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높아진 최저임금, 고령자는 반갑지 않다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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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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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높아진 최저임금, 고령자는 반갑지 않다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가 소속된 대학의 교수들은 매년 12월이 되면 한해 동안 발표한 논문과 저서, 학회발표, 수행한 연구과제 등을 정리해서 학교에 제출한다. 학회활동이나 신문기고 등과 같은 사회봉사활동 내용도 포함된다. 여기에 필자가 강의한 교과목에 대한 강의평가 결과와 대학원 지도학생 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해서 점수를 매긴다. 소속된 단과대학에 대한 기여도 평가도 있다. 그 결과는 교수직급이나 학과에 상관없이 인문사회계열 전체로 순위가 매겨지고 등급이 구분된다. 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는 연봉제와 다름이 없다. 기본급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직급도 구분이 없으니 소위 순수형 연봉제라고 할 것이다. 이제 시행한지 10년이 다되어 간다.

그러나 이렇게 교수들에 대해 연봉제를 시행하는 대학은 소수에 불과하다. 국립대학들은 교육공무원의 호봉제를 적용받고 있으며, 대부분 사립대학들도 호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기업의 사무관리직들은 연봉제를 시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생산현장직은 여전히 호봉제 중심의 급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노사가 함께 호봉제 급여체계를 개편한 경우를 찾기는 쉽지 않다.

호봉제란 근속연수에 따라서 급여가 상승하는 상당히 인간적인 급여체계다. 직장에 들어가 결혼을 하고 자녀를 출산함에 따라 생활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일반적 상황에 잘 맞는다. 특히 근속연수가 증가함에 따라 초기의 낮은 급여수준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장기근속을 유도하기에도 적절하다. 우리나라 장유유서 문화와도 걸맞는다. 문제는 업무수행 성과와는 크게 관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굳이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일을 잘 하지 않아도 급여는 계속 상승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수년 동안 논문 한편 쓰지 않아도 급여에는 차이가 없는 대학이 많다.

이런 호봉제 급여체계 하에서 정년이 연장되는 경우에는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고령화사회, 연금자원 고갈 등 여러 이유로 정년 연장은 전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도 2013년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법에서도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지만 강제력은 없어서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경우에는 정년연장에 대한 조건부로 시행하기로 했던 성과연봉제나 임금피크제가 노사간 갈등을 제공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2008년에 6급 이하 공무원의 경우 정년이 연장되면서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논의는 없었다. 일본 이야기를 하는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일본은 공무원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서 급여는 60세 이전의 70%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50세 이후 임금수준을 억제하는 형태로 간다고 한다.

급여를 받는 입장에서는 호봉제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예측이 가능해서 안정적이고 인간적이다. 하지만 주는 입장에서는 성과에 따라서 차등화하고 싶은 것이고, 연령에 따라서 성과수준이 낮아진다면 덜 주고 싶은 것이다. 공무원의 급여는 인사혁신처가 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주는 것이 아닌가? 정부도 받는 입장이 아니라 주는 입장에서 급여체계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고령화사회에 대응하는 방안은 여러 가지이고 정년이 연장되면 일자리를 찾는 청년에게는 부담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임금체계의 개편과 임금수준 조정을 진행하고 정년을 연장해야 할 것이다. 정년 연장 이후에는 임금체계 개편이 더욱 어려워진다. 민간기업들이야 자체적으로 임금수준이나 임금체계를 결정하지만, 정부나 공공부문의 정년연장에는 더욱이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최소한 5년에서 10년 정도 임금체계 전환을 단계적으로 적용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무원노동조합과의 협상도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민간부문의 기업들이 기업경영에 맞게 다양한 임금체계를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직무급과 같이 직종이나 업종별로 적절한 임금체계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 할 것이며,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좀 더 합리적인 임금결정체계가 가능하도록 모범사례들을 확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저임금 역시 업종별 차등화나 연령별 차등화 등 다양해지는 환경에 적용할 수 있도록해서 받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이나 좀 더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내년 봄까지 조용하다가, 행사처럼 떠들썩하게 결정하는 최저임금 결정방식은 지양하고 지금부터 치열한 준비가 필요하다.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고령 근로자들에게는 높아지는 최저임금이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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