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공세보다 미래 경쟁력 투자"
신규공장 건설외 설비증설 없어
삼성, 중장기 수요 대응 팹 건설
SK하이닉스, 미세공정 양산 준비
신규공장 건설외 설비증설 없어
삼성, 중장기 수요 대응 팹 건설
SK하이닉스, 미세공정 양산 준비
이는 올 하반기 반도체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당장의 점유율 싸움보다는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할 미래 반도체 선점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신규 공장 건설 외에 설비 증설 투자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R&D 투자 규모는 작년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장비 투자를 작년보다 약 40% 가량 줄이겠다면서도 "연구개발이나 M16 신규 팹(Fab) 건설과 같은 미래성장 기반을 위한 투자는 축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반도체 추가 증설 없이, 중장기적 수요 대응을 위한 신규 팹 건설 중심의 투자를 계획 중"이라며 "설비투자 비중은 지난해보다 줄고, 인프라스트럭쳐 비중이 늘어난다"고 전했다.
이는 삼성전자 등이 후발주자들을 견제하기 위해 물량공세를 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해소해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반도체 가격이 고점이던 지난 2017년부터 업계 일부에서는 삼성전자 등이 생산능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도전을 조기에 차단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왔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세계 반도체 빅2는 물량공세보다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를 택했다. 삼성전자 측은 "올해 2분기 이후 증가할 수요에 대응해 재고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현재 늘어나는 재고 물량을 소위 '떨이'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민주당 원내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시키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프랑스 반도체 소재 업체인 소이텍(Soitec)은 18나노 FD-SOI(완전공핍형 실리콘 온 인슐레이터)용 웨이퍼 대량 공급을 위한 협력 확대 계획을 내놓았다. 이 공정은 기존 공정과 비교해 속도 등 성능은 30% 강화하면서 전력소모는 절반 수준에 불과한 미래 반도체 제조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0년까지 18나노 FD-SOI 공정에 eMRAM(Embeded Magnetic Random Access Memory)과 RF(무선주파수)를 결합한 파운드리 공정 양산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eMRAM은 반도체 칩(SoC)에 내장한 자성체 소자를 이용한 비휘발성 메모리로, 기존 플래시 메모리와 비교해 쓰기 속도가 약 1000배 빠른 특징이 있다.
이 제품은 D램의 빠른 속도에 전원을 차단해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 낸드플래시의 장점까지 합친 반도체인 만큼 메모리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혁신 제품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우선 파운드리로 공정 경쟁력을 확보한 뒤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이천 공장에서 건설 중인 M16에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등 첨단 장비를 구축하고, 10나노 초반대 D램과 5세대 낸드플래시 등 업계 최고 수준의 미세공정 양산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지난해부터 오는 2023년까지 세계 반도체 업체의 전체 R&D 투자 비율이 매출액의 약 5.5% 수준으로 지난 2013~2018년 평균(3.6%) 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미세공정 난이도의 한계와 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 최종 용도 애플리케이션의 복잡성이 더해지면서 R&D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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