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트럭에 반하고 공연에 취해"… 2030 홀린 `청년 도깨비시장`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로제떡볶이·스테이크… 맛집 뺨치는 푸드트럭 야시장 성공 일등공신
늦은 밤까지 손님 북적북적… 젊은 커플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 만점
한켠에선 기타·바이올린 등 공연… "음악 만난 전통시장 젊어져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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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럭에 반하고 공연에 취해"… 2030 홀린 `청년 도깨비시장`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지난 11월 '청년 도깨비 야시장'을 개설한 안양 남부시장. 개장 2주 후인 지난달 29일 늦은 시간까지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북적거리고 있다.

안양=김아름기자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글 싣는 순서

1부. 풀뿌리상권이 경제 근간이다

2부. 풀뿌리상권 현장을 가다

3부. 희망의 노래를 부르자
7 경기 안양 남부시장


[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제법 쌀쌀한 날씨에 해도 짧아지기 시작하는 11월 말. 전통시장이 '비수기'로 접어드는 시기다. 오후 6시면 해가 지고 가게들도 문을 닫는다.

'야시장'이라는 이름을 붙인 전국의 내로라하는 전통 시장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11월을 기점으로 대부분의 전통시장은 해가 진 후에는 '죽은 시장'이다. 매출이 뚝 떨어져 차라리 쉬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특히나 고객 대부분이 상인들인 도매시장은 해가 뜨기 전 새벽부터 분주하지만 해가 진 후에는 쥐 죽은 듯 적막해진다.

하지만 지난 29일 디지털타임스가 방문한 경기도 안양 남부시장은 달랐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일반 시장과는 다른 밝고 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해가 떨어진 후였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오가고 있었다. 특히,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 중 20대와 30대 등 젊은 층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손님들의 구성만 보면 대형마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아이들과 함께 손을 잡고 시장 나들이에 나선 가족도 많았다. 안양시장 점포의 상당수가 오래된 도매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남부시장을 바꾸는 '도깨비'들= 안양 남부시장 역시 이전에는 전국의 수많은 전통시장과 다를 것이 없었다. 60만 안양시민이 거주하는 대형 상권이지만 시장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중장년층이었다. 젊은이들이 굳이 시장을 찾을 이유가 없었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행정안전부가 진행한 '전통시장 야시장 활성화'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부터다. 청년 장사꾼들을 모아 시장에 젊은 피를 흐르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간 시장 인프라를 정비하고 야시장을 운영할 청년들을 모집해 11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장사를 시작했다.

실제 시장의 활기는 이제 개설한 지 2주 된 '청년 도깨비 야시장'이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었다. 공모를 거쳐 선정된 7개 푸드 트럭이 갖가지 야식들을 판매하며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로제 떡볶이와 마늘등심 스테이크, 고로케와 순대곱창 등이 추운 날씨에도 불을 지피며 손님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도깨비 야시장을 둘러보던 한 시민은 "집이 가깝지만 시장을 자주 찾지는 않았는데, 야시장이 생겼다고 해서 와 봤다"며 "야시장이 활성화되면 좀 더 시장을 자주 찾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 도깨비 야시장에서 판매하는 음식들은 기존 시장 음식점들에서 판매하지 않는 메뉴다. 또한 여기에 사용되는 원재료들은 모두 남부시장에서 구입한다. 청년 야시장이 단순히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이나 경험 쌓기에 그치지 않고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밑거름으로도 작용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전통시장에 들어온 많은 청년 상인들이 기존 시장 상인들과의 트러블로 시장을 떠났다. 청년 상인과 기존 상인들이 상생하는 구조가 아닌, 눈 앞의 이슈와 이익을 위해 움직였기 때문이다.

봉필규 안양 남부시장 상인회장은 "청년 야시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통시장을 부흥시키는 것"이라며 "전통시장과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야시장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청년'이 찾아오니 밤 시장이 빛난다= 도시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일찍 열고 일찍 닫는 전통시장은 가까워도 접근성이 낮은 '기묘한' 시장이다. 그렇다고 찾는 손님이 없는데 상인들에게 무조건 문을 열라고 할 수도 없다. 야시장은 이런 딜레마를 해결해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당장 오늘은 고로케만 사서 돌아가는 손님도 내일은 국거리용 고기를 사기 위해 시장 정육점을 들를 수 있다. 반대로 저녁 찬거리를 사러 온 손님이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야시장을 찾을 수도 있다. 전통시장과 야시장이 1+1 이상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실제 남부시장의 도깨비 야시장이 만들어내는 온기와 식욕을 돋우는 냄새는 평생 시장을 찾지 않던 젊은이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20대 커플이 나란히 서서 떡볶이를 먹는가 하면 아이의 손을 잡고 방문한 젊은 부부는 고로케 봉지를 한 손에 들고 저녁 찬거리를 살핀다. 모두 기존의 전통시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다.

전통시장 하면 떠오르는 춥고 좁은, 불편한 공간도 남부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바닥은 깨끗했고 아케이드 상가 역시 정돈이 잘 된 모습이었다. 널찍한 길 한가운데 다양한 야식거리들이 줄지은 모습은 대만의 유명한 야시장을 연상케 했다. 매대 사이사이에는 대형 난로를 설치해 온기를 더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상인회에서는 봄까지 야시장을 쉴 것을 권유했다. 이제 처음으로 장사를 시작한 청년 사장들이 매출 부진에 실망할 것이 걱정돼서였다. 하지만 청년 사장들에게 날씨는 큰 문제가 아닌 듯했다. 실제 이날 야시장은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야시장은 매주 목·금·토 저녁에 열린다. 남부시장은 날씨가 풀리는 내년 3월 20개 이상의 점포를 더 선보일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시장 중심부에 집중된 지금과 달리 남부시장의 끝에서 끝까지 청년 야시장 점포가 줄을 잇게 된다. 본격적인 '청년 도깨비 야시장'의 시작이다.

◇시장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재미'= 시장 한 쪽에서는 통기타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기적으로 열리는 문화 공연의 일환이다. 시장을 오가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춰 공연을 감상하거나 노래를 흥얼거리며 지나갔다. 이 날은 통기타 공연이 펼쳐졌지만 이전에는 퓨전 국악 공연과 전자 바이올린 공연 등도 진행됐다. 앞으로도 다양한 종류의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남부시장의 공연대는 단순히 공연을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시장에 음악이 더해지면서 활기가 생기고 쇼핑을 즐기는 손님들도 더 즐겁게 시장을 탐험할 수 있다.

봉 회장은 "죽은 듯 조용한 시장에 누가 찾아오겠느냐"며 "사람들을 시장으로 오게 만들려면 끊임없이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인근 대학교의 동아리들과 협업해 이 공간을 대학생들의 공연 무대로 채울 생각이다. 시장 내 열린 공간에 공식적인 '버스킹' 공간을 마련해 주겠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실제 관객이 있는 곳에서 연주를 뽐낼 기회를 얻는다. 시장은 시장을 찾은 젊은이들의 활기를 이용해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 이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남부시장을 찾는 친구들이 다음에 또 시장을 찾아 야시장 먹거리를 즐기고 장을 본다. 남부시장이 이루고 싶은 '올바른' 선순환이다.

봉 회장은 "먼 곳에 사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보다는 60만 안양시민들에게 먼저 찾고 싶은 시장을 제공하면 시장은 저절로 부흥한다"며 "안양의 젊은이들이 찾는 시장을 만들어 선순환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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