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섭 ICT과학부장
![[최경섭 칼럼] 말로만 규제혁신, 기업은 生死가 달렸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001/2020010602152269046001[1].jpg "[최경섭 칼럼] 말로만 규제혁신, 기업은 生死가 달렸다")
휴대전화 생산량 규모가 연간 최대 4억대를 넘어서며, 10여년 넘게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호령하며 그들만의 '제국'을 건설해 온 노키아는 신생업체인 애플의 '아이폰' 공세에 무방비로 서 있다가 결국 그렇게 파국을 맞았다. 구원투수로 기용된 앨롭이 세계 1위 휴대전화 사업자라는 기득권을 모두 버리고 '대변혁'을 촉구했다. 하지만 노키아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골든타임'은 이미 지난 상태였다.
엘롭의 절규는 기업이 변화와 혁신을 게을리 하면 자칫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추락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장상황, 어떤 기업이 갑자기 적이 될지 모르는 무한경쟁 구도에서 기업이 끊임없이 변신하고 혁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국내 기업들도 한치 앞을 모르는 생존경쟁 속에 내몰리고 있다. 미국, 유럽 등 기술강국들은 특허우위 전략을 앞세워 격차를 벌려가고 있고, 과거 우리보다 한수 아래에 있던 중국 등도 막강한 내수시장과 기술 잠재력을 앞세워 국내 기업들을 압도하고 있다.
한발 앞선 변화와 혁신이 그 어느때 보다 절실한 지금, 국내 기업들은 높은 규제장벽과 반기업 정서로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앞서 지난해 연말 신년 인터뷰에서 "모든 법·제도, 기득권 장벽을 다 들어내야 한다"면서 혁신하지 않는 정부와 국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박 회장은 "동물국회, 식물국회, 아수라장 국회라는 말까지 나오며 경제 입법이 막혀 참 답답하다. 20대 국회 같은 국회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 20대 국회 법안 처리율은 약 30%로 18대(44%), 19대(41%)에 비해서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국회 뿐만 아니라 정부도 규제혁신에 온통 눈과 귀를 막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혁신기술, 혁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강도 높은 규제혁신을 선언했다. 이를 통해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탈피하고 신기술·신산업 중심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정착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규제혁신 과제에서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유차서비스 '타다' 논란이다. 정부는 당초, 타다를 비롯한 공유차 서비스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신기술·신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혁신하고 기존 기득권 산업과의 조율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명확히 했다. 그러나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총선 쟁점으로까지 비화되면서 결국 정부는 공을 검찰과 국회로 넘겼다.
국민적 편익이나 신기술·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해소 약속은 실종됐고, 택시사업자와 공유차 업체 간 갈등만 부추겼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 모두 '표심'(票心)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지금, 해법 마련은 요원해 보인다. 바이오 업계 등에서 지난 20여년 동안 제기해 온 원격진료 등은 이번 국회에서는 아예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었다. 의사들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의 거센 반발에 정부와 정치권이 스스로 눈과 귀를 닫은 결과다.
기업들은 뺏고 뺏기는 글로벌 각축전 속에서 매일매일 생존을 걸고 변신하고 또 혁신한다. 혁신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다 몰락한 노키아의 전철을 밟지않기 위해서다. 변화와 혁신은 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기업들이 끊임없이 변신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도 규제를 혁파하고 새 길을 열어줘야 한다.
최경섭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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