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장대호의 당당함이 던지는 의미](http://contents.dt.co.kr/images/201908/2019082802102269660001[1].jpg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장대호의 당당함이 던지는 의미")
잔혹한 수법이 고유정 사건의 영향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었는데, 장대호의 과거 인터넷 활동을 통해 사실은 조성호 사건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조성호는 2016년에 동료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범죄자다. 조성호는 피해자가 줄 돈을 안 주고 도리어 욕설을 해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장대호는 조성호처럼 괴롭힘을 당하다 살해한 경우 '도의적으로 무죄'라며, '개인적으로 관상을 좋게 본다'라는 글을 올렸었다. 그러면서 조성호와 같은 상황이라면 '똑같이 망치로 머리를 가격해 저항할 수 없게 만든 다음 사체 처리를 고민했을 것'라고 썼다. 실제로 이번에 나타난 범행수법이 그 내용과 같기 때문에 장대호가 조성호 사건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추정할 수 있다.
문제는 또 다른 영향이다. 다른 사람들이 이번엔 장대호 사건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장대호가 보인 당당한 태도 때문에 더욱 장대호를 영웅시하면서 그의 행동을 학습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장대호가 대단히 이례적인, 특수 사례가 아닌 것 같기 때문에 그가 유사한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이 걱정된다.
장대호는 현실 세계에선 자존감이 저하된 상태에서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고 무시하는 세상에 대해 분노를 키워온 것으로 보인다. 숙박업소에서 야간근무를 하다보면 취객들로부터 무시당하는 일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 처지가 자존감을 더욱 저하시키고 분노의 폭발력을 키웠을 것이다.
장대호에겐 인터넷이 자존심을 세울 출구가 되었던 것 같다. 그는 인터넷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누리꾼들로부터 인정받았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개발자로 알려지기도 했고 관상카페 운영자로도 유명했다. 그는 정치인, 연예인 관상부터 시사평론까지 거침없이 발언했고 그에게 관상을 보려고 줄을 선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것이 그의 상처받은 자존감을 위로해줬을 것이다.
장대호는 현실의 초라한 자신과는 다른 자신감 넘치고 강한 자아를 인터넷에 구축했다. 그는 아이들 사진을 놓고 '천민의 상', '기생오라비의 상',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이라면서 막말을 서슴없이 해대고 과거에 폭력배 손님을 흉기로 위협해서 굴복시켰다는 등 무용담을 과시했다. 학교폭력을 고민하는 학생에게 구체적인 폭행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전쟁상황이 아니라면 성폭행당하는 여성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여성혐오 정서를 드러내기도 했다. 스스로 '학창시절 애들 때리고 괴롭히는 나쁜 아이'였다고도 했다. 자신이 폭력적이고 탈법적이며 공격적인 '마초'라는 걸 과시한 것이다.
이런 가짜 인터넷 자아를 통해 누리꾼들로부터 인정받자 그에 고무돼 가짜 자아에 더욱 심취하고, 현실의 초라함과 인터넷 자아의 간극이 커질수록 자존감이 더욱 하락하면서 그 반대급부로 사회에 대한 분노가 커지는 악순환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장대호는 패륜, 탈법적 분노 표현이 종종 문제가 되는 일베에도 가입해 분노를 표출하며 과시적 행각을 이어갔다. 이렇게 만든 가짜 자아가 장대호를 지탱하는 버팀목이기 때문에 구속된 후에도 카메라 앞에서 당당하게 강한 악인 행세로 과시행각을 계속하는 것이다.
장대호처럼 자존감이 하락한, 현실세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열패감에 휩싸인, 그래서 분노를 축적한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수직 양극화, 피라밋형 승자독식 사회가 구조적으로 '루저'들을 양산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장대호처럼 분노를 배설하는 게시판으로 모여들어 막말로 폭력성을 과시하며 상처받은 자존감을 보상 받으려 한다.
그 과정에서 장대호에게 벌어진 일이 다른 이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더군다나 장대호가 자신을 무시한 사람을 '처단'했다고 의기양양하게 선언하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까지 받았으니 열패감에 빠진 이들에게 더욱 의미 있는 롤모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 사건의 영향이 우려되는 것이다. 분노를 배설하며 공격성을 키우는 인터넷 움직임에 주의 깊게 대응하면서, 다수를 필연적으로 루저로 만드는 구조를 개선해야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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