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주전장` 日우익을 파헤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07/2019073102102269660001[1].jpg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주전장` 日우익을 파헤치다")
감독은 일본계 이민자로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당하며 자랐다. 일본에 갔을 때 재일 한국인이 당하는 차별을 보고, 마치 자신이 당한 차별을 보는 듯했다. 그래서 일본에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유튜브에 별 생각 없이 올렸는데 뜻밖에 일본 우익 세력의 공격을 받았다. 그 일을 계기로 일본 우익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관심이 생겨 관련자들을 인터뷰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처음엔 일본 우익의 주장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작업을 진행하면서 그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한다.
작품은 일본 우익의 중심세력이 '일본회의'라고 주장한다. 아베 정권의 장관 중 85%가 일본회의 출신이고, 아베 총리가 일본회의 의원연맹의 최고 고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회의의 중심엔 '신토'쪽 인사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신토는 야스쿠니 신사와 같은 신사를 운영하는 일본의 전통 종교로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국교로 장려됐다. 남산도서관이 바로 일제의 신사가 있던 자리다.
이 우익 핵심세력은, '일본제국은 항상 올바르고 과거 전쟁으로 일본이 아시아를 해방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침략범죄에 대한 반성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본을 전쟁 전 메이지 헌법 시대로 되돌리려 하는데, 메이지 헌법 시대란 인권을 경시하는 군국주의가 국가를 주도하는 시대를 말한다.
이런 우익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 미국이라고 작품은 주장한다. 소련을 압박하기 위해 일본의 재무장을 추진할 우익 지도자를 밀어줬다는 것이다. 그가 바로 A급 전범이며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일본 총리다. 기시 노부스케의 꿈이 현재 아베 총리에게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미국은 과거엔 소련, 지금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억지 화해를 강요했다. 미국이 유럽에선 나치 세력을 없애버렸지만 아시아에선 일본 군국주의 세력과 손을 잡은 셈이다. 이러니 미국이 재무장을 획책하는 일본의 뒷배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이런 배경을 이해하면 중국의 위협이 커질수록 미국과 일본 우익의 관계가 더 긴밀해질 거라는 점도 예측할 수 있다.
'주전장'을 보면 일본 우익의 뿌리가 아주 깊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베 총리 때 갑자가 나타난 흐름이 아닌 것이다.
과거 정한론을 설파했고 메이지유신의 중심세력을 길러낸 조슈번의 요시다 쇼인에서 이토 히로부미, 기시 노부스케로 이어지는 흐름이 아베 총리로 이어진다. 이들은 일본을 태평양 전쟁 패전 이전의 거대 열강으로 되돌리려 한다. 그런 일본을 산업적으로 위협하며 도덕적으로도 끊임없이 국제사회에서 압박하는 한국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이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등의 문제는 아시아를 해방시켰다고 주장하는 일본 우익에겐 역린이다.
그러니 일본 우익의 칼끝이 한국을 향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겨난 앙심 때문에 보복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깊은 역사가 있다. 상황변화에 따라 한일 협력기조가 강화될 수도 있지만 일본 우익의 실체가 이렇다는 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진작 그들의 실체를 이해했으면 우리 산업의 핵심 소재를 일본에 의지한 채 그렇게 태평한 세월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에 명줄을 내맡기고 방심하며 살아왔던 셈이다. 일본과 우호 관계를 회복하더라도 지나친 의존은 경계해야 한다.
한편, '주전장'을 보면 일본인이 모두 우익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우익에 반대하는 일본인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고 일본에서 개봉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본 우익을 경계하기는 하되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엔 우호적 태도를 유지해야 일본 내에서 친한 양심 세력이 힘을 얻고 일반인이 우익의 선동에 넘어가는 일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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