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기선제압하면서 미국 내 여론 의식한 발언
트럼프 행정부, 김영철 방북에 10일째 '침묵'
트럼프-폼페이오 오찬...고위급회담 전략 논의
2차 미북정상회담의 시기·장소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을 향해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요구했다. 이는 2차 회담을 앞두고 미북 간에 비핵화 이행과 상응 조치 간 '빅딜'을 위한 막판 줄다리기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되는데, 의제를 둘러싼 기싸움의 일환이자 미국 내 대북 정책 변화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국내용 메시지로도 읽힌다.
펜스 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전망이 밝은(promising) 대화를 시작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우리 국민과 역내 동맹을 위협하는 핵무기를 폐기하기 위한 북한의 구체적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과 대북 제재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은 대표적 대북 강경파로, 지난해 말에도 북한의 인권 유린과 관련한 연설을 계획했으나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앞두고 취소한 바 있다. 이날도 비핵화 조치를 촉구,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대화의 전망이 밝다'고 하는 강온 전략을 펼쳤다.
트럼프 행정부는 17일 김 부위원장 일행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음에도 고위급 회담 개최를 공식화 하지 않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백악관에서 "머지않아 2차 회담 장소가 발표될 것"이라고 한 이후 미북 대화와 관련한 공식 발언은 일체 없었다. 이 역시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둘러싼 미북 간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백악관이 공개한 일정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과 오찬을 함께했다. 김 부위원장을 맞이하기 전 미국의 대응 전략을 가다듬는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의 침묵을 두고 일각에서는 동선과 행적 등 외부 노출을 꺼리는 김 부위원장의 성향을 배려하고 경호·보안상의 문제를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북 간 논의는 고위급회담에서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으로, 합의 도출 여부에 따라 2차 미북 정상회담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 전달될 김 위원장의 친서 내용이 2차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16일(현지 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GPS)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펜스 부통령은 연설을 통해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촉구했다. AP·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