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나선 화학硏 실험실

입력: 2020-02-16 20:08 이준기 기자

폰트

기자 구독

6년전 출연硏 첫 BL3 인증… AI 등 고병원성 연구 최적환경
실험실 전체 차폐시설·공기정화
모든 시설 소독·훈증·냉동 보관
조만간 코로나19 분양받아 연구
배양·증식후 항바이러스 효능 실험
"국민적 관심 높아 책임감 느껴져"

한국화학연구원 내에 있는 고병원성 바이러스 연구를 수행하는 ‘BL3 실험실’에서 화학연 연구자들이 생물안전 작업대에서 바이러스 관련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화학연 제공

한국화학연구원 내 생물안전 3등급(BL3) 실험실 출입구(윗쪽)과 내부 시설(아랫쪽)모습으로, 2014년 3월 문을 연 이후 메르스 신속진단 키트와 백신 후보물질 개발 등 국내 바이러스 대응에 관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화학연 제공

"여기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진단과 예방 백신, 치료제 개발이 이뤄지게 됩니다."

지난 13일 대전 한국화학연구원 내 생물안전 3등급(BL3) 실험실에서 만난 구근본 신종바이러스 융합연구단 선임연구원은 이렇게 강조했다.

BL3는 생물학적 위해 등급이 3에 해당하는 고병원성 바이러스를 안전하게 연구할 수 있는 연구시설이다. 생물안전은 1∼4등급으로 나뉘는 데, BL3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AI), 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일본뇌염 등과 같은 고병원성 바이러스 관련 연구를 할 수 있다.

◇메르스 진단 및 백신 개발한 출연연 최초 'BL3'=화학연은 2014년 정부출연연구기관 처음으로 BL3 인증을 받아 본격적인 바이러스 연구에 착수한 이후, 6년째 안전 사고 없이 연구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 다루는 바이러스는 2015년 한국에 전파된 메르스 바이러스를 비롯해 살인진드기 바이러스, 수포성 구내염 바이러스 등으로 다양하다. 또한 에이즈 치료제와 바이러스 저해제, 항바이러스 물질 등을 개발해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등의 가시적 성과도 거뒀다.

특히 메르스 신속 진단키트와 메르스 백신 및 치료제 물질 등도 BL3 실험실을 거쳐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화학연은 조만간 국내에서 분리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분양받아 BL3 실험실에 들여와 배양, 증식 시킨 후 자체 보유한 항바이러스 물질에 효능을 보이는 지에 대한 실험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후 코로나19 중화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하고, 효능이 검증되면 예방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서게 된다.

이미혜 화학연 원장은 "BL3 연구시설은 지난 6년 동안 단 한건의 안전 사고 없이 메르스 관련 신속 진단키트 개발과 백신 후보물질과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 후보물질 도출 등 바이러스 연구 분야에서 상당한 역량과 경험,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며 "국가병원체자원은행이 17일부터 BL3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는 기관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국내 분리주를 배양키로 함에 따라 BL3 재확인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분리주를 가져와 코로나19 신속 진단키트와 예방 백신 등 개발에 본격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폐 등 특수시설과 까다로운 안전수칙 거쳐= 마침 이날은 3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BL3 재확인 기간 중이어서 연구기관의 사전 허락을 받아야 출입이 허용됐다. BL3 연구시설을 갖춘 곳은 3년 마다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시설 안전성 여부를 검증받아야 한다. 국내에 BL3 연구시설을 갖춘 곳은 70여 개에 이르고 있다.

구근본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이 달까지 재확인 기간 중이기에 모든 시설에 대한 소독과 훈증, 보관된 바이러스의 초저온 냉동 보관 등이 이뤄져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출입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높아진 만큼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연구에 임하겠다"고 설명했다.

당초 BL3에는 전문적 교육과 훈련을 마친 숙련된 연구자들만 출입할 수 있다. 출입을 위해 전신 소독 후, 전신 보호복과 전동식 호흡마스크, 이중장갑 등 보호장비로 무장하고 실험실에 들어갈 수 있다. 실험실은 고병원성 바이러스를 다루는 만큼 각종 특수시설과 장비가 구축돼 있다.

우선, 24시간 항온 항습이 유지되도록 실험실 전체가 차폐시설로 이뤄져 있으며, 천장에 있는 강력한 성능의 헤파필터를 통해 모든 내·외부 공기가 정화된 채 순환된다. 실험 도중 정전 발생에 대비해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와 발전기가 구축돼 있어 전기가 끊겨도 최대 30분 이상 전원을 공급할 수 있다.

안전한 실험 수행을 위해 철저한 안전 수칙도 마련돼 있다. 실험실은 2인 1조 원칙으로 10명 이내의 연구자들이 1일 1회씩 출입이 허용된다. 최대 실험 시간도 하루 2시간 이내에 제한하고 있다. 차폐시설로 조성된 탓에 오랜 시간 실험하다 보면 육체적 피로감을 가져와 안전 사고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험을 마친 뒤에도 전신 소독과 전신 샤워 등을 거쳐야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서울특별시 중구 새문안로22
☎ 02) 3701-5500
등록번호 : 서울 아01699
등록일자 : 2011.07.15
발행일 : 2000.03.03
발행인/편집인 : 박학용

[르포]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나선 화학硏 실험실

이 시간 핫클릭

핫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