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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보헤미안 랩소디` 열기의 裏面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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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0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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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보헤미안 랩소디` 열기의 裏面
하재근 문화평론가


'보헤미안 랩소디'가 기적의 흥행사를 쓰고 있다. 벌써 900만을 넘어서서 천만까지 바라본다. 퀸의 나라인 영국을 뛰어넘어 세계 2위 흥행이다. 1위는 미국인데 미국은 영화시장 규모가 다른 나라들과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불가하고, 미국 말고는 모든 나라를 통틀어 한국에서 가장 뜨겁다.

왜 유독 한국의 열기가 뜨거운지에 대해 많은 매체가 답을 내놨다. '한국인은 흥이 많고 그래서 음악영화를 사랑한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건 틀린 답이다. 한국에서 실패한 음악영화도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음악영화를 특별히 사랑한다고 보긴 어렵다. 누리꾼은 '프레디 머큐리와 퀸이 위대하고 노래가 좋아서'라고 한다. 이 주장도 이상하다. 퀸의 노래가 좋은 건 전 세계의 공통 조건이기 때문에 한국 신드롬의 이유가 될 수 없다.

한국 신드롬의 이유는 한국 내부 조건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에서 록밴드 음악은 거의 사멸지경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이돌 댄스음악이 가요계를 독식한 나라다. 그런 획일성 속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록밴드 음악을 접한 젊은 관객들이 충격 받은 것이다.

본고장 영국을 뛰어넘는 열기도 이것으로 설명이 된다. 영국인들은 영화를 통해 새삼 퀸에게 충격 받을 이유가 없었다. 이미 퀸의 노래를 들으며 살아왔으니까. 우리 젊은 관객들이 이 영화로 충격과 감동에 휩싸인다는 건 그만큼 퀸의 노랠 안 들었다는 걸 말해준다. 맛에 대해 백지 상태인 아기가 맛이 강렬한 음식에 충격 받는 것처럼 우리 관객들이 퀸과 록음악에 놀란 셈이다.

2008년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배철수는 이렇게 말했었다. "요즘 청소년들이 팝 음악을 너무 안 듣는 게 고민이다". 과거 청소년들이 FM 라디오를 통해 팝송을 끼고 살 때가 있었다. 라디오로 인기 팝송을 듣다가 서서히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과 장르가 생기고, 그때부터 '빽판'을 사 모으며 음악을 깊게 섭렵해나갔다. 이 정도가 되면 이미 인기차트는 무의미해진다. 그래서 80년대 MTV 비디오 음악이 득세할 때도 젊은 음악팬들은 퀸의 70년대 노래 같은 명곡들을 스스로 찾아서 들었다.

그런 팝의 세례를 받은 이들에 의해 우리 가요도 비약적으로 발전해, 1990년대에 이르러 팝의 사운드를 따라잡았다. 90년대 대중가요 르네상스다. 이때부터 한국 대중음악시장에서 가요가 팝을 완전히 압도했다. 우리 가요가 발전한 건 좋은데 문제는 팝을 아예 안 듣게 됐다는 점이다. 게다가 잠시 다양성이 폭발했던 가요계가 HOT 이후 아이돌 천하로 획일화됐다. 팝을 안 듣고 가요만 듣는데, 그 가요가 획일화되면서 우리 젊은 음악팬들이 듣는 음악이 극단적으로 협소해진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문화적 가난함이다. 다양한 나라, 다양한 장르, 다양한 시대의 음악을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찾아들어야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사회가 된다. 우린 그 반대인데, 특히 서구권과 크게 다른 점이 밴드음악과 록음악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댄스그룹이란 형태가 절대화되면서 서구에서 대중음악의 기본 형태로 받아들여지는 밴드가 사라지고, 록음악의 존재감도 희미해졌다. 이러니 '보헤미안 랩소디'의 록콘서트가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헤미안 랩소디'의 놀라운 흥행은 한국의 문화적 가난함을 극명히 드러낸 사태라고 할 수 있다. 젊은 관객들 사이에선 우리 대중음악계의 획일성에 대한 식상함과 반감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최근 나타난 '듣는 음악' 열풍이나 복고 열풍도 현재의 음악에 대한 반감이 반영된 것이다. 이렇게 '다른 것'에 대한 목마름이 극에 달했을 때 '보헤미안 랩소디'가 한국사회에 당도했고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반응했다.

영화가 우리가 받아들이기 쉬운 형태라는 점이 주효했다. 다른 뮤지션 전기 영화에 비해 분위기가 밝고, 이례적으로 마지막 클라이막스가 있으며, 막판에 눈물과 감동을 주는 휴머니즘 스토리였다. 한 마디로 대중적인 작품이어서 관객이 받아들이기 쉬운 내용인데 그 안에 한국 관객들이 원했던, 아이돌 음악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음악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옛 음악이지만 우리에게 맥이 끊긴 것이기 때문에 여기선 새롭다. 그래서 뉴웨이브의 충격이다. 이것이 영화 한 편의 흥행이 아니라 팝송의 부흥으로 이어지고, 밴드와 록음악의 활성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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