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기상·환경·재난` 전문채널 만들자

황근 선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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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0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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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기상·환경·재난` 전문채널 만들자
황근 선문대 교수
얼마 전 '공영방송의 역할'에 찬·반 토론수업이 있었다. 매 년 해온 토론수업이지만 이번 학기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주제가 매 토론 때마다 제기되어 논의를 주도했다. 흔히 공영방송 하면 정치적 독립성이나 공정보도 같은 것들이 주로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뜻 밖에도 '강원도 산불관련 재난보도'가 모든 토론에서 핵심 논제가 된 것이다.

3시간 넘게 진행된 학생들의 토론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정치인들의 생각과 달리 요즘 학생들에게 방송의 정치적 의미는 그렇게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도리어 생활정보나 환경 같은 피부에 와 닿는 정보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번 KBS의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산불보도는 학생들뿐 아니라 모든 국민들에게 공영방송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킨 것 같다.

여기서 필자는 공영방송 KBS에게 부여된 '재난방송' 책무가 과연 의미있고 실효성 있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 KBS의 부실한 재난보도는 이번에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전 정부 일이지만 '세월도 참사 보도'도 그랬고, 현 정부 들어서도 재난 발생 때마다 상업방송들보다 늦장을 부린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럼에도 KBS는 수신료 인상을 위한 명분으로 '재난방송'을 강조했고 별도의 추가 주파수 분배를 요구하기도 했다. 마치 '재난방송'이 상업방송과 차별화된 공영방송의 고유한 책무인 것처럼 표방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재난 발생 때마다 '재난 주관방송사'라는 KBS가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 기상·환경·재난은 이례적으로 벌어지는 간헐적 사건이 아니다. 오늘의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든 국민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찾아보는 정보가 되었다. 올 여름은 얼마나 더울까하는 걱정을 벌써부터 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환경오염이나 재난은 우리 국민 모두가 항상 부딪치면 살아야 하는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보도·오락·교양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구조화된 편성스케줄에 의해 운영되는 방송사가 재난보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부실이 내재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 환경·재난에 대한 전문성도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 너무도 자명하다. KBS의 소극적이고 부실한 재난방송은 방송사의 무책임한 태도도 문제지만 어쩌면 제대로 할 수 없는 방송사에게 그 일을 맡기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벌어지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회에 기상·환경·재난 전문채널을 국가가 주도해서 상설 운영하는 것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기상이변은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때문에 오늘의 날씨 수준을 넘어 미세먼지나 오존 농도까지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보도해야 한다. 또 수시로 벌어지고 있는 기상이변이나 자연재해에 대처할 수 있는 전문적인 정보들도 제공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경부, 기상청은 물론이고 안전행정부와 소방청까지 국가가 확보하고 있는 모든 관련정보들을 체계적으로 수집·통합·분석해서 국민들에게 알리는 상시 재난대비체제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과거에 민간에서 운영했던 기상채널이나 환경채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채널들은 인기 상업채널들과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없었다. 또 제한적인 정보수집 능력과 중요해지고 있는 전문성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직접 나서 기상·환경·재난관련 전문채널을 설립하고, 방송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전달수단을 통합 운영할 필요가 있다. 환경과 기상 문제는 이제 특정 조직의 존립 명분으로서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매일 마주치고 사는 현실의 문제다. 말로만의 재난방송이 아닌 실질적인 재난방송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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