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민을 위협하는 국가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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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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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민을 위협하는 국가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인간 마음 속의 행복이나 지적능력 등은 훔쳐갈 수 없다. 훔쳐가더라도 훔친 이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에 신체를 비롯한 유·무형의 재산은 약탈 가능하고 약탈자에게 크게 보탬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은 서로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에 편입된다. 즉 소유의 안정성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소유의 안정성이 크게 위협당하고 있다. 그리고 그 위협은 지금 바로 국가로부터 오고 있다.

소유의 안정성을 해치고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 것은 물론 현 정권에서 시작된 것만은 아니다. 지난 정권들도 정권의 이익을 앞세운 나머지, 알게 모르게 소유의 안정성을 크게 훼손했다. 다만 현 정권에서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첫째, 정치에서 민주정(民主政)은 정도(正道)를 잃었다. 신분사회 붕괴와 사유재산 제도의 등장과 함께 물질적 토대가 튼튼해지면서 대중은 자유와 평등을 얻었고, 그 결과 오늘날의 민주정을 실현했다. 바람직한 역사의 발전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대중이 지배세력으로 떠오르면서 소극적 자유와 비례적 평등은 어느새 적극적 자유와 양적 평등으로 바뀌고, 이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정권을 잡으려는 정치인들의 인기 영합적 정책 남발로 소수에 대한 다수의 착취가 정의로 둔갑하고 있다. 민주정이 타락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경제에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가르는 핵심 요소는 사유 재산권의 유무다. 생산요소의 사유가 허용되지 않는 사회주의는 자원을 어떻게 써야 할지 알 수 없어 가난을 피할 수 없다. 경영권이 회사의 재산권임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주인을 경영에서 배제하는 것은 극단적인 사유재산 침해이다. 다락같은 세금 인상과 사회주의의 환생인 복지국가를 향한 맹목적 질주도 사유재산 침해이다. 사유재산이 침해되는 만큼 경제는 활력을 잃고 주저앉는다.

셋째, 안보와 외교는 어떠한가. 외교의 기본은 원거리 강대국과 동맹을 강화하여 근거리 강대국을 견제하는 것이다. 일본이 근거리 강대국이지만 지금은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여 북핵에 대처하고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한국은 지금 북핵 해법을 둘러싼 미국과의 불협화음과 일본과의 마찰로 동맹에 균열을 내고 있다. 물리력의 뒷받침 없이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으로 스스로 무장 해제를 하고 있다. 그것이 진정 평화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승산 없는 도박을 하는 것이다.

넷째, 사회질서 유지의 두 기둥인 도덕과 법은 어떠한가. 도덕은 개인들이 서로의 생존 기회 확장을 위해 인류가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경험적으로 터득한 행동 규칙이며, 법은 그러한 도덕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 아래 과거와 단절하고 있다. 이는 인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며, 이는 다시 도덕성의 후퇴와 법치의 실종을 초래한다. 인류가 기나긴 세월 동안 쌓아온 지식과 지혜의 보고(寶庫)인 과거를 죄악시하고 일거에 뒤집으려는 조치는 예외 없이 모두 실패하고 국민을 도탄에 빠뜨렸다.

정부가 커지면서 권력이 강화되면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는 권력 집단의 획일적 이념과 가치에 묻히기 일쑤다. 인간은 권력을 쥐면 그것을 행사하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의 보호를 위해 만들어지는데, 지금 이를 위협하는 주체가 바로 국가라는 사실과, 국민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협하는 바로 그런 체제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사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스럽게 하는 것들이다. 영원불멸의 국가는 없지만 잘 나가던 대한민국이 지금 조로(早老)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뒤늦게라도 이를 깨닫는다면 다시 활기찬 대한민국을 이어가겠지만, 끝내 깨닫지 못한다면 앞으로 국민의 나라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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