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警, 버닝썬 의혹 말끔히 씻어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902/2019022702102269660001[1].jpg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警, 버닝썬 의혹 말끔히 씻어내야")
클럽 '버닝썬'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손님이었던 김 모씨가 처음에 클럽 직원과 경찰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일이 커질 줄은 몰랐다. 언론 매체에 약물 및 성폭력에 대한 제보가 쏟아지고 인터넷상에 동영상까지 나돌면서 사안이 점점 중대해졌다.
소문만 무성하던 차에, 구속된 버닝썬 직원의 집에서 엑스터시 등 마약류가 발견됐다. 개인 일탈인지 조직적 범죄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시중의 의혹이 완전히 헛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경찰은 천여 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 마약류와 약물 사용 성폭력 등에 대해 일제단속에 나선다고 한다.
사건 초기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과소평가하는 입장이었고, 경찰 관계자가 버닝썬 클럽을 두둔하는 듯한 말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공권력의 근간인 경찰의 말이기 때문에 일단 믿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경찰의 자충수가 됐다. 일이 확대되면서 큰일이 아닌 것처럼 대응했던 경찰의 신뢰도가 떨어진 것이다. 심지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일부 경찰관이 버닝썬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기도 했다. 이러니 의혹확산을 걷잡을 수 없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유착 의혹이 발생한 강남경찰서를 버닝썬 관련 사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사건의 중대성과 수사 공정성과 신뢰성 담보'를 위해서다. 왜 처음부터 이렇게 결연한 입장을 취하지 못했을까?
이 사건에 대중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처음엔 유명 연예인 승리가 클럽 대표라고 알려졌기 때문이었지만, 사태가 진행되면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아주 익숙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더 여론이 들끓었다. 오래된 의혹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또다시 불거지는 것에 대중이 분노하면서, 이번에야말로 진상을 규명해 의혹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난 것이다.
오래된 의혹이란 나이트클럽 약물, 성범죄와 경찰유착 의혹을 말한다. 사람들은 과거부터 나이트클럽에서 약물범죄가 성행하고 성범죄로까지 이어지는데 경찰이 그 뒤를 봐주기 때문에 은폐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해왔다. '버닝썬'도 클럽이라고 하지만 나이트클럽과 유사한 형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이트클럽엔 부킹과 룸이 있다. 부킹이란 웨이터가 여성의 손을 붙잡고 남성들의 테이블로 데리고 가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다보니, 끌려가는 여성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강제로 끌려가고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그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한다. 또, 룸이라는 독립된 공간 안으로 밀어 넣으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래서 과거부터 룸 안에서 부킹된 여성을 상대로 약물 등을 사용한 성범죄가 이루어지고, 일부 웨이터가 새벽에 인사불성의 여성들을 골라 룸 안으로 들인다는 소문이 있어왔다. 최근엔 그렇게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들이 '홈런'을 쳤다며 무용담을 인터넷에 자랑하고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까지 올린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렇게 소문이 퍼졌는데도 대대적인 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진실을 모르니 괴담만 더 퍼져갔다. 그런 상황에서 버닝썬 클럽의 사건이 유명 아이돌 때문에 사회적 주목을 받았는데, 거기에서 괴담을 떠올리게 하는 주장들이 잇따라 터진 것이다. 이 정도 민감한 사건이라면 경찰이 처음부터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했어야 하는데 너무 안일했다. 불신을 자초한 셈이다.
버닝썬은 역삼지구대 관할이다. 2007년에 이곳에서 유흥업소들로부터 매월 7000만원 가량을 상납 받은 사건이 터졌다. 당시 이 지구대는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으뜸 지구대상을 받기도 했다. 클럽뿐만 아니라 유흥업계 전반과 경찰의 유착 의혹이 언제나 있어왔는데, 2012년에 룸살롱 황제라는 이 모씨가 다수의 경찰에게 상납한 일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한 매체는 특정 지역 룸살롱 업주들이 경찰 및 단속 공무원에게 5년간 60억 원을 상납했다는 주장을 보도했다. 최근엔 버닝썬 주요 투자사 대표가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이라는 점이 알려져 유착 의혹이 더 커졌다.
여론이 악화되고 폭로가 쏟아지자 이제야 경찰이 사안의 중대성을 인지한 느낌이다. 이 사건이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경찰에 불리하게 작용할까봐 우려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 검경 이해관계 차원이 아니라 시민안전 차원에서 유흥업계 관련 해묵은 의혹을 이번에 확실히 털어내야 한다. 그래야 경찰의 명예가 그나마 회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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