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격 수렁`에 빠진 주택정책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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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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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가격 수렁`에 빠진 주택정책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가 다시 도입됐다. 분양가 상한제는 1989년에 '분양가 원가연동제'라는 이름으로 공공택지에 처음 적용됐으며, 이후 도입과 폐지를 반복했다. 1999년 전면 자율화, 2005년 공공택지 내 중소형 대상으로 도입, 2006년 공공택지 내 아파트 대상으로 전면 확대, 2007년 민간택지 내 아파트 대상으로 전면 확대, 2015년 민간택지 내 아파트 상한제 사실상 폐지 등이다. 그런데 정부는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을 우려하여 민간택지 내 아파트에 대한 상한제를 재도입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새로 지어지는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낮게 규제하여 사람들이 살고 있는 기존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분양가 상한제는 기존 아파트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올린다는 것이 경제원론이다. 내용은 이렇다. 특정 시점의 아파트 가격은 기존 아파트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사람들이 원하는 아파트는 주거 생활을 위한 기존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신규 아파트는 일정 기간 후에 완성되어 주거용 기존 아파트가 된다.

중요한 사항은 아파트 가격은 기존 아파트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지, 신규 아파트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분양가 규제가 없으면 분양가는 신규 아파트와 같거나 유사한 주변의 기존 아파트 가격으로 책정되고, 신규 아파트는 분양가에 상응하는 양만큼 지어진다.

이제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존 아파트 중의 일부가 멸실되어 기존 아파트의 양이 줄어든다. 그런데 분양가 상한제가 없으면 바로 그 기간 동안에 멸실된 아파트 양만큼 신규 아파트가 지어진다. 따라서 기존 아파트의 총량에 변화가 없고, 그에 대한 수요에 변화가 없다면 가격에도 변화가 없다. 반면에 분양가가 낮게 규제되면 신규 아파트는 멸실된 아파트 양보다 적게 지어지므로 기존 아파트의 총량이 줄어들어, 그에 대한 수요에 변화가 없더라도 가격은 올라간다. 또 분양가 상한제 하에서 운 좋게 분양받은 사람은 분양 차익을 얻는다. 이른바 '판교 로또'가 그것이다.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를 올려 주택 가격을 낮추려는 정책도 틀렸다. 세금 부담으로 당장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여 가격이 내려가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와 마찬가지로 기존 아파트의 가격을 밀어 올린다. 분양가 규제가 없더라도 세금 인상으로 기존 아파트의 가격이 낮아지면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도 낮아져 그 공급량이 멸실된 아파트의 양보다 적어지기 때문이다. 거기에 분양가 규제까지 겹치면 가격은 더욱 올라간다.

이른바 초과 이윤 환수 논리도 틀렸다. 우선 초과 이윤이라는 개념이 있을 수 없다. 초과 이윤 개념이 있으려면 '적정 이윤' 개념이 있어야 하는데, 경제에 그런 개념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건축비용(토지 구입비용 포함)을 초과하는 이윤이 과도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가격은 비용에 이윤이 더해져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재화에 부여하는 가치로부터 정해진다.

초과 이윤 환수는 그런 이득은 아무런 노력 없이 얻는 횡재이므로, 이를 국가에 귀속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특정 아파트를 소유하는 행위에는 주거뿐만 아니라 미래에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도 있다. 즉 어디에 어떤 아파트를 소유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행동이다. 따라서 횡재라고 하는 것은 뜻밖에 얻은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 결단에 따른 행동의 결과다.

물론 행운에 의한 것도 있다. 그러나 결단에 따른 이득과 행운에 의한 이득을 구분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이득을 초과 이윤이라는 이름 아래 환수하면 사람들은 자원 배분에 있어 신중을 기하지 않는다. 당연히 자원은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결국 현 정부의 각종 주택 관련 정책은 주택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올리는 것이며, 사람들의 주거 생활을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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