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은행은 항공기 시동용 발전기 기술을 가진 C업체에 항공발전기 제조기술이 체화된 기계설비를 담보로 운전자금을 지원했다. C업체가 기술평가등급T3를 받은 국내 유일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계·설비, 매출채권, 지식재산권(IP) 등의 자산을 담보로 활용하는 동산 대출의 활성화 정책이 시행된 지 1년 만에 대출 잔액이 1조원을 넘겼다.
17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권 간담회를 가지고 지난 1년간 동산담보대출 공급규모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5월 23일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 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기계·설비, 매출채권, 지식재산권(IP) 등 동산이 기업 전체 자산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일부만 담보로 활용되면서 대출 거절을 당하는 중소기업의 금융접근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전체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1조657억원에 달한다. IP를 제외한 일반 동산 담보 대출의 최근 1년간(2018년 3분기∼올해 2분기) 신규 공급액은 5951억원이었다. 2017년 3분기∼2018년 2분기 공급액(767억원)의 약 7.8배에 달한다. IP를 제외한 일반 동산 담보의 대출잔액은 지난해 6월 2068억원에서 올해 6월 6613억원으로 3배 늘었다. IP 담보대출은 4044억원에 달한다.
시중은행들의 IP 담보대출 잔액은 올해 3월 13억8000만원에서 6월 793억2000만원으로 급증했다. 지난 3개월(2019년 4~6월) 시중은행이 IP 담보대출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에서 19.6%로 늘어났다. 이는 금융당국의 정책에 따라 지난 4월부터 IP 담보대출을 본격적으로 취급하기 시작해서다. 이전에는 시중은행에서 IP담보대출을 사실상 취급하지 않았다.
선욱 금융위 산업금융과장은 "자산담보대출이 활성화한 미국은 동산 담보 대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는다"며 "대출 잔액 1조원이라는 게 적다면 적을 수 있지만, 동산 대출이 활성화하면 영세한 업체에는 큰 혜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 동산담보 대출을 활용하면 최대 3.5%포인트 금리 인하와 최대 1.5배 한도 상향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은행은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을 활용해 여신 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케이블카 같은 동산 담보물에 IoT 단말기를 붙이면 케이블카의 이동이나 단말기 해제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되는 것. 금융위에 따르면 관리비용은 과거 경비용역 파견 비용 월 240만원에서 IoT 부착 비용 월 9만2000원으로 줄어든다.
금융당국은 동산금융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이어간다. 우선 일괄담보제 도입 등을 담은 동산·채권담보법 정부 입법안을 마련해 연내 개정할 계획이다.
현재 신용정보원에서 시범 운영 중인 동산금융정보시스템(MoFIS)의 구축을 8월까지 끝낼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기계 기구·재고·IP 등 동산을 일정한 분류 코드로 묶고, 중복담보 여부와 감정평가액, 실거래가액 같은 정보를 제공한다.
정부는 또 내년 초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함께 동산 담보 회수지원기구를 설립할 예정이다. 최종구 위원장은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동산 자산은 600조원 규모지만, 동산금융의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라며 "창업·중소기업을 위해 은행들이 더 힘써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