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단 3초 안팎에 불과한 스포츠카들이 '회사차'다. 람보르기니가 올해 들어 4월까지 국내서 판매한 차량 23대는 모두 법인차였다.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스포츠카의 대명사 포르쉐 역시 10대 중 6대가 회사차다. 2016년 개정한 세법(법인세법 및 소득세법)을 비웃듯 올해 수입차 판매에서 법인차 비중은 개정 이후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8일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국내서 팔린 수입차 7만380대 중 법인 비중은 38.78%(2만5884대)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세법 개정 이후 같은 기간 중 최고치다. 세법 개정 첫해인 2016년 35.37%를 기록했던 법인차는 2017년(34.93%), 작년(32.39%)까지 내리막길을 걷는다 싶더니 올 들어 대폭 상승했다.
전체 연간 기준으로 봐도 비슷한 추이를 나타냈다. 2016년 한 해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법인차 비중은 35.69%를 차지한 이후 2017년 35.23%로 소폭 떨어졌지만, 작년 36.22%까지 다시 올랐다.
개정 세법에 약발이 듣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른바 '무늬만 회사차'가 늘어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법인차의 연간 감가상각 한도를 800만원으로 제한했다. 1년에 최대 800만원만 회사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차량 구입비와 유지비를 합해 1000만원 이상을 비용으로 인정받으려면 운행일지를 작성해야 한다는 규정도 새로 추가했다.
하지만 '꼼수'는 있었다. 연간 감가상각 한도(800만원)를 제한했다지만,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이월할 수 있다. 감가상각 총액 한도는 없다. 운행일지 작성 의무 규정도 일일이 확인하기 힘들다. 올해 국내서 팔린 람보르기니 차량 23대가 모두 회사차로 둔갑할 수 있는 배경이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