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본질은 결국 ‘신뢰’...기술력만으론 충분치 않아”

모든서비스 볼 수 있고 완벽한 검증 가능하다면 신뢰 쌓여
기술과 접목된 핀테크, 신뢰 얻을때 금융산업 급성장 할 것
주담대 고정금리로 전환… 대출이자 갑자기 오를 일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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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본질은 결국 ‘신뢰’...기술력만으론 충분치 않아”
로버트 머튼 MIT 슬론경영대학원 석좌교수

박동욱기자 fufus@


박영서 논설위원이 묻는다
로버트 머튼 MIT 슬론경영대학원 석좌교수




핀테크 성공의 핵심은 신뢰·투명성·검증...기술만이 능사가 아니라 '신뢰의 삼각형' 형성돼야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머튼(75)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경영대학원 석좌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세계경제연구원 초청으로 '금융 혁신, 핀테크 그리고 미래 금융'이라는 제목의 특강을 하기 위해서다. 27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특강이 끝난 후 머튼 교수를 따로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신뢰'를 강조했다. 핀테크 등 혁신 금융산업이 성공하려면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말했다. 머튼 교수는 "IT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금융인 핀테크는 기술력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면서 "금융의 본질은 결국 신뢰"라고 단언했다. 핀테크가 시간을 아끼고 비용을 줄이는 등 금융을 편리하게 할 수 있지만 기술 자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얘기다. 기술 발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신뢰 제고'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만약 당신이 구글의 인공지능(AI) 스피커에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 지 물어봤다. 2초 만에 '비트코인에 100% 투자하세요'라는 답이 나왔다. 당신은 이를 믿고 그대로 실행에 옮기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신뢰'를 '믿음'과 동일시하면 안된다면 말했다. 그는 자신의 손자·손녀를 예로 꼽았다. "나는 손자·손녀를 전적으로 믿어도 금융 자문은 의뢰하지 않는다"면서 "인간적으로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금융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뢰는 능력이고, 능력은 전문지식이다. 신뢰하느냐 마느냐는 어떤 정보를 알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신뢰를 크게 3가지 영역으로 나눴다. △금융사와 소비자 간 신뢰 △금융사와 규제 당국 간 신뢰 △소비자와 규제 당국 간 신뢰다. 금융 분야의 '신뢰 삼각형'이다. 그렇다면 금융사가 가져야 할 신뢰는 무엇인가. 그는 "금융사가 전문성, 역량과 능력을 갖췄다면 수수료가 차이가 나더라도 고객은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패시브 펀드' 사례는 좋은 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펀드매니저들이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 자금이 급감 추세다. 대신 상장지수펀드(ETF), 인덱스펀드 등 지수 움직임에 투자하는 패시브 펀드 자금이 늘어나고 있다. 그는 "투자자금이 액티브 펀드에서 패시브 펀드로 이동한 것은 꼭 수익률 때문이 아니다"며 "가장 큰 이유는 액티브 펀드 관계자들이 투자자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보면 소비자 신뢰가 금융산업 판도에 주는 영향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머튼 교수는 규제 당국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모든 금융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위를 투명하게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당국 역시 모든 것을 감시할 수 없다"면서 "금융사와 규제 당국 간의 신뢰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을 예로 들었다. FDA의 의약품 시판 허가 과정은 일반인이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하지만 FDA가 승인했으니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 머튼 교수는 "이런 신뢰가 바탕이 돼 우리는 안심하고 약을 사 먹는다"면서 "이처럼 규제 당국은 신뢰 생성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신뢰 외에도 그는 투명성, 검증 가능성을 미래 금융산업의 중요한 요소로 지목했다. 그는 "신뢰를 대체할 수 있는 말은 투명성과 검증이다. 모든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면 충분히 신뢰할 수 있다. 그런데 복잡한 금융서비스에선 고객이 시스템 운영 원리를 완벽하게 알 수 없는 '본질적 불투명성'이 있다. 이렇게 불투명하더라도 완벽하게 검증이 가능하다면 이를 통해서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신뢰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 누가 신뢰를 제공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기술 때문에 금융서비스 제공자가 도태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더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뢰 자산'을 갖고 있는 금융권 종사자라면 경쟁력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이런 사람들은 핀테크 덕분에 더 많은 고객을 상대로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논리다. 그는 "주식시장에서 주주 한 명의 지분이 늘면 다른 한 명의 지분이 줄지만 금융서비스는 다르다"면서 "기술에다 신뢰 자산까지 갖춘다면 금융서비스의 확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뢰라는 자산이 있다면 핀테크는 위기 아닌 기회"라며 "금융에서 신뢰가 중요하듯, 기술과 접목된 핀테크가 신뢰를 얻는다면 현재보다 훨씬 큰 도약을 하면서 금융산업을 바꿀 것이다"고 내다봤다.

머튼 교수는 한국의 가계 부채 문제에 대해서도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는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이다. 지난해 3분기 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6.9%였다. 이는 한 분기 전보다 0.9% 포인트 오른 수치다. 세계 43개국 가운데 중국에 이어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규모가 크고 증가율이 높은 데다 소득과 비교해 부담도 빠르게 확대한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

그는 "부채폭탄이 터지기 전에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면서 "우선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갑자기 오를 위험요인을 없애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서민들이 금리가 낮다고 주택담보대출을 늘려 자산 대부분이 주택에 묶여있는 상황"이라면서 "대출금리를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전환해 금리 리스크를 줄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당국이 고정금리 대출 상품을 늘리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이번에 장기적인 관점 하에서 가계 부채가 경제리스크로 전이가 안되도록 하는 방안들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머튼 교수는 조기 금융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금융 교육이 부족하면 노후를 대비할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라며 "노후준비 부재로 한국은 빈부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치원 시절부터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을 금융교육 차원에서 철저히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서 논설위원 py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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