계자는 "공사 설립이 된다면 설립 자금을 어디서 끌어올 것인지부터, 일부 업체는 M&A(인수·합병)도 진행 중"이라며 "무엇보다 항공사는 모두 사기업"이라고 했다. 이어 "항공사별 덩치가 다른데 지원이 차등적으로 이뤄진다면 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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