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즐비하던 인사동 한정식집 줄폐업… "요즘 빚 안지면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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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즐비하던 인사동 한정식집 줄폐업… "요즘 빚 안지면 다행"
디지털타임스 연중캠페인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취재진과 자문위원이 방문한 서울 종로구 인사동거리. 한때 20여개가 넘는 전통 한정식집이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현재는 과거의 영광이 무색할 만큼 1~2개 점포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슬기기자 9904sul@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즐비하던 인사동 한정식집 줄폐업… "요즘 빚 안지면 다행"



1부. 풀뿌리상권이 경제 근간이다

2부. 풀뿌리상권 현장을 가다

18 서울 종로구 상권 Ⅰ

(인사동·익선동·종각 젊음의 거리)

3부. 희망의 노래를 부르자


상권 정밀진단
인사동

김영란법 등 후폭풍에 中·日 외교적 갈등까지 겹쳐
저녁 시간 불구 한산한 거리… 외국인 관광객도 줄어
'차 없는 거리' 운영… 되레 50대 주 고객층 방문 꺼려

익선동
지역 개발 무산 후 오히려 전통적 가치의 재해석 접근
옛것에 현대적 감각 '레트로' 열풍 속 입소문까지 한 몫
매력적인 골목·매장 찾은 젊은 세대·중장년층 '북새통'



종로는 조선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통로다. 그 곳에는 조선 왕조의 마지막 숨결이, 산업 발전 시대를 살았던 우리 선배들의 땀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다미', '태화' 젊은이들에겐 낯설지 몰라도, 50대 이상의 기성세대에겐 너무 익숙한 이름이다.

30년 가량 운영됐던 음식점들이다. 소위 노포다. 한동안 보존 가치를 놓고 말이 많았던 '을지면옥'쯤 된다고 할까. 50대 이상의 선배들이 치열하게 고객을 접대하고, 동료끼리 회포를 풀던 장소다. 그런데 이제 종로에 그 가게들이 없다. 선배들의 땀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문 닫는 인사동 한정식집…'임대문의' 팻말만 덩그러니=지난 6일 저녁 6시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인사동을 찾았다. 수년 전만 해도 인사동 골목길은 즐비하게 늘어선 한옥마다 그윽한 탁주 냄새와,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던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하지만 다시 찾은 골목은 과거의 영광이 무색할 만큼 한산했다. 곳곳에 '임대문의' 팻말만 처량하게 걸려있었다.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동과 부정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최저임금 인상 등 여파로 문을 닫은 가게들이 부쩍 늘어난 탓이다. 지난 4월에는 인사동에서 32년 동안 한정식 가게를 운영하던 '다미'가 폐업했고, 바로 옆 골목의 '태화'도 뒤이어 문을 닫았다. 오랜 기간 빈 가게로 방치된 곳도 여럿이었다. 한옥 구조상 리모델링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임대료도 높아 선뜻 들어오고자 하는 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인사동에서 34년 동안 한정식 '우정'을 운영 중인 오정선 씨는 2~3년 만에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져 빚만 지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토로했다. 오 씨는 "예전에는 기업 간부나 고위 공무원들이 많이 찾았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 방문객이 발길을 끊으면서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요즘 경기마저 나빠져 간신히 가게를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된 점도 매출 감소 요인으로 꼽았다. 차량 진입이 어려워지자, 주요 고객층인 50대 이상 손님들이 방문을 꺼린다는 설명이다. 오 씨는 "고객 특성상 차량으로 이동을 하는 손님들이 많다"며 "한정식들이 날마다 폐업하는 상황을 고려해, 일부 시간만이라도 차량 진입을 허용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인사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게 줄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데다 최근 한일 갈등으로 일본인 관광객마저 감소했다. 그나마 동남아권 관광객이 빠진 자리를 메우고 있지만 예년만 못한 모습이다. 기념품점이 모여 있는 인사동 문화거리에도 폐업한 가게들이 이따금 보였다.

◇'레트로' 열풍에 '핫 플레이스' 된 익선동=반면 인사동에서 불과 300m 거리에 위치한 '익선동 한옥거리'는 최근 종로 일대에서 가장 각광 받고 있다. 2~3명이 겨우 지날 수 있는 골목길은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한옥이나 연립주택을 새롭게 개조한 레스토랑, 잡화점마다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익선동이 뜨기 시작한 건 불과 1~2년도 되지 않는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번져나간 '레트로(Retro)' 열풍에 힘입어 익선동은 SNS나 블로그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부상했다. 레트로는 'Retrospect(회상)'에서 따온 말이다. 옛날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과거의 체제·전통 등을 그리워하는 경향을 일컫는다.

익선동은 옛것에다 현대적인 감각을 절묘하게 입혀 젊은 층 공략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저트 카페 대신 '양과점'이, 프렌차이즈 레스토랑 대신 '경양식' 집이 들어서, 옛것의 정취를 살렸다.

익선동 골목길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강지희 씨는 "방송이나 SNS를 보고 오는 손님들이 늘었다"며 "옛것을 즐기려는 젊은 세대들과 과거를 그리워하는 중장년층, 그리고 한국적인 감각을 즐기려는 외국인 등 방문객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권이 갑자기 뜨면서 임대료도 천정부지로 솟아 1000만~1500만원 수준"이라며 "익선동은 높은 임대료를 감수할 만큼 매력적인 상권으로 뜨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인 성도컨설팅에 따르면 익선동 한옥거리의 평당 가격은 2014년 3000만원에서 현재 6500만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 천명수 성도컨설팅 대표는 "익선동은 지난 2005년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인근의 종묘와 창덕궁 때문에 개발제한 규제가 적용되면서 2014년 사업이 무산됐다"며 "개발 무산 이후 건물이 노후하다 보니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한다고 해도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었지만, 지금은 평당 가격이 2배가 넘게 뛰어도 못 들어와서 안달"이라고 전했다. 이어 "전통적인 가치를 찾는 젊은이들이 늘어난 데다 이들의 취향에 맞게 현대적인 감각을 입힌 점이 익선동의 성공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종각 '젊음의 거리', 직장인 회식 장소로 여전히 인기=종로 일대 주요 상권 중 하나인 종각 '젊음의 거리' 또한 20~30대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불경기 영향을 받고 있지만 인근에 회사들이 밀집해 있어 퇴근 후 저녁을 먹거나 회식을 즐기려는 이들은 꾸준히 방문하는 추세다. 유명 어학원 등 학원들도 많아 식사를 해결하려는 학생들도 종종 보였다.

젊음의 거리는 인사동, 익선동과 달리 다양한 프랜차이즈 체인점이 거리를 채웠다. 평소와 다름없이 저녁을 해결하거나 회식을 하려는 이들에게 대중적인 프랜차이즈 체인점이 상권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젊음의 거리에서 일식당을 운영 중인 A씨는 "경기가 나빠 최근 손님이 줄었지만, 오피스빌딩이 많아 여전히 저녁에는 대기를 해야 한다"며 "낮에도 점심을 먹으려고 나온 직장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임대료가 워낙 비싸, 장사가 안 되면 바로 가게를 내 놓는다"며 "경쟁이 치열해 잘되는 가게도 많지만 반면 공실도 꽤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주기자 stella251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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