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채권 활용도 높여야 금융이 안정된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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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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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채권 활용도 높여야 금융이 안정된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자문위원
네거티브 금리라는 전례없는 상황이 현실로 다가온 상황에서 대외 의존적 경제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사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수의 역내국가들은 금융안정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경주해왔다. 그 결과 각종 유동성 공급장치가 확보되어 왠만한 충격에도 끄떡없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런데 최근 전례없는 네거티브 금리의 확산과 지난 9월 미국 리포시장의 이례적 상황은 작금의 대비만으로 안심하기 어려움을 시사한다.

원칙적으로 선진국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수습기간을 거치면서 양적완화를 점차 거두어들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실은 그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금리기간 구조가 망가져서 은행시스템 회복 대신 중앙은행들이 직접적으로 신용공급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미래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책의도와는 달리 풀리는 자금은 오히려 중앙은행의 초과지준으로 역류하고 있다. 정책노력이 거듭 강조되지만 움츠러든 시장심리를 되돌리기 위해 더욱 극단적 처방까지 모색해야 하는 현실이다.

금융시스템은 위험차별화를 통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추구한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결정적인 금리기능이 망가져 비전통적 양적완화와 초금리 기조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건전한 투자 수익흐름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심리를 안정시키려는 중앙은행들의 개입은 금리기간 구조를 더욱 왜곡시키는 부작용을 수반한다. 오히려 네거티브 금리를 수용하기 위해 일부 중앙은행들은 디지털화폐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시스템 변화를 수반하게되는 디지털화폐 도입은 일부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가늠하기 어려운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혁신요소가 제대로 받아들여지려면 법과 제도의 틀도 이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분열된 지배구조하에서 합의 도출은 요원하다. 따라서 이제라도 그동안 간과되었던 '상자 밖의 정공법'을 구사해야 한다.

초저금리의 배경에는 소위 안전자산에 대한 편협한 기준 적용과 아시아 채권의 활용과 관련된 근본적인 제약이 자리잡고 있다. 사실 글로벌 GDP의 1/3을 차지하는 아시아 경제의 부상에는 달러 체제의 안정적 토대가 큰 역할을 하였다. 자체적 금융시스템이 미발달된 경제에서 이 정도의 성과는 달러체제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몸집에 비해 자체적 금융시스템 발전이 더뎌지면서 아시아는 글로벌 체제의 왜곡요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소위 글로벌 불균형과 자본 역류는 아시아 경제가 경상수지 흑자를 담아낼 수 있는 자체적 금융수단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하지 못한 결과이다.

역내 경제가 커 나갈수록 달러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졌고 안전자산 공급의 핵심인 미재무성 증권의 공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되면서 민간들이 급조한 가공의 AAA등급 MBS, CDO등이 불티나게 팔리게 되었다. 이는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이후 거래상대방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담보 활용의 중요성은 글로벌 규제감독의 핵심포인트로 강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역내의 국경간 담보활용 관행은 미미한 수준이다. 오히려 외부충격에 취약한 경제의 특성상 안전자산에 대한 믿음은 더욱 커져갔고 외화자산의 편중은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변화를 주도할 역내기구도 없는 상태에서 각자도생의 수출의존적 패러다임은 애당초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자체 자산의 국제적 담보활용 가능성을 외면하였다. 그 결과 위험관리가 강조될수록 글로벌 차원의 불균형과 위험요인은 증폭되어 아시아로 환류되고 있다. 결국 네거티브 금리 문제의 핵심은 선진국의 편협한 담보관행과 아시아의 단기 성과주의가 빚어낸 결과이다. 통합된 시장환경을 외면하고 자국이익 보호차원의 단기처방이 지속되면서 역내의 대외금융시스템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고 과도한 안전자산 수요로 초저금리 기조가 정착되었다.

국채를 포함한 우량자산조차 담보활용도가 바닥인 역내에서는 각자도생의 달러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양적완화의 장기화나 네거티브 금리, 디지털화폐라는 상자안의 해법이 아니라 그동안 활용되지 못한 아시아 채권의 국경간 거래 담보로서의 활용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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