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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인문학] `노트르담 화재` 와 이야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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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수 충북대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
[디지털인문학] `노트르담 화재` 와 이야기의 힘
조만수 충북대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의 중요한 일부가 화재로 소실되었다. 그곳을 이미 찾았던 사람이건, 아니면 언젠가 가보고 싶지만 아직 방문해 보지 못한 사람이건 간에, 종교와 상관없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이 화재를 자신의 불행처럼 안타까워했다. 무엇이 이 성당을 연간 1300만명에 달하는 유럽 역사유적지 중 최다 방문객들이 찾게 만드는 것일까? 또 무엇 때문에 일개 성당의 손실을 전 세계인들이 이처럼 안타까워하는 것일까? 실상 그 높이로 치면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퀼른 대성당에 비교할 바가 아니며,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더 놀라운 건축적 독창성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지구상 그 어느 곳보다도 더 상징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이번 화재를 통해서 우리는 확인하고 있다. 과연 그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운 무엇인가? 화재 현장에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했던 짧은 담화 속에서 그 답을 가늠할 힌트를 찾아볼 수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우리의 역사이며, 우리의 문학이고, 우리의 상상력입니다. 또한 전염병, 전쟁 그리고 해방 등 우리 역사의 큰 사건들을 겪은 자리입니다. 우리 삶의 진원지인 것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담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그가 '역사'와 '문학', '상상력'을 동등한 것, 혹은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어로 히스토리(history), 프랑스어로 이스투아르(histoire)라는 단어는 '역사'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이야기'라는 뜻도 지닌다. 우리가 역사라고 말하는 것도, 과거에 대한 객관적인 기록이라 믿고 있지만 결국 하나의 '이야기'인 것이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프랑스인에게, 그리고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이 성당이 중요한 종교적·역사적 건축물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프랑스인들의 삶의 일부를 이루는 '이야기'들을 품고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의 일부를 또 우리가 공유하기 때문에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에 우리도 함께 충격을 받는 것이다.

화재는 이제껏 잘 모르던 노트르담 대성당의 보물들이 화제, 즉 이야기의 주제가 되게하였다. 그 중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예수의 면류관이었다. '성자 루이'라고 불린 프랑스왕 루이 9세가 콘스탄티노플의 보두엥 2세에게 1237년 사들였다는 예수의 면류관이 노트르담 대성당에 보관되었으며, 이를 맞이했던 루이 9세의 상의도 보관되어 있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다행히도 이같은 성유물들은 안전하게 이관되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그런데 실상 13세기에 루이 9세가 천문학적 가격을 치루고 사들인 예수 면류관의 진위를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수님이 골고다 언덕을 오르며 고난을 당하실 때 이마에 썼기에 그의 피가 묻어 있는 실제의 그 가시관이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에 보존되어 있다는 것을 사실 누가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받아들인다. '아우라'는 때론 사실보다 하구의 이야기 속에서 생겨난다. 루이 9세도 이 물건 자체 보다는 이를 성유물로 믿게 하는 이야기에 대해 값을 치룬 것이다. 십자군 전쟁의 와중에서 성스러운 예수의 면류관을 소지한 프랑스의 왕은 기독교 세계의 지도적 위치를 점하게 되고 종교의 위엄을 갖춘 프랑스 왕은 훗날 왕권신수설을 주장하는 절대왕정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때로 사실이 허구를 참조하기도 한다. 화재 다음날 빅토르 위고의 1831년 작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이 아마존의 판매부수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사실 지구상에서 노트르담 성당을 직접 본 사람들 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이 성당을 위고의 소설을 통해서 알고 있을 것이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를 보면서 사람들은 소설 속에서의 노트르담 성당의 화재 장면을 떠올리고 그 우연한 일치에 놀랐다.

모든 사람들의 눈이 성당 꼭대기를 향했다. 사람들은 끔찍한 광경을 보았다, 장미창 보다 위쪽, 회랑 꼭대기에서, 커다란 불길이 번쩍이는 소용돌이를 내면서 두 개의 종탑 사이로 솟구쳤다. 이리저리 날뛰는 거대한 성난 화염은 연기 속으로 바람을 타고 올랐다.

2019년 4월의 화재는 또 다시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벌써 어떤 이들은 불타는 지붕의 화염 속에서 예수의 모습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퍼뜨리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들은 앞 선 이야기들에 덧입혀져 이 장소의 '아우라'를 더 강하게 할 것이다. 잔 다르크의 복권, 나폴레옹의 대관식, 드골의 전쟁 종식 기념 방문, 미테랑의 장례 미사, 그리고 최근 페미니스트들의 시위와 파리 테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미사 등 새로운 이야기가 이 성당을 자꾸 채워간다. 화염에 돌로 된 첨탑마저 무너졌지만, 이야기는 화염 속에서 더 활발하게 살아난다. 삶의 진원지, 진앙지는 늘 이야기로 소란스런 울림 속에 있다. 이야기로 가득 찬 자리, 그리고 다시 그 이야기의 울림을 듣는 자리, 그것이 문화유산인 것이다. 쌓여진 돌덩어리가 아니라 그 돌 속에 솟아나는 성스러운 인류의 정신이 이야기될 때 그것을 세계문화유산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위고의 소설을 다시 뮤지컬로 만든 '노트르담 드 파리'의 서곡 또한 우리와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지금 하는 이 이야기는 하나님의 시대, 1482년 아름다운 파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사랑과 욕망의 이야기이지요. 조각상을 만들고, 시를 짓는 이름 없는 우리 예술가들이 후대에 이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대성당의 시대가 도래했도다. 세상은 새 천년에 들어섰도다. 인간은 하늘의 별까지 올라가고 싶어하며 또한 유리와 돌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고 싶어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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