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욕망과 집착·파멸 그린 인생 드라마"
'이두삼' 역 국민배우 송강호
'이두삼' 역 국민배우 송강호
천만배우 송강호 주연 - 마약왕
배우 송강호를 만났다. 이번엔 '마약왕'이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라운드 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마약왕'이란 타이틀이 너무 직설적이고 세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소재 자체가 사회악이지 않나. 제작진에게 물었더니 솔직하게 가는 것이 작품의 본질에 다가갈 것이라며 설득하더라. (마약) 경험도 없지만 한번 도전해보자"고 결심했단다.
'택시운전사'로 천만관객을 동원한 국민배우 송강호가, 하루 아침에 마약왕이라니…. 지난 10년 동안 그를 바라 본 관객들의 시선은 어떻게 다를까. "솔직히 반가웠다. 영화배우로만 20년이 넘는 세월이다. 그동안 제가 보여줬던 걸 한 작품에서 죄다 보여줄 기회였다"고 송강호는 말한다.
이두삼은 애초에 건강한 정신세계를 갖고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다 살인까지 저지르며 결국 자신도 마약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는 이야기다. 송강호는 이두삼이란 캐릭터에 대해 "이 작품은 마약 세계를 심층 탐구하는 영화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욕망과 집착, 파멸을 그린 인생 드라마"라며 "마약은 이두삼이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도구일 뿐이다. 영화를 보면 주변인들이 이두삼에게 몇 번이고 경고를 하지 않나. 그래도 결국 그는 마약을 선택하고 만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당시, 송강호는 초등학생이었다. "(마약 제조나 거래 장소가 아닌) 청정지역에 살았죠"라고 깔깔 웃는 그는 함께 했던 조정석·배두나와의 호흡에 대해 "조정석은 특히 괴롭히고 싶은 후배"라고 했다. "이번 영화 홍보 과정에서 정석 씨와 서로 연기왕 이라며 칭찬을 해준 기억이 난다. 예전에도 같이 영화를 찍은 적이 있었고, 좋아하는 후배다. 두나 씨는 제게 큰 오빠라고 부른다. 볼 때마다 막내 동생 같았는데, '마약왕'에서 연인으로 호흡하게 될 줄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덧붙여, 우민호 감독과의 호흡도 좋았다고. "성격도 잘 맞고, 호탕하다. 내면의 섬세함도 가지고 있는 감독님이시다."
송강호는 '마약왕'을 찍으며 촬영 종료까지 굉장히 외로웠다고 했다. "마지막 장면에 커다란 총이 있었다. 빨간색 벤츠나 화려한 의상 말고도 총은 부의 상징이자, 파괴의 상징이기도 했다. 마약과도 같은 그 총을 이리저리 겨누고 이두삼은 비장한 승부수를 띄운다.
우민호 감독도 그런 마약 연기가 어떤지 전혀 모른다. 누구 하나 의지할 데 없이 스스로 고독을 씹고 견뎌내야만 했다"고 고백했다. 송강호는 마약쟁이 이두삼을 두고 "불쌍하고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마약 장려 영화가 아니다. 확실한 결말이 없는, 오히려 그걸 관객에게 던지는 애매 모호한 결말에 이끌림이 있을 것 같다"며 "청소년 관람불가라 초반 흥행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지만, 새로운 도전을 했다고 자부한다."
조우진·이희준 등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해서도 칭찬했다. "(현장에서) 잘하는 걸 순간적으로 느꼈을 때 짜릿함이 온다. 아내로 나왔던 김소진 씨와 호흡도 좋았다. 특히, 제 뺨을 때리는 장면이 너무 약해 한 대가 아닌 두 대를 싸대기로 때려 달라고 주문했다. 그 부담감에, 미안함에 결국 시사회 때 울더라.(웃음) 그런 후배를 보면서 책임감과 부담감이 커진다. 그래서 (선배로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2019년에도 배우 송강호는 여전히 바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시작으로, '나랏말싸미'란 영화가 상반기·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다작 배우가 아닌데, 내년엔 몰리게 됐다(웃음). 개봉 무렵 경쟁작들은 신경 안 쓴지 오래다. 왜냐, 매력으로 승부 해야 굳게 살아남는 것 같다"고 소신을 밝힌 배우 송강호. "흥행 보장성이 아닌,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위해 언제나 도전하고 싶다. 마약왕? 늘 같은 범죄 이야기를 하더라도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를 앞으로도 갖고 싶다."
성진희기자 geenie623@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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