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제, 좌파 전체주의 제도화하려는 의도" [김병준 前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기업 투자의욕 꺾어놓고 혁신경제? 성공한 사람 적폐로 몰면 누가 혁신하나
조국사태 겪으며 文정부 공정·포용 논할 자격 상실한 것… 사과부터 했어야
재정건전성 좋다며 막 쓰는 文정부, 아버지가 번돈 쓰는 蕩兒나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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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대표제, 좌파 전체주의 제도화하려는 의도" [김병준 前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김병준 前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국민대 명예교수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김병준 前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국민대 명예교수




"지금 집권세력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비주류였던 이른바 '노무현 좌파'들입니다. 조직화된 노동세력과 이념세력, 운동세력이 기반이에요. 이들은 노무현 정부의 우파 정책에 반기를 들고 끊임없이 싸웠던 세력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귀족노조, 참여연대와도 싸웠어요. 이들은 노무현 정부 때 우파가 했던 정책을 거의 다 부정합니다. 한미 FTA, 제주 해군기지 건설, 서비스산업 육성, 이라크 파병 이런 것들은 전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고 생각을 하는 겁니다.(중략) 정치의 목적은 개인의 자유 확대입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자유의 확대는커녕 있는 자유도 침해하고 전체주의로 가고 있어요. 국가가 개인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합니다. 영락없는 소련 전체주의 공산주의 발상입니다. 국가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겠다는 '국가주의'의 과잉이 심각합니다. 자유민주 진영은 좌파정권에 맞서 탈(脫)국가주의로 가야 합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조국 사태'로 도덕 불감증이 확산하고 '정치적 상대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현 집권세력에 대해 누구보다도 훤히 알고 있는 김병준 전 대통령 정책실장을 만났다. 김 실장은 30년 이상 대학교수로 있으면서도 경실련 활동을 하는 등 활발히 현실 참여를 해온 학자다. 노무현 정부 때 그의 머리에서 나온 자치분권 관련 많은 정책들이 지금 한국사회를 관류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게 세종시다. 정책의 그늘이 없지 않지만, 권력 분권화와 자치확대 등 큰 방향에서는 선견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어찌보면 '폴리페서'보다는 '앙가주망 학자'(조국 전 장관의 말을 빌면)로 분류함이 온당해 보인다.

김 전 실장은 직함이 30가지나 된다. 바로 직전 직함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요즘 어떤 호칭으로 불리냐고 묻자 "직전 '직업'인 위원장으로 많이 불린다"며 "한국당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고 있어서 그 호칭이 마음에 든다"고도 했다. 기자도 호칭을 위원장으로 택했다. 문 정부의 경제, 안보, 사회정책과 자유민주 진영 통합문제 등 현안에서부터 정치의 궁극적 목적이 무엇이어야 하는가 하는 철학적 대화도 없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호흡이 빨라지며 비판하더라도 감정에 치우치진 않았다. 인터뷰는 지난 25일 본사 회의실에서 가졌다. 말문을 그 사흘 전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한 평가로 열었다.



-페북에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셨던데요.

"혹시 통합의 메시지나 현안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을까 기대를 했거든요. 그런데 역시나 아니더라고요. 저 같으면 첫 줄에 국론이 분열돼 대통령으로서 책임이 있는 것 같아 송구스럽다고 할 줄 알았는데, 없더라고요. 깜짝 놀랐습니다. 뭔가 민심이나 사회의 현상을 잘못 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산에 대해 줄곧 얘기하는 데도 이건 아니라라는 생각을 했어요. 시정연설은 말할 것도 없이 대통령 연설은 청와대에서 수석들이 모여서 독해를 하는데, 문 대통령 연설을 들어보니 대통령 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청와대 전체가 메시지 생산능력이나 정책 결정 또는 분석능력이 제로에 가깝다 생각했어요."

-문 정부 초기부터 줄곧 그런 생각을 하셨나요.

"예상은 했었지만, 요즘 잘못된 결정을 계속 하고 있어요. 조국 장관 임명한 것도 잘못된 결정이지요. 평화경제도 논리도 안 맞고 말이 안 맞는 메시지예요. 일자리 상황이라든가 경제상황을 얘기하는 것도 현실, 논리 다 맞지 않아요. 그런데 그런 것을 대통령이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말하는 사실을 진짜 믿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청와대 의사결정 메카니즘이 완전히 부셔졌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경제정책이 잘못됐다고 하면 협의해서 고치면 돼요. 그러나 국가간 관계에 관련된 문제, 안보와 관련된 문제는 저 정도의 메시지 생산 능력과 바닥에 떨어진, 제가 봐서는 지하로 파고든 것 같은데, 정책역량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면 그야말로 나라의 현재와 미래가 위험해지거든요. 잠이 안 올 지경이에요, 정말 왜 저럴까."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니라 아예 잘못 그 자체를 알지 못한다는 말씀인가요.

"저는 진보진영 전체의 문제라고 봅니다. 진보 지식인 일부가 현 집권세력 진영으로부터 빠져나오기도 했습니다만, 대체적으로 지식인이라면 지성이 있어야 되거든요, 지성이라는 것은 현상과 사물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발합니다. 그런데 엄연히 있는 사실을 아니라고 한단 말이죠. 지성이 결여된 지식인이라는 것은 권력의 도구밖에 안 됩니다. 아니면 진영의 도구밖에 안 돼요. 더군다나 문화예술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뻔한 사실에 눈을 감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성이 결여된 진보진영의 반(反)지식인들이 앞장서면서 진보 진영 전체를 전체주의 모드로 끌고 가는 겁니다. 누구도 말하자면 반론을 제기할 수 없도록 말이죠. 특히 요즘은 온라인 시대 아닙니까, 디지털 테러를 하고 있는 겁니다. 댓글을 달아 죽이고 온갖 험구를 다는 거예요. 저도 수없이 당했습니다. 온라인 디지털 테러나 오프라인에서 테러에 가까운 행동을 하면서, 심지어 어린아이들을 동원하고 초중고 학생들에게 사상을 주입해서 사실을 무시하고 좌파 전체주의로 몰고 가고 있는 겁니다. 문 대통령도 그 안에 있습니다."

-대통령의 어떤 면이 특히 그런가요.

"재정이 건전하다고 했는데, 맞습니다. 우리가 OECD 국가 중 건전한 편에 들어갑니다. 물론, 공기업 부채까지 합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요. 그런데 이거 문재인 정부가 한 게 아니거든요. 앞의 정부들이, 우리 국민들이 먹을 것 안 먹어가며, 분배정책 억제해가며 함부로 쓰지 않으면서 재정건전성을 여기까지 유지해온 거거든요. 그 재정건전성 때문에 우리 국가신인도가 높은 거고요. 통화나 경제문제가 요즘처럼 중요할 때는 재정건전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막 쓰겠다고 하는 것은 '탕아'(蕩兒)나 마찬가집니다, 아버지가 벌어놓은 것을 아들이 막 써버리는. 그런데 부끄러운 줄 모르고 마치 그것이 자기들이 벌어놓은 것처럼 재정건전성을 말하는 겁니다. 하다못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데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허리띠를 졸라매왔느냐 하는 것을 인정하고, 재정투입이 계속 이렇게 되면 10년 후에는 국가부채가 배가 될 염려가 있지만, 현재 재정확장 정책을 쓸 수밖에 없고, 그것을 아무렇게 쓰지 않고 합리적으로 쓰겠다는 말을 해야지요. 그런 말도 않고 재정건전성이 좋으니까 막 쓰겠다는 겁니다."

-혁신경제를 위해서 재정 투입을 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 않나요.

"혁신경제라는 말을 하는데, 우리경제를 보고 지금 혁신경제라고 하면 말이 안 되거든요. 기업의 투자의욕이 다 떨어져버렸습니다. 그런 상황에 무얼 혁신한다는 겁니까? 혁신이란 것은 국가가 돈을 퍼붓는 것이 아니라 국가는 돈을 넣어 환경을 조성하고, 혁신의 주체는 국민 개개인과 개별 기업, 즉 개별 경제주체가 돼야 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지금 동기부여가 안 돼 있는데, 돈만 넣는다고 해서 혁신경제가 되겠느냐고요. 규제를 풀고 실험다운 실험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더욱 정말 말하고 싶은 게, 지금 이 정부가 한 일이 무엇입니까. 성공한 사람들을 처벌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을 처벌하는 세상에 누가 성공을 향해서 혁신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그동안 우리 사회에 깨끗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을 겁니다. 많았습니다. 길로 치면 진흙탕이 여기저기 있었던 겁니다. 누구든 우리 사회에서 성공하자면 그 진흙탕을 밟고 왔어요. 진짜 아니한 말로 공무원에게 봉투 하나 집어줘가면서, 친구한테 전화해 이것 좀 봐줘 하면서 진흙탕을 건너서 왔단 말이죠. 자 그러면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면, 앞으로 이 진흙을 밟지 않고 성공할 수 있는 길을 만들자는 거 아닙니까? 과거에 어찌됐든 간에. 이렇게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은 안 하고 신발에 진흙 묻은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넣고 그걸 적폐라고 이름 붙는 겁니다. 그런데 그 잡아넣는 사람을 나중에 봤더니 자기들은 더한 거예요."

-그 민낯이 '조국 사태'로 드러난 건가요.

"조국 사태를 보면 진흙을 밟고 온 게 아니라 아예 진흙 속에 뒹굴었어요.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진흙이 범벅이 돼있어요. 국민들이 화 안 나겠습니까? 우울증 걸립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하다못해 위로라도 해주지 못할망정 입을 싹 닫고 검찰개혁을 외치고 재정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에 국민들이 이해를 할 수 없었던 겁니다. 혁신 공정 포용 통합을 말하면서 혁신경제도 얘기했는데, 아주 중요한 가치들이죠. 그 가치를 이야기할 자격을 대통령과 이 정부 사람들이 이번에 조국사태를 겪으면서 상실한 겁니다. 거기에 대해서 먼저 사과를 했어야 합니다."

-정권 차원에서도, 민생을 위해서라도 하루 속히 조국사태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통령에게 정말 간곡하게 이야기를 한다면, 지금 국정을 운영하면서 가지고 있는 가정들이 다 잘못됐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외교안보 정책을 보면 '이 분들 머릿속의 동북아시아나 세계 질서에 대한 가정이 잘못돼 있구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요. 처음에 든 생각은 이 분들이 미국의 힘을 가볍게 여기는구나 하는 것이었어요. 반면 중국의 힘은 과대평가하고 있고요. 그런데 방향이 틀렸습니다. 미국의 힘은 강화되고 있고 중국의 힘은 자유화와 민주화 바람에 고통을 한 번 겪어야 하고 부채문제도 풀어야 되거든요. 오히려 북한이 중국의 실상을 더 잘 아니까 계속 친중파를 숙청하면서 온 거예요. 이 정부는 글로벌 파워에 대한 기본 가정이 잘못돼 있어요."

-미국과 소원하고 중국과는 가까이 하는 행보가 앞으로도 계속될까요.

"문 정부 사람들은 중국의 헤게모니 안에서 평화통일을 이룩해내겠다는 생각을 자꾸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지금 '아 이게 아니구나' 하며 당혹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두고 봐야지요."

-경제정책에서도 그런 고지식한 면이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경제도 기본 가정이 잘못돼 있습니다. 마치 미국 1920·30년대 내수 중심의 경제에서나 할 수 있었던 소득주도성장을 가져온 것 같아요. 내수 기반이 강화되면 우리 경제를 잘 돌아가게 할 것이라는 생각은 내수 중심의 경제에서나 가능한 얘기입니다. 자영업자의 수가 고용인구의 10% 이하나 많아봐야 10~15% 되는 나라에서나 가능한 겁니다. 우리는 수출주도형 국가입니다.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수출주도형 국가인데다 자영업자 수가 고용인구의 26%나 되거든요. 미국은 6~7%에 불과하고 OECD 평균을 봐도 14~15% 정도입니다. 자영업자들이 그야말로 레드오션을 형성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에게 임금을 많이 줘라 해버리니까 자영업자들이 사지로 몰리는 겁니다. 어찌 보면 자영업자를 좀 줄여서 자영업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려면 자영업에서 퇴출되는 사람들을 고용할 신산업이 일어나야 합니다. 한국 같은 수출주도형 국가에서는 아랫목도 때주고 윗목도 때줘야 하는 겁니다.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도 지금 힘들지만, 아랫목 따뜻하게 해서 윗목을 따뜻하게 한다는 논리도 잘못된 겁니다. 아래 위를 다 때줘야 하는 거예요. 나도 경제를 운용해본 사람이지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상하셨나요.

"제가 문 정부 출범할 때 좀 이상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서 왜 그러는지 생각을 해봤어요. 그랬더니 알겠더라고요. 제가 그랬어요. '당신들이 왜 그런 가정을 가지게 된 건지 알겠다'고요. 당신들은 절대로 올바른 경제정책과 산업정책을 가질 수 없다고 단언을 했어요. 그 때 제가 기자들이나 주변에 이야기를 했어요. 산업정책 치고 노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겁니다. 산업구조조정을 하고 신산업을 일으키려면 기존 산업이 반대를 하거든요. 전부 노조가 걸려 있어요. '노조를 건드리지 않는 정부는 어떤 산업정책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이 정부는 산업정책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산업정책이 없으니까 경제정책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정부는 무엇을 할 것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퍼포먼스하고 쇼하고 립서비스 하다 끝난다'고 했어요. 그 사이에 한국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져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가게 될 거라고 했어요."

-문 대통령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는데요.

"제가 탕아라고 이야기 했습니다만, 새로 내가 무얼 벌겠다는 게 아니라 지금 있는 거 나눠먹겠다고 하는 거라고 봐요. 정말 한심하게 생각했던 게,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해 100일 만에 R&D에서 역량을 보여줬다고 했는데, 진짜로 보여준 건가요? 그나마 지금 갖고 있는 R&D 역량도 이 정부에서 축적된 게 아니라 이전 정부에서 축적돼온 겁니다. 오히려 연구부문에도 주52시간근무제를 적용해버리는 바람에 연구를 할 수 없도록 만들어놓았어요. 심지어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노동자들도 새로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그냥 노동자가 아니고 지식노동자가 돼야 합니다. 새로운 시스템, 새로운 기계, 새로운 기술에 적용해야 되거든요. 하다못해 기계 앞에 앉는 시간보다 컴퓨터 앞에 앉아야 하는 시간이 느는 겁니다. 인력의 재교육과 재훈련을 통한 지식근로자 만들기와 지식노동자화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미국과 독일 같은 데서는 이 분야에 온통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신경을 안 쓰는 거예요. 그나마 대기업들이 신경을 써왔는데, 주52시간근무제를 도입하니 우선 당장 급하니까 무얼 줄이냐면 교육과 훈련 부분을 줄이는 겁니다. 도대체 이런 현장의 상황을 알고 규제를 하느냐 하는 의문이 드는 겁니다. 근로시간은 노사 자율 협의에 맡겨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국가가 강제를 하니까 더구나 R&D까지 적용을 하다보니까 노동시간 규제 때문에 연구원을 외국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일본과 관계를 악화시켜놓고 R&D 성과가 조기에 날 것이라고 허장성세를 부리면 누가 믿겠습니까."

-상반기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가 사상 최대였습니다.

"우리 경제는 대기업이 그나마 받쳐주고 있는데, 대기업조차도 한국서 기업하기 힘들어진다고 하고 있어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규제, 그 다음에 강성노조, 게다가 최근에 와서 에너지문제까지 대두하고 있거든요. 에너지 문제는 요즘 많이 얘기되고 있는데, 미국이 셰일오일을 개발하면서 석유를 자급하니까 아무래도 중동 안정에 신경을 별로 안 쓰게 됩니다. 중동의 복잡한 정세로 볼 때 중동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거든요. 석유 감산이 되고 미국이 페르시아만에서 경찰 역할을 안하거나 소극적으로 행사하면 우리의 원유 수입루트가 위험해지는 거지요. 게다가 원유수입 해상로가 남중국해를 거치는데, 거기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어요. 이렇게 될 경우 한국에서 에너지 소비가 많은 제조업을 불안해서 하겠습니까, 안 그래도 불안한데. 기업들은 이미 이런 문제에 대비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에너지 공급이 안정되고 환율의 영향을 적게 받는 지역으로 생산라인을 옮기고 있는 겁니다."

-정부가 그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위기 징후에 대해서 대한민국 정부 안에 누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야당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일차적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거든요. 기껏해야 보조금을 조금 주면서 국내에 잡아놓으려고 하는 겁니다. 아니면 노동의 유연성이라도 높여주든가요. 도대체 국가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방향이 안 보입니다. 정부가 무엇이든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걸 않고 있다고 봐요."

-집권세력은 노무현 정부를 계승했다고 합니다. 노무현 정부 때 하지 못한 좌파 정책을 지금 실행하고 있는 거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지금 집권세력의 지지기반과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지지기반은 다릅니다. 지역으로 보면 둘 다 호남이 지지기반이지만, 정치섹터로 보면 노무현 대통령 지지세력에는 특정한 지지집단이 없었습니다. 노사모 같이 개인들의 집합이었습니다. 근데 지금은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는 개인들의 집합이 아니라 조직화된 노동세력과 이념세력, 운동세력의 기반을 갖고 있어요. 이 사람들의 힘이 굉장히 강합니다. 이들 노동, 이념, 운동세력들은 노무현 정부 때 반기를 들고 끊임없이 싸웠던 세력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귀족노조, 참여연대와도 싸웠어요. 운동권 세력은 아직 정부에 접근을 못했고요. 지금 정권을 움직이는 세력은 이 세 가지 섹터 사람들이에요. 이들은 노무현 정부 때 우파가 했던 정책을 부정합니다. 한미 FTA, 제주 해군기지 건설, 서비스산업 육성, 이라크 파병 이런 것들은 전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고 생각을 하는 겁니다."

-'자유'를 빼고 헌법개정 초안을 만들었었거든요.

"정치의 궁극적 목적은 개인을 자유롭게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목적인데, 이 정부는 개인의 자유를 끊임없이 억압하고 심지어 어린이까지 동원해 전체주의적 문화를 계속 만들고 있거든요. 자유와 민주주의가 군부독재에 의해서만 파괴되는 게 아니에요. 선출된 권력에 의해서도 이렇게 파괴될 수 있는 겁니다, 우리가 아차 하는 순간에. 지금이 바로 그런 때입니다. 선출된 권력이 끊임없이 적을 만들면서 군중을 동원하고 그를 통해서 전체주의 모드로 만들어가는 겁니다."

-쓰신 책에 보면 젊었을 적부터 '메시아는 없다'라는 마음가짐을 늘 가졌다고 했는데, 개인의 독립과 자유를 비유하는 건가요.

"저는 오래 전부터 '메시아는 없다'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어떤 위대한 영웅이 나타나서 우리를 구제해주는 경우는 없다. 차라리 우리 모두가 스스로 메시아가 되어야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분권, 자치, 자율 그리고 국가의 보충적 역할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국가의 역할은 자유권이 확대되면 강자와 약자가 나타날 수 있고 거기서 빈부격차가 더 심해질 수 있으니까요. 국가는 복지를 도입하고 특히 공정거래를 정착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경찰과 국가안보를 책임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 정부에서는 국가가 있어야 할 영역에는 국가가 없고 국가가 없어도 될 영역에서는 국가가 있어요."

-특히 어떤 영역에서 그런가요.

"북핵을 이고 살아야 할 안보 위기 상황인데 국가는 그에 대한 능동적 전략이 없어요. 그런가 하면 개인이나 시장에 맡겨놔도 되는 것에는 국가가 꼭 있어요. 학교에 커피자판기를 설치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등, 먹방 방송을 규제해야 한다는 등, 이건 잘못된 거라 봅니다. 저는 대통령에게 정치의 목적을 묻고 싶어요. 그러면 아마 이렇게 얘기할 겁니다. '경제적 불평등이 우리의 자유로움을 막기 때문에 그 부분에 신경을 써야한다.' 맞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국가의 보완적 역할이 필요한 거예요. 경쟁에서 진 사람을 위한 패자부활전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런 일보다는 지금 전체주의적 모드로 몰고 있거든요. 결국 가정이 잘못돼 있습니다. 제대로 된 가정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비대위원장을 하실 때 무엇을 가장 집중적으로 하셨나요.

"비대위원장을 맡자마자 한결같이 제게 요구한 것이 인적쇄신이었어요. 그런데 비대위원장은 공천권이 없습니다, 선거가 멀리 있기 때문에. 기껏해야 당협위원장을 바꾸는 건데, 그러나 그것조차도 최대한 뒤로 물려야 한다고 봤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한국당이 가야할 방향을 설정하고 핵심적 가치를 도출해내는 거라고 본 겁니다. 일단 깃발이 분명해야지 당원이나 국민들이 저 당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따라가지 않겠습니까? 깃발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목청껏 외쳐야 하는데 힘들거든요. 제일 역점을 뒀던 게 우선 당의 방향을 정하는 것, 그 다음에 거기서 가치를 정립하는 것이었어요. 거기서 '국가주의'가 나왔어요. 그러면 한국당은 어디로 가야하느냐? 탈국가주의로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가장 기본은 무엇이냐 자유와 자율이라고 본 겁니다."

-그 때문인지 지금 한국당의 지지율은 꽤 올랐습니다.

"앞으로 디지털세대로 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집합적인 개념이 아니라 개별화된 주체들이 자유로움 속에서 개인과 개인, 개별기업과 개별기업들이 서로가 연결되면서 플랫폼을 만들고 그 플랫폼을 통해서 혁신하는 사회라고 본 것이지요. 연결된 개인, 연결된 경제주체들, 플랫폼, 그리고 그 플랫품의 보완적 역할을 하는 국가라는 것을 상정한 겁니다. 그렇게 하면서 그 다음에 인적쇄신을 한 겁니다. 소규모지만 스물 한 명의 당협위원장을 교체한 거지요. 탈당을 했던 사람들과 탄핵을 주도했던 사람들을 우선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이해를 해주어 14, 16% 정도 됐던 당 지지율이 30%선까지 올라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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