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포럼] `생존`을 파업하는 한국GM노조](http://contents.dt.co.kr/images/201909/2019091602102369061001[1].jpg "[포럼] `생존`을 파업하는 한국GM노조")
헌법에서 보장한 단체행동권이지만 파업이 발생하면 노동조합과 회사 모두 피해를 입는다. 다만 피해가 있기 때문에 서로간에 양보를 이끌어 내고 타협을 통해 파업을 마무리한다. 그런데 왜 서로 양보를 해서 파업을 피하지는 못할까? 파업에 대한 이론 중 하나는 노동조합이 사용자의 진정한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파업을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 파업에 의해 회사의 피해가 크다면 회사는 파업 발생 이전이나 파업 발생 직후에 양보해서 피해를 줄이려고 하겠지만, 파업이 발생해도 회사의 피해가 크지 않다면 회사는 양보 보다 파업을 견디는게 손해가 작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파업 이전에는 이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파업에 참여하는 경우 조합원들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임금을 받지 못하고, 회사는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게 된다. 문제는 당장 생산에 차질은 발생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GM에서 생산하고 있는 '트랙스'나 '스파크'는 멕시코나 인도에서도 생산이 가능하다. 2013년 78만7000대를 생산했던 한국GM은 이후 지속적으로 생산량이 줄어들어서 2018년에는 44만5000대로 43% 이상이 감소했다.
2019년 상반기 생산량도 2018년 상반기보다 줄어들었다. 이러한 생산량 감소로 공장가동률은 높지 않다. 많이 만들 수는 있지만 팔리지 않으니 많이 만들 수가 없다. 당분간 전면파업으로 생산이 중단되어도 재고를 활용하고, 파업이 끝난 후 가동률을 조금 높이면 회사 매출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 따라서 회사 입장에서는 양보 보다는 파업을 견디는게 이익일 수 있다.
글로벌기업 GM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기업을 경영한다.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경쟁력이 떨어지면 생산량을 줄이거나 아예 공장을 폐쇄한다. 특히 GM은 2009년 파산신청을 했던 기업이고 미국정부의 510억달러, 약 60조원에 가까운 구제금융을 통해 회생한 기업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미국내 종업원 9만6000명 중에서 5만1000명을 감원하였다. 독일에서는 6조원을 지원받았지만 2016년 오펠브랜드의 보훔 공장을 폐쇄하였고, 호주에서는 2조원을 지원받았지만 2017년말 홀덴 공장을 폐쇄하였다. 포르투갈, 벨기에, 인도네시아, 인도, 러시아 등에서 공장을 폐쇄하거나 철수를 결정하였다.
GM은 2014년 세전영업이익의 10%를 기준으로 세우고 이에 미달하는 경우 사업장 폐쇄나 철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생산공장은 미국과 중국에만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공장을 유지하는 이유는 품질 등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막기위해 우리 정부는 8000억원을 직접 지원했고, 그 대신에 최소한 10년의 공장 유지를 약속받았다. 하지만 약속에는 조건이 붙기 마련이다. 독일이나 호주에서 그랬듯이, 조건의 불이행을 주장하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에서 자동차 생산이 효율적이지 않다면 GM의 경영진은 우리가 보기에, 냉정할 정도로 물량조정이나 생산중단을 결정할 것이다. 한국GM이 대립적인 노사관계와 높다고 주장되는 인건비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우수한 품질의 자동차를 효율적으로 생산하지 못한다면 전면 파업을 한다고 해도 GM의 글로벌 전략을 이겨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GM 노사는 현대·기아차의 무파업 임단협 타결, 르노삼성의 명예퇴직 등을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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