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비메모리 반도체, 세계 최강 될 수 있다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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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0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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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비메모리 반도체, 세계 최강 될 수 있다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우리나라 경제상황은 늘 끊임없는 부침을 반복하며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정체되어있지 않고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1980년대 정치적 혼란 속에서의 경제 후퇴 이후에 88 서울올림픽을 통한 경제호황이 잇따랐고, 수출 주도의 경제성장에 연이어 'IMF 위기'라는 국가부도사태를 맞기도 했다. 이처럼 끊임없는 경제의 등락이라는 큰 순환을 생각한다면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나 수출 부진 등에 따른 경제위기론 역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경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예측을 기반으로 적절한 대응책을 만들고 신속히 실행에 옮기는 선제적 대응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특히 한국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였던 반도체 부문의 수출 악화로 점화된 경제위기론은 그 원인을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IT기업의 데이터센터 구조조정, 스마트폰을 비롯한 IT기기 수요 정체 등이 반도체 단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데, 작년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현상으로 인해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대응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물론 오래전부터 반도체산업 내에서 반도체 시장의 주기적인 경기 사이클에 따라 올해 반도체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예상이 있었기에,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은 비교적 대비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후방산업을 담당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의 영업 환경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으며, 급격한 임금상승으로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까지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국가 주도의 새로운 성장동력 및 미래 먹거리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60%에 이를 만큼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다. 이에 비해 시스템반도체 등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3% 내외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반도체 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는 왜 약진하지 못하는 것일까?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미세화 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메모리 반도체에서 남들보다 적어도 한 세대 이상 앞서는 우수한 기술경쟁력을 유지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고, 미세화 공정이 아닌 설계 기술이 더 중요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뛰어들만한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 때 세계 1위이던 일본의 메모리 산업이 우리나라에 추월당한 이후 한 순간에 전체 반도체 산업이 몰락한 현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최근 중국이 국가적 사업으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것을 보면 일본의 사례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지능형 반도체 분야는 한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며, 비메모리를 포함한 반도체 최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개발과 특허 확보가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반도체의 설계 원천 기술은 비메모리 반도체 기술 선진국이 개발하였는데, 이 때문에 현재 우리가 외국기업에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따라서 장기적인 반도체 강국으로 입지를 확고히 하기위해 안정적인 연구 환경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협업하여 반도체 연구에 뛰어들어 원천기술 개발과 특허 확보를 할 수 있는 산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산·학·연 연구주체 간의 벽을 허물고 국내 R&D 역량을 총결집할 수 있는 효율적인 연구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반도체 연구개발에 있어 산업계와 학·연 사이에 높은 벽이 존재해 왔다.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의 우수 연구성과와 연구 환경이 부족하고, 학계나 연구소에서는 반도체 연구에 필수적 대형 인프라가 전국에 흩어져 완성도 높은 연구결과를 창출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이러한 연구 주체간의 벽을 없애고 산학연 고유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 대형 연구성과 창출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덧붙여서 정부의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현 정부는 반도체 연구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지난 4월 30일 대통령이 주재한 자리에서 비메모리 반도체의 비전 선포와 국내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였다. 아울러 향후 10년간 1조원 가량이 투자되는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여 내년부터 반도체 원천기술 및 설계기술 개발에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처럼 정부를 포함한 산학연의 노력을 바탕으로 연구 환경과 연구자세의 대전환을 이뤄나간다면 앞으로 10년 후에는 메모리, 비메모리의 구별이 없는 명실상부한 반도체 강국을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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