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현금지원성 복지, 도 지나치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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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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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현금지원성 복지, 도 지나치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정부의 재정 운용에 비상벨이 울렸다. 재정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1~9월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26조5000억원에 이르렀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9년 12월 이후 최대 규모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도 57조원 적자로 2011년 이래 최대치다. 같은 기간 국세수입은 전년 대비 5조6000억원 감소했다. 경기 진작을 위한 예산 조기집행으로 적자가 확대되었지만 정부는 연말에는 적자 폭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재정 규율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 우리나라는 보수적 재정 운용으로 세계경제포럼(WEF),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서 양호한 평가를 받아왔다. 2019년 IMD 평가에서 재정은 24위, 조세정책은 18위를 각각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지원, 문케어 확대, 현금성 복지예산 증가 등으로 재정 건전성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같은 남미의 재정 포퓰리즘이 우리나라에도 전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고보조금 급증 현상도 걱정된다. 국고보조금은 내년 예산 기준으로 86조원을 넘어선다. 2017년 이래 26조5000억원이 늘어났다. 2014-17년 증가액의 3.7배나 된다. 특히 기초연금, 아동수당 같은 의무지출이 크게 늘어날 예정이다. 대부분 복지수혜성 지출이라 줄이기도 쉽지 않다. 수혜층이 현금성 복지라는 단맛에 익숙해지면 적절한 재정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 지원도 부작용이 크다. 청년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청년구직지원금의 경우 대부분 식비와 물품 구매에 사용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마디로 청년연금과 다를바 없다.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화 정책과는 상반되게 비정규직은 오히려 늘어났다. 비정규직이 8월 기준으로 작년보다 86만7000명 늘어나 2005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도 36.4%로 전년에 비해 3.4% 포인트 증가했다. 역설적으로 공공기관에서만 정규직이 늘어났다. 339개 공공기관 정규직이 17.6% 증가했다. 공공기관을 '철밥통',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복지예산 증가가 너무 가파르다. 복지의 궤도 이탈은 재정기반과 성장잠재력을 크게 훼손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시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국민의 생애를 책임지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현금지원성 복지예산이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지방정부의 선심성 현금복지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작년에 새로 도입된 복지정책 668건 중 현금성 복지가 445건으로 66.7%를 차지한다. 전국 시군구청장 협의회는 산하에 복지대타협 특위를 설립한다. 과도한 복지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려는 의도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전라남도는 내년부터 연 60만원씩 농민수당을 지급한다. 안산시는 대학생 등록금 절반을 지원한다. 서울시는 청년수당을 1인당 50만원씩 6개월 지급한다. 1인 청년가구에도 월 20만원 월세를 보조한다.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제와 유사한 개념이다.

아르헨티나는 방만한 복지지출로 인한 재정위기로 8번이나 채무불이행이라는 엄청난 국가적 재앙을 겪었다. 그러나 올해 대선에서 재정 확대를 구호로 내건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복지의 단물에 맛들린 국민이 복지 중독증을 극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닐 수 없다.

2018~20년 재정지출 증가율이 경상성장률의 2배를 훨씬 초과한다. 1998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금융위기를 제외하고는 전례가 없다. 기초연금, 아동수당, 공무원 인건비 증가 등으로 인한 재정팽창이 주 요인이다. 재정지출의 효과를 보여주는 재정승수의 수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복지 관련 예산은 0.5 미만이다.

우리나라가 남북 통일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선 재정 건전성 유지에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 회원국 중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4번째로 빠르다고 한다. 이러다간 재정 포퓰리즘이 나라를 망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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