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상권 살려내자] 북적이는 윗길과 달리 한산한 아랫길… `未完의 먹거리 타운`

감천문화마을 부산 대표 관광명소… 파스텔톤 색채 계단식 집단 주거형태로 유명
어린왕자·여우 동상 위치 '윗길' 특히 유명… 전통상권 아랫길 정비사업에도 적막
매출 줄자 장사접는 점포 늘어나… "특화거리에 걸맞는 차별화된 상권 조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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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상권 살려내자] 북적이는 윗길과 달리 한산한 아랫길… `未完의 먹거리 타운`
지난달 17일 부산광역시 사하구의 감천문화마을의 아랫동네인 감천아랫길은 관광객 한 명 없이 한산하다. 감천아랫길의 대표 조형물인 어린왕자의 소행성 'b612'와 장미꽃 한송이가 덩그러니 설치되어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글 싣는 순서

1부. 풀뿌리상권이 경제 근간이다

2부. 풀뿌리상권 현장을 가다

3부. 희망의 노래를 부르자

2 부산 감천문화마을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소위 '뜬' 마을이다. '생텍쥐페리 소설 속 어린왕자'를 테마로 골목을 꾸며 전국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어린왕자와 여우의 조형물을 찾아 언덕 윗길을 오르다 보면 마치 마치 동화 속 왕자의 동네에 온듯한 착각이 든다. 전국 곳곳에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관광객들이 몰렸다.

그러자 언덕 아랫길이 나섰다. 본래 감천마을은 아랫길이 전통상권이었다. 아랫길에 시장이 있어 먹거리를 중심으로 상권이 자연스럽게 형성됐었다. 그런데 윗길이 뜨면서 '어린왕자'로 뜨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윗길이 북적이고 아랫길은 한산해졌다.

아랫길 상권의 불만이 제기되자, 누군가 아이디어를 냈다. "그럼 '윗길 어린왕자가 밥을 먹는 길'을 만들어 보자!" 윗길이 어린왕자가 놀다 가는 길이라면, 아랫길은 어린왕자가 밥 먹고 가는 길로 탈바꿈 하겠다는 것이다. 상인들은 낡은 간판을 떼고 파는 음식도 젊은 층 위주로 바꿨다. 과연 성공했을까? 장미빛 윗길과 달리 아랫길을 가시밭이었다. 그 차이 속에 우리 골목 상권 개발의 문제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었다.

◇감내아랫길은 아직 공사중?= 지난달 17일 디지털타임스가 찾은 감내아랫길은 아직까지 윗길의 그림자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산자락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파스텔톤 색채의 계단식 집단 주거형태와 모든 길이 통하는 골목길, 경사면을 이용해 앞집이 뒷집을 가리지 않는 이색적인 풍경. 감천문화마을은 한국의 '그리스 산토리니'로 불리며 부산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이런 수식어는 아직 윗길에만 해당한다. 평일 오후의 감내아랫길은 공중 전선을 정비하는 공사로 입구부터 막혀 있었다.

감내아랫길은 부산 사하구 옥천로 75번길이다. 문제는 지도 애플리케이션인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맵에 '감내아랫길'이 검색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감천문화마을 윗길에서 아랫길로 나오는 루트를 택해야 한다.

감내아랫길은 마을을 가로지르는 아랫길 중에서도 단 270m 구간을 일컫는다. 아랫길에 들어 10여분을 걷자 그제야 감내아랫길이 120m 남았다는 표지판을 찾을 수 있었다. 감내아랫길의 시작점은 한 마트였다. 마트 앞 정비된 도로 바닥에는 감내아랫길이라는 글씨가 새겨져있었다. 하지만 이날 글씨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마트 앞을 막고 있는 공중선 정비차량이었다. 마트 위쪽 전선을 정리하는 카고크레인이 입구을 막고 있었고, 관광객들은 그 아래를 지나가야 했다.

감내아랫길은 행정안전부의 특화거리 조성사업으로 선정돼 2년여의 기간을 걸쳐 지난 4월 마무리 됐다. 점포 인테리어와 간판, 커뮤니티 공간 조성공사, 조형물 제작, 바닥포장 등이 진행됐다. 익명을 요구한 감내아랫길 한 식당 관계자는 "요즘 전기 공사 때문에 주민들이 걸려 넘어지고 손님들은 시끄러워서 짜증을 낸다"며 "이렇게 낮에 하니까 손님이 더 떨어진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꿈만 장밋빛… 현실은 가시밭길= 이날 관광버스에서 국내외 관광객이 쏟아져 나온 윗길과 다르게 감내아랫길은 한산했다. 감천문화마을은 마을 전체 지도를 2000원에 판매하고 주요 장소마다 도장을 찍도록 했다. 감천아랫길을 찾는 관광객들도 상점을 들어가기 보단 지도를 휘날리며 도장 찍기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서울에서 왔다는 류 씨(33)는 "'감내아랫길'은 처음 들어봤다"며 "(도장 찍는)코스대로 내려왔는데, 윗동네보다 많이 안 오는 것 같다. 너무 멀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상인들도 오래 머물지 않는 관광객들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점 관계자는 "손님들이 와서 머물러 줘야 하는데 그게 안된다"며 "이전보다 윗길에서 조금 내려오긴 하는데 전혀 활성화가 안 되고 있다. 우리(상인들)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아랫길은 먹거리 타운으로 조성하려고 했는데, 치킨집도 1년도 안 돼 문을 닫았다"며 "장사는 버티지를 못하고 이 골목이 장사가 안 된다는 인식이 박혀서 임대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감내아랫길 곳곳에는 입점했다가 빠진 가게들의 흔적이 남아있었고 '임대' 딱지가 붙어있었다. 감내아랫길 특화거리 조성사업에는 창업점포 7개소와 상가 점포 인테리어 공사 15개소, 상가 점포 간판·어닝 정비 7개소가 포함됐다. 하지만 창업점포 중에서는 1~2주 장사 후 사람이 없어 도저히 안 되겠다며 장사를 접은 곳도 있다.

일주일 장사하고 문을 닫은 창업점포주는 "여기는 버텨서 될 곳이 아니니 빨리 손 터는 게 나을 것 같아 가게를 내놨다"며 "하루 매출이 들쑥날쑥인데, 진짜 좋지 않을 때는 하루 만원도 벌지 못하고, 많이 벌면 2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장미보다 가시만 키운 현실=윗길에 어린왕자와 여우가 있다면 아랫길엔 어린왕자가 살던 소행성 'b612'가 있다. 감내아랫길을 대표하는 포토존이다. 하지만 이 포토존은 접근성이 떨어져 보였다.

'b612' 조형물은 감내아랫길 중간 정도에 위치한 커뮤니티 공간 옥상에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이를 향하는 어떠한 안내판도 없어 관광객들이 지나치기 쉬웠다. 감내아랫길 한 상점 관계자는 "조형물이 있는데 계단이 한쪽에만 있고 안내판이 없어 관광객들은 밑에서 사진만 찍고 간다"며 "위에 올라가려해도 계단 앞의 문이 잠겨 있는 경우가 많고 커뮤니티 공간도 항시 오픈은 아니"라고 귀띔했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b612로 향하는 계단 앞의 문은 열려있었지만, 조형물이 설치된 위치는 계단의 반대편 끝 쪽인데다가 다가갈 수 없어서 소위 말하는 '인생샷'을 찍기엔 힘들어보였다. 게다가 이 날 오후 4시30분쯤임에도 커뮤니티 공간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커뮤니티 공간을 지나 오랜 세월 같은 자리를 지켜온 듯 한 방앗간과 과일가게 등을 지나자 그제야 감내아랫길 입구이자 '감내아랫길 특화거리'임을 알리는 아치형 조형물이 보였다. 입구부터 북새통을 이루는 윗길과는 대조적이게 중국인 커플 관광객만이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감내아랫길 입구에서 28년 동안 장사를 했다는 한 상점 주인은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면서도 "전에 보단 많이 오는데 매출과는 상관이 없고 사람들이 아직 많이 내려오지 않아 크게 바뀐 점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부산=진현진기자 2jinh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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