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수(사진)를 만났다. 인기 그룹 '엑소(EXO)' 멤버 디오(D.O)다. 가수활동도 바쁜데 영화를 또 찍었다. 천만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에서는 원일병으로 활약하더니 이번 '스윙키즈'(강형철 감독)에서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갇힌 '로기수', 북한군 포로로 분했다.
그가 주연한 '스윙키즈'는 수용소 안 4개국의 포로들이 모여 '스윙키즈'란 오합지졸 댄스단을 만들어 각각의 꿈을 향해 탭댄스 하나로 열정을 뿜어 내는 음악영화. 도경수는 영화촬영 수개월 전부터 탭댄스 연습에 열중했다. 그룹(엑소) 활동을 병행하면서도 쉬지 않고 배역을 위해 이를 악물고 노력했단다. "로기수의 밝은 모습이 저랑 닮았다.(웃음) 제가 가수 데뷔하기 전에 안무 연습을 했던 것처럼 말이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도경수는 전혀 엑소 멤버가 아니었다. 왁스로 한껏 멋을 낸 헤어스타일도 찾아 볼 수 없었고, 검정색의 두꺼운 뿔테안경에 마치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군인다운 모습처럼 수수하고 순진해 보였다. 5개월간 탭댄스 연습을 해왔다니, 엑소 활동하면서 무대에서 헷갈리지는 않았는지 궁금했다. "춤이 너무 다르다. 엑소 춤은 이미 몸에 밴 거라…(웃음) 연습실에서 탭 슈즈를 신고 따닥따닥 거리면 멤버들이 달려와 시끄럽다고 했다. 나중엔 탭댄스를 추는 제 모습에 가르쳐달라고 할 때도 많았다" 로기수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던 도경수다.
"처음 촬영장에 모인 배우들 모두가 몸치였다. '잭슨' 역의 자레드 그라임스와 절 빼곤 말이다.(웃음)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줬다. 그러면서 서로 경쟁도 많이 했는데, 1초에 몇 번의 스탭을 밟을 수 있냐. 네 번? 다섯 번? 이런 식으로 경쟁도 많이 했다"고 전한 그는 "탭댄스 보다 더 어려웠던 건, 로기수란 역할을 하면서 관객에게 어떻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억압 속에 진정 로기수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걸 제대로 발산해보자고 굳게 마음먹고 덤벼들었다"라고 했다.
그런 로기수를 당황케 한 장면이 또 있었으니…. 박해수가 맡은 '양판래'와 키스 장면이었다. "결코 로맨틱한 장면이 아닌, 아찔했던 기억이 난다.(웃음) 위에서 누군가가 내 머리를 밟아 양판래의 입술과 맞닿는 장면인데, 리허설을 굉장히 많이 했다"며 "무술감독님이 세세하게 완급 조절을 해주셨다. 오히려 로맨틱한 분위기가 앞섰다면 스윙키즈 멤버들의 탭댄스에 대한 열정이 식었을지도 모르겠다, 하하!"
춤과 노래 뿐만 아니라,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자랑했던 그다. "감독님과 맛집 찾아가는 게 좋았다. 둘 다 요리에 관심이 많다. 감독님이 그런 제게 칼도 선물을 해주셨다. 볶음밥과 생선조림을 그 칼로 직접 해봤다. 요리 잘하시는 어머니께 레시피 전수를 많이 받는데, 가수가 아니라면 아마 요리사가 되었을 것"이라고 도경수는 말한다. 요리 실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으니 "일본식 장어덮밥에서 영감을 얻어 요즘 멤버들에게 소고기를 활용한 오차츠케를 직접 해준다"고 했다.가수와 연기, 그리고 요리까지 그 세 가지를 늘 하면서 행복감을 느낀다는 도경수. "최근엔 거미 선배의 공연에 관객으로 가 힐링했다. 제가 좋아하는 가수가 노래를 불러주니 너무 좋더라. 요리사 자격증도 곧 도전할 것이다."
'스윙키즈'의 로기수로 몰입하기 위해 강형철 감독이 준 여러 종군기자 사진들을 많이 봤다는 그는 이번 영화로 음악적 선택의 폭도 크게 넓어졌다고 했다. "제가 자주 듣던 장르의 노래들이 아니었다. 영화가 완성될 무렵 그 삽입곡들이 너무 좋았다. 특히, 제 테마 곡인 '모던 러브'가 흘러 나오는 장면들, 가장 아끼고 싶다."
배우 도경수는 '마약왕' '아쿠아맨' 등 쟁쟁한 개봉작과 지난 12월 19일 '스윙키즈'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너무 신기하고 영광스럽다. 하지만, 다들 음악을 좋아하지 않냐.(웃음) '스윙키즈' 만큼 춤에 대한 요소가 많고, 다양한 음악이 묻어나는 한국영화는 드물다. 그만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마지막으로 그는 "탭댄스를 신이 나게 경험했다. 지금은 악기도 좀 다루고 싶다"며 "곧 기쁜 1월이 온다. 왜냐고? 데뷔 후 처음으로 6일간의 달콤한 개인휴가가 기다린다.(웃음) 앞으로 더 멋진 디오, 도경수가 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성진희기자 geenie623@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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