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속 '흥행왕' 도전 우민호 감독
"헛된 욕망을 맹렬하게 쫓다 결국 스스로 자멸하는 이야기, 리어왕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영화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사진)이 국민배우 송강호를 앞세워 역대 청불 사상 최초로 2연속 '흥행왕'에 도전한다.
12월 19일 개봉 전날, 서울 삼청동 모처에서 만난 우 감독은 "작가와 상의 끝에 송강호 선배님과 꼭 해보고 싶었다"며 "'택시운전사' 촬영이 한창이었던 부산 세트장에 직접 내려가 '마약왕'을 소개했다. 1970년대 유신정권 당시 마약으로 수출 신화를 쓴다니, 이게 말이 되냐며 송강호 선배에게 사진 한 장을 건넸다. 200억 상당의 히로뽕을 저장해 둔 화려한 저택 앞에서 김인구 검사는 과연 누구와 대치를 하고 있었나 궁금증이 컸던 걸 선배님과 당장 공유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우 감독은 이어 "그 저택의 지하실 공장엔 마약이 가득했고, 그 냄새를 희석 시키기 위해 마당에 장미꽃밭을 가꿨다. 총기도 11점이나 발견됐다. 그 속에 갇힌 이두삼을 스크린에 녹이고 싶었다. 그 시대를 풍미했던 한 사람의 인생 10년사를 온전히 담기 위해 100회차 넘게 찍었다"고 전했다.
'마약왕'의 러닝타임은 139분. 적어도 최종본이 180분 정도는 나와줘야 완벽한 영화의 탄생이 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에 우 감독은 "제가 생각한 '욕망'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남산의 부장들' 촬영이 한창인데, 벌써 60회나 넘게 찍었다. '마약왕'도 '내부자들'처럼 감독판을 만들고 싶은 데, 시간이 없다"고 아쉬워 했다.
청불 영화 연출이 감독에겐 부담이 큰 게 사실. 마치 우민호의 취향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흥행 부담도 크다고 이야기한 우민호 감독은 "결국 제 영화적 취향이 맞긴 한데..(웃음) 이번 영화는 특히, 주인공의 10년 서사를 어떻게 메울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다행히 송강호란 배우가 그걸 너무나도 잘 채워주셨고, 선배님에게 미안했던 건, 마약이란 게 쉽게 경험해 볼 수 없는 것인데, 마치 그걸 한 것처럼 연기하면서 스스로 괴멸해가는 마지막 장면을 곁에서 지켜주지 못하고 바라만 본 것이 가슴 한 켠 씁쓸함으로 남는다"고 했다.
송강호 외에도 우 감독이 아끼는 또 한 명의 배우는 '이두환' 역의 김대명이다. '내부자들'의 고기자 역으로 출연해 우민호 감독과 인연을 맺었던 그는 이번 '마약왕'에서 이두삼의 사촌 동생으로 출연해 완벽한 약쟁이로 분했다. 우 감독은 "정말 잘해줬다. 그 뿐인가. 조우진 씨 역시 전작보다 더 센 캐릭터가 되길 원했고, 온 몸에 문신을 새겨 역대급 카리스마를 보여준 애정(?) 씬들이 너무 많았다. 배두나 씨와 송강호 선배님의 싸움 장면 또한 인상 깊었다. 평소 느낌이 국제적인 두나 씨는 로비스트 역할도 잘 맞았고, 화려한 의상 등 비주얼 적으로도 완벽하게 소화했다"고 배우들의 빛나는 열연에 박수를 보냈다.
'리어왕'으로 시작해 '오페라 아리아'의 결말로 주인공의 인생이 마감하는 과정처럼 그려내고 싶었다는 우민호 감독. "손익분기점은 맞추고 싶고…. 그래야 '남산의 부장들' 마치고 또 다른 작품이 기획되지 않겠나.(웃음) 이병헌·송강호 선배와 작업을 했고, '놈놈놈'(김지운 감독) 캐스팅 순서라면?(웃음) 언젠가 정우성 씨와 함께 작업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우 감독은 "무엇보다 '마약왕'은 배우 송강호의 힘이 있다. 그가 가진 정의로운 이미지에 익숙한 관객이 있는 반면, '넘버 3' '반칙왕'의 이미지를 그리워한 팬들에게 큰 선물이 되지 않을 까 싶다"고 했다.
송강호 외에도 조정석 배두나 김대명 김소진 이희준 조우진 윤제문 송영창 등이 출연한 영화 '마약왕'은 전국 극장가에 절찬 상영 중이다.
성진희기자 geenie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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