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인구 80만 믿었는데… 무섭게 오른 임대료에 하나둘 떠나

경기도서 손꼽히는 유동인구 갖추고도 상권은 쇠락
소비자 발걸음 끊기고 인근 상가 곳곳은 공실 상태
인근 윗길·범박동 지역 개발로 쏠림현상까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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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인구 80만 믿었는데… 무섭게 오른 임대료에 하나둘 떠나
디지털타임스 연중캠페인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자문위원과 취재진이 방문한 역곡상상시장에서 상인과 대화를 하고 있다.

부천=이슬기9904sul@


유동인구 80만 믿었는데… 무섭게 오른 임대료에 하나둘 떠나
역곡상상시장은 '만화 시장' 콘셉트의 성공으로 활기를 찾았다. 반면 부천역 주변은 높은 임대료로 상권이 위축됐다.

부천=이슬기9904sul@


유동인구 80만 믿었는데… 무섭게 오른 임대료에 하나둘 떠나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1부. 풀뿌리상권이 경제 근간이다

2부. 풀뿌리상권 현장을 가다

9 부천시 역곡상상시장·부천역 상권

3부. 희망의 노래를 부르자


상권 정밀진단
역곡상상시장


정부 지원·상인회 조직으로 '만화 시장' 콘셉트 갖춰
직접 만화가 찾아가 지원 요청, 저작권 부담 덜기도
지속적인 콘텐츠 개선으로 젊은 소비자 몰리고 활기

부천역

경기도서 손꼽히는 유동인구 갖추고도 상권은 쇠락
소비자 발걸음 끊기고 인근 상가 곳곳은 공실 상태
인근 윗길·범박동 지역 개발로 쏠림현상까지 우려


지난달 28일 경기 부천시 원미구에 위치한 역곡상상시장.

곡식 좌판과 신발 가게를 지나자 밝고 깔끔한 시장 골목이 펼쳐졌다. 역곡역에서 시장 북문을 잇는 시장길 좌우에 과일·떡·보석·분식·생선가게들이 신선하고 질 좋은 상품을 펼쳐놓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날씨에 상관 없이 편안한 시장 나들이를 하게 해주는 아치형의 지붕이 설치돼 있고, 모든 점포들이 통일된 디자인의 간판을 걸고 있어 정돈되고 깨끗한 인상을 풍겼다. 평일 늦은 오후 시장 골목은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거나 필요한 물건을 사려는 이들로 붐볐다.

시장 중앙통로를 지나다 한 골목으로 들어서자 만화 캐릭터로 단장된 만남의 장소와 고객지원센터 건물, 시장의 각종 정보를 전달하는 YG방송국과 만화체험실, 장난감도서관이 나왔다. 만남의 장소에서는 시장을 찾은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차를 마시거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고객지원센터에서 만난 추주식 시장 상인회 총무(57)는 "상인들이 똘똘 뭉쳐 다양한 변화와 시도를 하다 보니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자연스럽게 매출도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 머리 맞댄 역곡상상시장 '활기'=역곡상상시장은 2014년 정부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시설현대화, 특성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면서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의 위협에도 밀리지 않는 장터로 자리 잡았다. 약 120개 점포로 구성된 시장에는 매일 1만2000명 내외의 손님이 찾는다. 장사가 잘 되려면 일단 사람이 많이 모여야 한다는 판단 하에 상인들은 스토리와 콘텐츠에 투자했다.

전통시장 현장에서 10년 넘게 경험을 쌓은 전영애 역곡상상시장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장(55)은 "작년 7월 문화관광형시장 사업에 두번째 선정돼 특화와 차별화에 초점을 둔 희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상인들이 문화에서 차별점을 찾자는 공감 하에 부천의 특성을 살려 만화 갤러리, 만화 미디어를 만드는 등 '만화 시장'으로 콘셉트를 잡았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을 받아도 상인회가 조직력이 없으면 기회를 살리지 못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역곡상상시장 상인들은 모두가 머리를 맞대 전략을 세우고 일본 등 선진사례를 직접 찾아가며 실행전략을 짰다.

시장 공간부터 홈페이지까지 만화를 입히고 만화 캐리커처 체험을 할 수 있는 만화체험실도 만들었다. 심각한 상권 침체를 겪다가 유명 만화가 아오야마 고쇼의 '명탐정 코난'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게게 노 기타로의 괴기만화로 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변신한 일본 돗토리현이 벤치마킹 대상이다. 일본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변두리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세계적 명소로 변화한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역곡상상시장 상인들은 각자 자비를 내 현지를 돌아보고 노하우를 익혔다. 그리고 시장에 맞는 캐릭터와 함께 콘텐츠를 함께 만들기 시작했다.

◇만화로 차별화하기 위해 상인들 발로 뛰어=전영애 단장은 "만화 저작권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상인회장부터 나서서 만화가들을 찾아다니며 지원을 요청했다"면서 "미생 신드롬의 주인공 윤태호 작가, 이현세 작가, 머털도사를 그린 만화계 거장 이두호 등 유명 작가들이 판권료를 포기하다시피 하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희망 프로젝트 2년차를 맞은 올해는 만화 갤러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추주식 총무는 "작년 연말 20개 점포를 대상으로 희망 프로젝트 시작 전후의 카드단말기 기준 매출을 비교한 결과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전체 120개 점포를 합산하면 28% 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는 49세 이하면 청년으로 보는데 전체 상인 중 49세 이하가 70%에 달하고 가업을 이어받는 상인과 청년창업 상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영애 단장은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역곡역 주변의 상권도 반사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풍부한 유동인구 불구 부천역 주변은 경기 악화=그러나 부천 내 모든 상권이 이곳 같지는 않다. 부천은 인구 85만명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고 주말에는 부천역 주변의 유동인구가 80만명 정도에 달하지만 부천역 주변 상권만 해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게 현지 상인들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의 평가다.

부천역 주변은 이마트, 롯데시네마, 교보문고 등 대형 쇼핑·문화공간뿐 아니라 젊은층부터 중·노년층까지 다양한 수요층을 겨냥한 상가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특히 주변에 부천대, 가톨릭대, 서울신학대 등 3개 대학이 위치해 있어 대학생들이 중요한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곳을 가도 볼 수 있는 커피숍, 게임방, 식당, 옷가게 외에 지역만의 특색 있는 상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역 근처를 벗어나자 임대문의 표시가 붙은 상점들이 하나둘씩 보였다.

이 지역에서 어린 시절부터 살아왔고 아버지와 함께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홍상우 씨(29·스마일부동산)는 "3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특히 올해 경기침체가 가장 심하다"면서 "4~6월에는 상가에 손님이 많은 기간인데도 빈 상가에 대한 계약 문의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내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체감 경기가 급락했다는 것이다. 홍 씨는 "상가를 하려는 사람도 경기 때문에 움츠러들고 현재 하고 있는 사람들도 심리적 위기의식을 느끼고 처분 계획을 세우는 이들이 늘고 있다"면서 "심리와 매출저하가 함께 가져오는 압박감으로 인해 빈 상가가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올라가면 안 내려오는 임대료가 가장 문제"=올라갈 때는 무섭게 오르다 내려오지 않는 임대료도 상점들이 문을 닫는 결정적인 이유다. 경기와 상관없이 상가 주인들은 주변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설 때마다 상권이 좋아진다고 보고 주기적으로 임대료를 올리다 보니 수년 전보다 임대료가 크게 높아졌다. 여기에 최저임금 부담까지 겹치다 보니 가게를 접는 상인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

최저임금 부담 때문에 사람을 쓰는 시간을 줄이고 직접 일하는 사업장 주인들이 늘어나다 보니 일자리가 줄어들고, 그 결과 주변 원룸조차 공실이 늘어났다. 상점 중 그나마 음식점이 경기를 덜 타는데 이마저 일부 소문난 곳에만 손님들이 줄을 선다고 한다.

홍상우 씨는 "상권을 살리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너무 높아진 임대료를 낮추는 것"이라면서 "가계를 하려는 사람들이 중개업소를 찾아 왔다가도 임대료 부담 때문에 돌아서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7호선 신중동역과 부천시청역을 잇는 롯데백화점 중동점 주변도 부천의 주요 상권 중 한 곳이다. 이날 늦은 오후 롯데백화점 뒷골목에서는 가게마다 저녁장사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3개월 전 개장했다는 한 이자까야 사장은 "기대한 것에 비해 장사가 안 된다"면서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은 가족과 친구단위 손님들이 찾아와 그나마 매출이 되는데 평일이 신통치 않다"고 말했다.

전영애 단장은 "부천은 상동신도시가 커지고 지하철이 들어서면서 계남대로로 중심상권이 옮겨가면서 기존 중동신도시 상권이 크게 위축됐다"면서 "상동신도시 상권은 번화하고 현란한 데 반해 중동신도시는 죽어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윗길과 범박동 개발로 상권이 커지면 또 한번 쏠림현상이 우려된다는 게 전 단장의 진단이다.

전 단장은 "상권은 서로 어우러져서 커야 하는데 좁은 상업지구에 홈플러스,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이마트, 세이브존 등 대형 상업시설이 너무 많이 몰리다 보니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안 좋다"면서 균형 있는 상권개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천=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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