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확장적 재정, 민간활력 없인 필패다

김영익 경제칼럼니스트·서강대 경제대학원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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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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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확장적 재정, 민간활력 없인 필패다
김영익 경제칼럼니스트·서강대 경제대학원 주임교수
지난 주 문재인 대통령이 "민간 활력을 높이는 데, 건설투자의 역할도 크다"며 "필요한 건설투자는 확대해 나갈 것"이라 밝힌 후, 우리 경제의 현 상황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단기적으로 수요 부족에 따라 우리 경제가 잠재 능력 이하로 성장하고 있다.

잠재 성장률은 보통 '노동과 자본 등 생산 요소를 완전 고용했을 때의 생산 능력' 혹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그런데 한국의 잠재 성장률이 계단식으로 떨어지고 있다. 1980년대 10%였던 잠재 성장률이 '3저 호황'(전 세계적 저유가, 저금리, 저달러)이 끝나면서 8%대로 떨어졌고,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에는 5% 안팎으로 추락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3% 정도로 더 낮아졌고, 2019년 현재는 필자가 추정해보면 2.7%이다.

문제는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연구단체들이 2025년 이후에는 한국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2%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노동은 감소세로 전환됐고 자본 증가세도 둔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잠재 성장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총요소생산성이 증가해야 하는데, 이 역시 각 경제 주체가 자기 이익만 주장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최근 주요 시장금리가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금리에는 미래 기대되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어 있는데, 낮은 금리가 예고하는 것처럼 이들이 뒤따라 떨어지고 있다.

단기적 시각에서 보면 올해 들어 거의 모든 경제변수가 추세 성장 밑에 있다. 통계청의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지난해 12월부터 100 이하에 머물고 있다. 상반기 실제 국내총생산(GDP)이 추세 GDP보다 0.7% 정도 낮은 상태에 있다.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능력이 둔화하고 있는데, 실제 경제는 그 만큼도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수요가 공급보다 부족해 디플레이션 압력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4분기에서 올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국민경제의 총체적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가 하락했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만성적으로 수요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 공급 능력을 위축시켜 잠재성장률을 더 낮출 가능성이 높다. 즉, 수요 부족이 공급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수요 부족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7% 정도인데, 실제 경제는 그보다 낮은 2% 안팎에서 성장하고 있다. 경제가 잠재 성장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수요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 수요를 구성하는 요인 중 수출은 대외 경제 상황에 의존한다. 올해 9월까지 우리 수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대중 수출이 18%나 줄었다. 현재 세계 경제에서 유일하게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10년 이상 확장국면을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마저 내년에는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국의 제조업 경기는 침체 국면의 초기에 접어들었고, 그 여파가 서비스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내수를 부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수는 가계소비, 설비 및 건설투자, 정부 지출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6월 현재 가계부채가 1556조원에 이를 정도로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가계 소비가 크게 늘어나기 힘들다. 한국은행의 자금순환 계정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현재 우리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628조원에 이르고 있다. 그 만큼 국내외 경제에 불확실성이 높아 기업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 의미에서 문 대통령이 정부 주도의 건설투자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가 능력 이하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수요를 부양하여 잠재 GDP 만큼은 성장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건설투자 확대가 이를 달성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건설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4년 29%에서 올해 상반기에 15%로 낮아졌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3%에 비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정부 주도로 건설투자를 늘리더라도 미래의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곳에 선별적으로 돈을 써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628조원에 이른 기업의 현금성 자산이 투자로 이어지도록 민간 부문에 활력을 넣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대통합을 통해 생산성 향상으로 잠재 성장률을 제고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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