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자전거로 '희망' 됐던 실제 이야기
"페달 보기 싫을 정도로 완성도 높이려 특훈
한 장면 촬영하는데 무려 6시간 이상 걸려
나이 들어가도 초심 변치 않고 노력할 것"
"페달 보기 싫을 정도로 완성도 높이려 특훈
한 장면 촬영하는데 무려 6시간 이상 걸려
나이 들어가도 초심 변치 않고 노력할 것"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엄복동'役으로 스크린 컴백 정지훈
가수(비)겸 배우로 활동 중인 정지훈(사진)이 '자전차왕 엄복동'으로 국내 스크린 컴백했다.
그가 주연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감독 김유성, 제작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에서 승리를 거두며 암울했던 조선에 희망이 됐던 실존 인물 엄복동의 이야기를 그린다.
오는 27일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지훈은 시대가 낳은 스포츠 영웅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충남 서산 출신의 제 아버지 도움이 가장 컸죠.(웃음) 고무신도 당시 부(富)의 상징이라, 보통 짚신을 신고 다녔다고 했어요. 실제로 고무신을 신다 보면 발에 물이 차서 땀이 많이 나거든요. 영화에서 보면 엄복동이 물을 마시다 다리에 한번 붓는 장면이 나와요. 심지어 발가락 하나까지 씻는 장면이 나왔는데, 감독님이 편집하시더라고요, 하하! 전 평소 일자 걸음인데, 이번 역할을 위해 팔자 걸음을 연습했어요. 과장 되지 않은 소박한 아버지 세대의 뒤뚱거리는 모습까지, 노력 많이 했습니다!(웃음)"
사실, 정지훈은 영화 속 엄복동이 안중근·유관순 처럼 독립운동가가 아니기에 그 인물에 대한 자료로 턱없이 부족했다고 했다. "일본인 선수가 엄복동에게 반칙을 하면서도 꿋꿋하게 결승점을 향해 달리는 장면은 사실과 달랐어요. 실제 엄복동은 반칙을 당하자, 바로 경기를 중단하고 단상 위로 올라가 일장기를 찢는 등 과감한 행동을 했다고 들었거든요. 그런 엄복동을 지켜보던 민중들이 뛰쳐 나가 막아 준 거고…. 지금 생각해도 너무 놀랍지 않나요?"라고 그는 말했다.
지금은 자전거 페달도 보기 싫을 정도로 작품을 위해 특훈했다는 정지훈. "제작자겸 선배 배우였던 이범수의 혹독한 현장 지도가 아니었으면 단순히 흉내만 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전 이 작품을 위해 다른 해야 할 일들을 과감히 포기했거든요. 일주일에 한번은 꼭 촬영을 못하는 상황이어서…. 올인하겠다고 마음먹고 그(이범수)가 시키는 건 다했습니다. 형도 이렇게 생각했을 거예요. '지훈이에게 출연 제안을 하면 아무래도 책임감이 강하니까 끝까지 제 임무를 완수할 거다'고, 후훗!"
그렇게 완성된 장면이 자전차 경주다. 당시 경기장을 재현하기 위해 지금의 트랙이 아닌 거친 모래 바닥 위를 힘껏 달리는, 촬영하면서 아찔했던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고. 정지훈은 "저걸 과연 어떻게 탔을까요? 액션물 촬영을 위해 배웠던 낙법이 큰 도움이 됐죠. 진짜 여러 번 굴러 넘어졌으니까요. 안전장치도 곳곳에 미리 설치를 해뒀지만 실제 촬영에 들어가면 제가 탄 자전거의 스피드가 굉장히 크게 느껴졌어요. 그런 상황 속에서 선수들 간 몸싸움 등 드라마틱하게 연출도 해야 하니까…. 촬영하는 데 있어 타이밍과 포커스가 안 맞으면 한 장면 찍는데도 6시간 이상 걸리더라고요. 정말 힘들었어요"라고 거침없이 하소연도 했다.
정지훈이 말한 자전차는 지금의 자전거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마치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와 같은 슈퍼카가 길거리를 누비면 한번 씩 시선을 모으는 것과 같은 고가의 귀중품이었다니 말이다. "안장 없이 엉덩이를 들고 스피드를 내는 장면 등 자전거를 잘 타는 기술과 요령 등이 많았겠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죠. 영화 속 자전차는 우리 민족이 유일하게 일본인을 이길 수 있는 일종의 '애국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배우로서 늘 최선을 다한다고 말한 정지훈은 "어제 시사회를 보고 창피함을 잊었어요. 제가 노력한 부분이 분명 화면 속에 보였거든요. 주변에서 평들이 많았죠. 재밌다, 그렇지 않다 등등…. 아직 개봉 전이고, 마치 모든 게 끝난 거처럼 미리 스트레스 받고 싶지가 않아요. '자전차왕 엄복동'은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관객들에게 충분한 향수를 불러 모을 수 있는 힘이 있죠. 제가 스무 살 가수로 데뷔했을 때 절 좋아해 주신 팬들의 대부분이 누님 팬이었거든요.(웃음) 벌써 그 나이 대가 된 거 같아 은근 기대가 큽니다, 하하!"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개봉 후, 결과(관객 수 등)가 두렵지는 않아요. 연예인으로 살면서 정말 두려웠던 순간은 데뷔 전 JYP(박진영)에게 매주 테스트를 받을 때가 가장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항상 긴장감을 갖고 연기든 무대든 나이가 들든 아빠가 되든 그 마음가짐은 변치 않는 거 같아요. 초심이란 건 제게 늘 필요했던 거거든요"라고.
5년 만에 스크린 컴백이지만, 늘 해외 오디션도 빠짐없이 체크한다는 배우 정지훈이다. "헐리우드에서 아시아 배우를 바라 본 시선은 늘 '액션 배우'였어요. 갱이니 킬러니 말이죠. 그걸 굳이 계속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해외 진출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작은 역할이라도 큰 작품을 원합니다. 주연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아요. 좀 더 안정적인 스탭을 밟고 차근차근히 올라가고 싶어요. 평생 연기 해야 하는 데 굳이 급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마지막으로, 그는 소속사(레인컴퍼니) 사장으로서의 본분도 다하겠다는 각오다. "여러 그룹이 데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저만큼 개성이 강하죠.(웃음) 제가 그들에게 원하는 건 단 하나, 바로 인성(人性)입니다. 박진영 형과 지금까지 잘 지내는 거 보면…(웃음) 지금은 둘 다 딸 바보라 서로 응원도 해주고 격려도 해주는 가족과 같은 선후배로 살갑게 지내고 있습니다."
성진희기자 geenie623@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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