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美中 통상 패권다툼 `휴전`은 없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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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2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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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美中 통상 패권다툼 `휴전`은 없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예상과 같이 미·중 통상협상의 핵심쟁점은 '중국제조 2025'이다. 트럼프식 압박에 대응하기 어렵고 미국산 대두와 에너지 수입금지로 물가인상 등 국내 경제난을 겪고 있는 중국이 90일간 '휴전'을 받아냈으나, 미국의 중국제조 2025 폐기 요구에 적잖이 당황해 하는 듯 하다. 거기에다가 화웨이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이 이란 제재 위반으로 체포되면서 이래저래 중국은 불리한 상황에서 협상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와 에너지 수입을 재개하고, 미국산 차량에 부과하기로 했던 40% 관세를 15%로 낮추는 등 유화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중국제조 2025 용어 삭제나 중국제조 2025 일정을 10년 정도 늦춰 미국과 협상타결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 미국의 목표는 자국의 핵심기술 전수를 막아 중국의 기술굴기를 무력화시키는 것인데, 중국은 일정이나 포장을 일부 수정할 수 있어도 '중국제조 2025'의 핵심 내용을 폐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첨단산업에 대한 미·중의 경쟁이고, 국제정치학적으로 해석하면 패권경쟁이어서 한쪽을 만족시키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중국제조 2025는 시진핑 정부의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위한 핵심과제이고,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과 연계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는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밝힌 야심찬 대국민 약속으로, 2025년까지 중국을 인공지능(AI), 로봇 등 미래첨단기술 산업의 글로벌 리더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향후 10년여년 후 독일과 일본을 추월하며 최종목표 연도인 2045년에는 미국을 능가하는 첨단산업국가로 발전시키고, 미국에 대한 기술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산업발전전략이다.

14억명의 인구와 몇 년 후가 되면 미국보다 큰 내수시장을 가지게 될 중국은 기존 저가 공산품 생산대국에서 첨단 제조업 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중국제조 2025를 채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중국은 유인우주선, 중형항공기, 슈퍼컴퓨터 등 일부 분야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철강, 비철금속, 시멘트, 유리 등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에서 공급초과 설비 문제가 심각하고, 저생산성에다가 투입자원에 의존하면서 과다 에너지 사용과 환경오염, 인력 부족 등 사회경제적 몸살을 앓아왔다. 또한 대미국 무역수지흑자가 급증하면서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3년 차세대 지도자로 등극한 시진핑 주석은 낮아진 경제성장률을 '뉴노멀'(新常態)로 인정하고, 개방개혁정책 실시 이후 누적된 산업경제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으로 중국제조 2025를 제시한 것이다. 마침 이 시기에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추진했던 중국 견제정책에 대응해 일대일로를 대외정책으로 확정하고, 미국에 대한 기술 및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나라의 특수성과 비시장경제적 요소가 결합돼 중국제조 2025를 일반적인 산업발전정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미국의 시각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보고서에 '중국제조 2025'가 무려 116번이나 거론되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영기업은 여전히 중국 경제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 불공정한 방식으로 기술이전이 이루어지고 있고, 중국제조 2025 사업에 국영기업의 막대한 자금 지원과 매출을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세계 2위 경제국가가 불공정한 방법으로 산업발전 정책을 추진하지 말아야 하며, 차제에 중국의 경제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생각이다.

10년 연기로 미·중 통상마찰을 해결할 수 있다면 이렇게 미·중이 대결국면을 연출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은 협상을 통해 단기적으로 대중 수출을 유지할 수 있는 중국의 양보를 받아내고, 장기적으로 비시장경제 요소 철폐를 받아내 중국의 첨단기술굴기 정책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한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통상마찰 장기화로 불똥이 우리에게도 튈 수 있지만, 기업의 중국 리스크 대비 외 마땅한 대책이 없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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