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버닝썬게이트 수사, 이제 시작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05/2019052202102269660002[1].jpg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버닝썬게이트 수사, 이제 시작이다")
그런데 승리는 사실, 당연히 구속될 사람이 아니었다. 현재 승리가 받고 있는 혐의는 성매매, 성매매 알선, 식품위생법 위반, 업무상 횡령, 이렇게 네 가지다. 이중에서 성매매, 성매매 알선, 식품위생법 위반은 죄가 입증돼도 구속 가능성이 낮다. 흉악범이라고 하기 어려운 죄목이다. 구속 가능성이 있는 혐의는 업무상 횡령인데, 법원이 여기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즉,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처음부터 구속이 쉬워 보이지 않았다. 횡령 혐의가 분명했다면 진즉에 '누가, 얼마를, 어떻게' 횡령했는지 보도가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승리 횡령 혐의에 대한 보도는 그동안 수치가 오락가락했고 그 내용도 불분명했다. 이것은 경찰이 아직 확증을 잡지 못했다는 것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영장 기각을 특혜라고 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중의 분노는 폭발했다. 바로 이런 대중 여론에 영합해 경찰이 그동안 승리를 '탈탈' 턴 것으로 보인다. 무려 78일에 걸쳐 18회나 소환했다. 반드시 승리를 구속시키려 작정하고 달려든 모양새다. 하지만 잡아낸 혐의 중에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된 것이 없다. 승리 개인 비리들만 걸려들었다.
수사기관이 어떤 사람을 처벌하려고 작정하고 달려들었지만 원래의 사건 관련해서 혐의점을 찾지 못할 때, 그 사람을 탈탈 털어서 뭐든 걸려고 하는 것을 '별건수사'라고 한다. 경찰이 승리도 그렇게 개인사를 털어서 먼지 한 톨까지 다 들여다 본 것으로 추정된다. 대중과 언론이 승리가 버닝썬 게이트 몸통이라며 승리 처벌을 강력히 요구하고, 경찰이 승리 처벌에 조직의 명예를 걸었기 때문이다.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은 버닝썬에서 조직적으로 벌어졌다는 VIP의 성범죄와 마약범죄, 그리고 그 뒤를 봐준 공권력과의 유착이다. 더 나아가, 강남 대형 클럽업계에 만연하다는 범죄와 유착의 뿌리를 캐야 한다. 버닝썬은 최근 생긴 신생업체에 불과하고 그 전부터 강남 대형 클럽에서 온갖 범죄가 벌어졌다고 한다. 클럽 영업직원들이 오피스텔을 빌려 그 안에서 VIP들이 상상을 초월한 범죄행각을 벌이도록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 실체를 밝히는 것이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이다.
그런데 엉뚱하게 승리가 몸통이라며 승리의 개인비리를 탈탈 턴 것이다. 심지어 승리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가 그 배후라며 YG 불매운동까지 벌어진다. YG는 지금 세무조사를 받고 있을 뿐 클럽 성폭행과 마약유통과 관련해선 혐의를 받은 적이 없다. 이런데도 YG가 버닝썬 게이트 배후라고 단정하는 여론이 놀랍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대중의 정의감이 잘못된 방향으로 집단 폭발해 근거 없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인터넷 인민재판이다. 경찰이 거기에 휘둘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문제다. 이렇게 대중과 언론의 시선이 승리, YG에 쏠리고 경찰 수사가 승리에게 집중된 사이에 버닝썬 게이트의 진실은 덮이고 있다. 버닝썬 이외의 강남 대형 클럽에서 벌어진 성범죄, 마약범죄, 유착 문제에 대해서도 별다른 조사 소식이 없다. 그저 승리 조사로만 두 달 이상 떠들썩했다.
이렇게 연예인에게 시선이 쏠리는 것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일이다. 버닝썬의 문제는 또 다른 대형클럽 아레나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할 정도로 아레나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증언이 나왔는데도 버닝썬만 계속 화제가 된 것은, 버닝썬에서만 연예인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중, 언론, 경찰은 오로지 그 연예인에게 집중했고 결국 버닝썬 게이트 조사는 '연예인 개인 비리 탈탈 털며 언론에 중계하기'로 변질됐다. 이제라도 승리 비리 사건과 버닝썬 게이트를 분리해서, 버닝썬 게이트를 원점에서부터 조사해야 한다. 처음부터 승리, YG로 답을 정할 것이 아니라 예단 없이 조사해서 어떤 진실이 드러나는 지 지켜봐야 한다. 그렇게 조사한 끝에 승리 이름이 나온다면 그때 버닝썬 몸통이 승리라고 확정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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