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계의 원화 및 부동산 자산 쏠림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와 저성장 등이 현실화될 경우 보유자산 가치가 크게 하락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메트라이프생명보험과 현대경제연구원이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30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수도권 가계의 자산배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가계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원화 자산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각해 외부충격에 매우 취약한 자산배분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한국 가계의 원화자산 편중도는 부동산보다 훨씬 심각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응답자는 13.3%(133명)에 그쳤다. 외화자산을 하나도 보유하지 않은 사람이 86.7%(867명)에 달한다는 의미이다.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외화자산 비중도 9.6%에 그쳤다.
자산의 부동산 쏠림 현상도 만만치 않았다. 전체 응답자는 자산의 70.1%를 부동산에, 나머지 29.9%를 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부동산 쏠림현상은 심해졌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금융자산 대비 부동산 비중은 60대(80.7%)와 50대(76.3%), 40대(72.5%) 모두 70%대를 넘어섰다. 반면 30대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부동산 비중은 49.2% 수준으로 다른 연령과 비교해선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국의 부동산 쏠림 현상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특히 두드러졌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70%)은 비금융자산 비중(30%)의 두배가 넘었다. 일본 역시 금융자산 64%, 비금융자산 36%로 금융자산의 비중이 더 높았다. 한국은 반면 비금융자산 비중이 80%로, 비금융자산 비중(20%)의 4배나 됐다.
이처럼 원화자산 및 부동산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각한 자산배분 구조는 외부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 및 장기 저성장이 현실화될 경우 보유자산 가치가 크게 하락할 우려가 있다.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는 한편 변동성이 낮고 원화가치 움직임과 상관성이 낮은 외화자산을 보다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은 "일본이 단카이세대 이후 출생률 저하와 인구 고령화로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경험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부동산 장기 침체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보유자산 가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대다수 한국 가계가 노년 빈곤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