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불화수소 韓공급 838배 급증
완전한 국산화 오랜 시간 걸려
경제 효율성에 일본산 찾을 것
완전한 국산화 오랜 시간 걸려
경제 효율성에 일본산 찾을 것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가 조금씩 풀리는 조짐을 보이자, 중소기업들이 오히려 불안해 하고 있다.
일본 규제가 나오자 우리 정부가 소위 '소부장 산업' 육성에 나섰는데, 일본 규제 완화와 함께 정부 조치가 '고려공사삼일'의 전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소재·부품·장비산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들은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완화 움직임에 바짝 긴장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중소규모 소재기업 관계자는 "최근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를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자칫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소부장' 국산화 정책이 퇴색할까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 역시 "수출규제가 원상복구 된다면 결국 대기업들은 일본산 소재 수입을 다시 늘리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며 "소부장 국산화 정책에도 힘이 빠지고, 지원을 받고 있는 중소기업들도 타격을 받는 것 아닌지 우려가 든다"고 밝혔다.
소부장 중소기업들의 우려는 그동안 정부의 노력으로 일부 국산화가 진척되기는 했지만, 완전한 국산화로 일본과 경쟁력을 갖추는 수준까지는 여전히 오랜 시간이 필요한 탓이다. 간단히 경제 효율성만 따져 일본산 부품과 소재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장 지난달 30일 일본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일본이 지난해 12월 한국에 수출한 불화수소는 전월 대비 838배 급증했다. 그만큼 우리 기업들이 다시 일본의 것을 찾아 쓰고 있다는 의미다.
일본은 앞서 포토레지스트의 수출 심사·허가 방식을 개별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로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물론 일본이 수출 규제를 철회한 것은 아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일본이 수출규제를 완전히 철회하더라도 일본을 대하는 우리기업의 마인드는 예전과 똑같을 수 없을 것으로 본다"며 "언제든지 일본이 다시 수출규제를 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남아 있기 때문에 (소부장 부문에서) 국내 생산량을 늘리려는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정부의 '소부장 국산화' 정책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 국산화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국산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지난달 30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대·중소기업 거래관행 개선 및 상생협력 확산 지원을 요청한 것 역시 이 같은 맥락이다.
김 회장은 "일본 수출규제 등에 대응해 소재·부품·장비 산업 자립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 감사한다"면서도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는 꾸준한 추진동력을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은진기자 jin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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