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상임이사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게임중독 왜 문제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1905/2019053102102269660001[1].jpg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게임중독 왜 문제인가")
이번에 WHO(국제보건기구)에서 최소 12개월 이상 게임 때문에 개인, 가족, 사회, 교육, 직업 등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면 게임장애로 진단할 수 있으며 증상이 심각할 경우에는 12개월 이전이라도 진단이 가능하다는 기준(코드)을 제시해 2022년부터 194개 회원국이 이 기준에 따라 진료를 하도록 권유하였다.
그런데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업체는 물론 문화체육부 등에서도 게임중독이라는 질병 분류에 반대를 해온 것 같다. 반대의 근거로 우선 게임중독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한다. 과도하게 게임에 몰입하면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과다하게 분비되면서 충동을 자제하는 역할을 하는 뇌의 전두엽을 자극해 기능을 손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는 많이 발표되어 있으며 이는 마약중독과 비슷한 양상으로 판단되고 있다.
또 일단 게임중독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평생 정신질환자의 낙인이 찍힌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많은 정신질환자들이 치료가 되면서 과거에 비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고 있을 뿐 아니라 게임중독을 포함한 정신질환도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예후가 좋기 때문에 오히려 질병으로 분류하여 조기 치료를 함으로써 낙인효과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게임중독 왜 문제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1905/2019053102102269660001[2].jpg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게임중독 왜 문제인가")
게임 중독의 본질은 게임 자체가 아니라 다양한 즐길 거리가 없는 문화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맞는 지적이다. 그러나 일단 게임에 몰입하면 다른 오락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더 게임에 몰두하므로 다양한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지나친 게임문화는 억제할 필요가 있다.
게임이 문제라면 프로게이머같이 전문적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 모두가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로 간주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WHO는 게임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심각한 일상생활의 장애를 발생한 경우에 국한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환자의 치료는 의학적인 근거에 기반을 두고 이루어지는 것이지 여론 조사를 통해 치료되는 질환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WHO 결정도 의학적인 판단에 따라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반론은 게임산업의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산업이 위축될 경우 수 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인데 이는 대단히 심각하고 위험한 논리다.
국가는 어떤 산업이라도 그 산업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의무가 있다. 카지노 허가를 매우 엄격하게 하고 담배 광고를 금지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만일 특정 산업의 매출을 위해 특정 질병의 진단기준을 거부한다면 이는 국민 건강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인 것이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판단하여도 게임중독 환자를 치료하는데 들어가는 직접적인 진료비와 게임중독으로 인해 정상적인 활동을 못하는데 따른 2차적인 피해의 간접비용을 같이 고려한다면 질병으로 분류하여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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