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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화평법` 부실 시행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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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
[기고] `화평법` 부실 시행은 안된다
최진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
우리 사회는 지난 10여년 간 가습기살균제, 구미불산 누출 사건 등의 대형 사고를 겪으면서 화학물질 안전에 대한 관심이 크게 고조되었다. 이러한 사고를 계기로, 화학물질의 경우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 화학제품의 경우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화학사고의 경우 '화학물질관리법'이 제정되는 등 이른바 '화학3법'이라고 하는 강력한 화학물질 관리제도가 운영 중이다.

이처럼 화학물질 관리제도는 최근 크게 강화되었으나, 생활 속 유해 화학물질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환경부·산업부 등 관리주체 혼재, 강화된 법체계 이행 역량 부족 등 관리체계의 효율화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해 화학물질로부터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 구축을 위해선 제도, 과학기술, 국민 소통, 기업지원 등 다양한 관점에서 체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최근 유해 화학물질로부터 국민 안심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제안을 수립해 대통령 자문안으로 의결했다.

먼저 중장기적으로 각 부처 화학물질 관리시스템 통합 및 국내 전체 화학물질을 총괄·관리하기 위한 가칭 '화학물질청' 설립이 필요하다. 화학물질이 함유된 '제품'은 목적·용도에 따라 각 소관부처에서 개별법으로 별도·관리하고 있는데, 신기술 개발 및 사회변화에 따른 신종제품 출현으로 한계점이 노출되고 있다. 비관리제품 및 융·복합 제품에 대한 관리 효율화를 통해 안전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하고, 새로운 유형의 제품에 대한 소관부처 세부 선정기준 마련 및 비관리제품 이력관리를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

유해정보 조회시스템 및 표시제도는 부처별로 소관제품·물질에 대해 각각 운용하고 있어 국민은 정보 획득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소비자 편의와 안전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도록 화학물질·제품 관련 국가별·부처별 유해정보를 연계하여 모든 정보를 한 곳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정보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수많은 제품 종류와 다양한 유통경로(온라인, 해외직구 등)로 인해 부처·지자체에 의한 위해우려 제품의 주기적 단속·수거 및 소극적 정보공개만으로는 실질적인 국민 생활안전 확보에 한계가 있다. 소비자-정부 양방향 소통체계 및 사전·사후 관리 강화를 통해 제품안전 공백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향후 2030년까지 화평법 상 등록 예상물질은 약 7000 여종이다. 그러나 화학물질 등록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 화학·소재 기업, 수출입 업체, 컨설팅 기업 등에서 화학물질 관련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평가해야 하는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 내 화학물질 제도운영과 위해성 평가 등을 위한 전문인력 역시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화평법상 등록과 평가가 부실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화평법의 실효성 있는 이행을 위해서는 화학물질 안전관리 및 화학물질 취급 전반에 종합적 대응역량을 갖춘 신규인력 양성이 매우 시급한 실정이다. 또한 수요자 맞춤형 재교육·연수 프로그램 및 온라인 콘텐츠 개발 등을 통해 화학물질 관련 재직 공무원 및 기업 근로자의 실무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화학물질은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삶의 질의 많은 부분은 화학물질로 인한 혜택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방법으로는 우리가 누리는 혜택은 지속가능할 수 없다. 이러한 혜택을 지속가능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인체 및 환경 안전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화학물질을 개발하고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는 국가 주도의 강력한 규제 뿐 만 아니라 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를 통해 완성될 것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화학물질의 개발과 친환경적 화학제품 소비 등을 각자의 위치에서 책임있게 실천해야만 화학물질이 제공하는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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