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대통령 돈 넣어서 펀드 살아날까

차현정 산업부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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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대통령 돈 넣어서 펀드 살아날까
차현정 산업부 증권팀장
정부가 어떤 의지를 갖고 정책을 편 후 흐름이 긍정적이라면 그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주춤했던 정부 지지율은 다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반대로 실효성 없는 모습을 보인다면? 정부가 의도한 약발은 단기적으로 먹히지 않았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가입한 'NH-아문디 필승코리아 국내주식형펀드', 이른바 애국펀드로 자금이 몰렸다. 출시 보름 만에 100억원의 일반투자 자금이 유입됐는데 이중 95억원 정도가 대통령이 가입하자 단 나흘 만에 따라 들어온 자금이다. 문 대통령의 '생애 첫 펀드가입' 소식이 전해진 뒤 예서제서 동참행렬이 끊이지 않은 결과다.

문 대통령은 가입 당시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점에서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회장, 이대훈 농협은행장 등과 간담회도 갖고 "소재·부품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면 제조업 전체의 수준을 높이는 일이 된다"며 "일본의 무역 보복에 대한 대응조치로서뿐만 아니라 우리 경쟁력을 위해 매우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집권 여당도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대표 등 지도부와 국무위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잇따라 상품에 가입했고 지금은 전 국민이 따라 나선 모습이다.

이 펀드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무역 여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업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최근 우리 정부의 '극일'(克日) 기조에 어울리는 펀드인 셈이다. 펀드의 초기 포트폴리오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SK머티리얼즈 등 대형주를 비롯한 국내 주식 60여종목으로 구성됐다. 여기에는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업 주식 27개 종목도 포함됐다. 펀드 출시 후 지난 달 29일 현재까지 수익률은 0.21%다.

역대 대통령들이 그랬듯 문 대통령 역시 정책 홍보 수단으로 금융투자업계를 잘 활용한 결과다. 과거에도 대통령들이 펀드에 가입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확산을 막자는 취지에서 적립식 펀드 상품 2개에 가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7월 예금 8000만원을 1000만원씩 8개의 펀드에 분산 투자했다. 당시 노 대통령의 펀드 가입도 부동산에 몰리는 시중 여유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를 맞아 1998년 초 취임 전후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 등과 함께 '주식 갖기 운동'의 일환으로 '경제살리기 주식 1호'라는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바 있다. 정부는 늘 집중 육성 계획을 말한다. 비록 정부 관심에 따른 의도적인 정책에 만들어진 펀드지만 국내 증시가 부진해 투자시기도 적합한데다 위축된 공모펀드 시장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제고시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인 목소리도 높다. 수익성까지 빛을 발해 준다면 가장 이상적이리라.

역설적으로 돈이 모일수록 금융투자업계의 고민은 깊어진다. 실제 대통령의 펀드 가입 여파는 곧 자산운용사에 출시 경쟁으로 이어졌다. 일부 운용사는 벌써 비슷한 성격의 펀드 출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의 선물과도 같은 아이템인 만큼 상황을 체크할 수밖에 없다.

예견된 일이다. 대통령의 펀드 가입 직후 각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들은 구체적인 기업 발굴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눈치를 봐야하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한 곳도 있을 것이다. 우려도 나온다. 가령 최근 한 달 코스닥벤처펀드 설정액이 100억원 넘게 감소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이름을 줄여 '코벤펀드'라고도 불리는 이 펀드는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겠다는 문 정부의 경제 철학을 담아 만들어진 정부 주도 펀드다. 이 펀드는 1년이 지난 현재 약 30% 손실을 보고 있다. 해당 펀드 종목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뛰다 다시 큰 폭 하락해서다. 과정이 반복되면 정부의 역점 사업은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시장이 얼어붙어 투자자들은 투자를 꺼린다. 투자 목적이 아니어도 목돈을 담은 펀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원치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오죽 답답했으면 일본 수출규제로 힘든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부쳤는지 이해할만 하다. 하지만 그 해법이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차현정 산업부 증권팀장 hj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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