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초과학투자가 아이폰 탄생시켰다

천기우 한국연구재단ICT·융합연구단 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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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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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초과학투자가 아이폰 탄생시켰다
천기우 한국연구재단ICT·융합연구단 PO
한국의 과학기술 집중 투자를 통한 산업·경제 발전은 추격형 개발의 세계적 선도 사례이며, 현재 기준으로도 화려한 통계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R&D 투자 총액은 세계 5위권이며 GDP 대비 비율은 세계 수위 수준이다. 정부 투자도 연 20조원을 넘어서고 있고 논문, 특허 등 정량적 성과도 세계 상위권이다. 정부 주도의 R&D 투자를 통한 산업 발전은 압축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으며, 현 정부의 혁신성장도 이를 통해 뒷받침될 수 있을 것이다.

연구비 부정이나 연구 윤리 등의 사건이 발생할 때 질타를 받기도 하지만 R&D 투자를 통한 산업·경제 발전의 선순환 구조에 대해 국민들은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반면 기초과학을 포함한 R&D 투자에서 기술과 산업발전으로 이어지는 내부 프로세스는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연구자들도 이를 설명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기술경제사를 분석한 '인사이드 더 블랙박스'라는 책에서도 지식의 상호작용과 기술의 진보는 외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블랙박스와 같아 관련 전문가가 아니면 설명하기도 어렵고 이해도 쉽지 않다고 기술하고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 투자성과 중 가장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체감이 빠른 성과는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일 것이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은 투자에 대응한 성과로 노벨상 수상자 236명 지원을 제시하고 있고 일본도 20세기의 집중적 기초과학 투자가 21세기에 수상자 다수 배출을 통해 보답 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앞으로 수상자 배출을 위해 10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연구재단의 자체분석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또한 최근 누리호 시험발사 성공에서 나타나듯 국민들은 가시적인 최종 결과물에 대해 환호하지만 다양한 범주 및 단계의 연구 성과가 모여 어떻게 최종 성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이를 알리려는 노력도 부족하다.

흔히 기초연구를 포함한 R&D 투자의 당위성을 앞서 언급한 선순환 구조의 격발 효과, 시장실패의 보완, 지식과 가치의 창출, 인력양성과 사회적 상호작용 촉발 등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사회경제시스템이 성숙하고 고도화됨에 따라 일방적 정책 수립이 가능한 시대는 지나가고 있으며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우선 배분할지에 대한 이해관계 대립도 첨예해지고 있다. 그동안 단순한 선형적 논리에 의해 보호받아 왔던 과학기술 투자도 복지, 인프라 등 다른 분야의 자원 배분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선진국의 과학기술 투자 비중이 한국보다 낮은 것은 시스템 성숙에 따라 자원 배분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고 성장 시대와는 달리 과학기술 투자에 따른 가시적 성과 창출의 효용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우리도 선진국의 문턱에서 같은 고민을 하게 될 시점에 도달하였으며 과학기술 투자에 대해 국민이 공감하고 호응할 수 있는 직관적인 설명 및 논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영국의 경제학자 마추카토 교수는 '기업가형 국가'라는 저서에서 한 장의 도표를 통해 과학기술 투자 당위성을 간명하고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이 도표는 미국의 여러 정부 부처와 기관의 지원을 통해 개발된 요소 기술들이 어떻게 애플의 아이팟 아이폰 개발로 연결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즉 21세기 최고의 혁신 사례 중 하나가 기업 자체의 노력뿐 아니라, 장기간의 기초과학 투자의 성과 요소물이 합쳐져서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어려운 이론적 설명이나 정량적 수치 제시보다 이러한 도표 한 장이 국민적 공감과 이해를 얻는 데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우리 과학기술계도 투자의 당위성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한 혁신적 가치와 국민적 혜택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또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연구성과를 적극 발굴하여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연의 연구에 매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또한 국민 세금으로 연구비를 지원받는 연구자, 연구기관 및 연구관리 전문기관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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