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
![[포럼] 인간형 로봇 환상에서 탈피해야 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12/2018122002102669640002[1].jpg "[포럼] 인간형 로봇 환상에서 탈피해야 한다")
지난 12월 6일, 로봇포럼 출범식이 있었다. 앞으로 5개년(2019~2023년) 동안, 지능형로봇 개발 및 보급 확산을 위한 제3차 지능형로봇 기본계획을 만들기 위한 포럼이다. 그리고 10일,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위원회에서 더 구체적인 로봇산업 육성방안이 심의됐다. 산업부는 로봇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로봇산업을 4차 산업혁명의 첨병으로 육성하고, 2023년까지 로봇 전문기업 100개를 육성하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로봇산업에 특별히 큰 기대를 하고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강력한 로봇산업 육성 계획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노력은 무엇일까.
첫 번째, 지난 15년의 국가적 육성 노력으로부터 얻은 경험을 분석해야 한다. 그동안 기술개발을 위한 많은 노력을 했고 어느 정도 기술적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차별화된 핵심 경쟁력을 가지는 로봇산업을 만들어 내는 데는 충분하지 못했다.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함께 힘을 모아 일본과 미국을 따라가길 기대했지만, 그 노력의 긴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중국조차도 우리나라 로봇산업을 위협하는 수준이 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알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한다.
두 번째, 우리나라의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장기적 저성장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한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급격한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사회 전 분야에서 큰 변화를 요구한다. 로봇산업 관점에서 이 두 가지 정책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포함한다. 위기는 로봇산업의 고객인 제조업 시장이 위축될지 모른다는 것이고, 기회는 로봇을 새롭게 사용하려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많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제 환경과 동시에 고령화 등의 사회 환경에 대한 이해와 반영도 중요하다.
세 번째, 로봇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로봇화를 한다는 의미는 로봇의 지능 모션(Motion)을 활용해서 로봇과 작업을 위한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역할도 새롭게 주어진다. 이 공간에서는 로봇, 작업 도구, 주변장치 등이 결합하여 로봇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작업 대상물에 대한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로봇청소기는 작업 대상인 집의 바닥 구석구석까지 보낼 수 있는 지능 모션을 가지는 로봇과 청소기 기능이 융합되어 청소라는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시스템에 해당한다. 이처럼 로봇은 인간에게 '공간의 자유'라는 핵심가치를 제공하는 공간 기계(Space Machine)라고 해도 좋다. 이 공간 기계에는 다양한 작업이 결합할 수 있다. 국방 분야에서 로봇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로봇이 제공하는 가치로부터 매우 큰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로봇의 목적은 근거리 3차원 공간을 장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에서 그 곳에 가지 않아도 가 있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어떤 적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네 번째, 로봇에 대한 과장된 가치를 구분해 낼 수 있어야 한다. 로봇은 인간을 잠시 흉내 낼 수는 있지만, 인간을 대신하는 것 같은 가치를 제공할 수 없다. 최근 미국의 리씽크 로보틱스, 지보와 메이필드 로보틱스의 사업 포기, 그리고 일본 혼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의 중단은 인간을 흉내 내는 노력의 한계를 보여준다. 인간을 대신해 작업한다는 것은 인간 입장에서 본 해석일 뿐이고, 로봇 입장에서는 절대로 인간을 대신할 수준이 아니다. 인간에게 최적화된 작업은 로봇에게는 무척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로봇은 그들에게 최적화된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인간을 대신한다는 과장된 가치를 더 추구하지 않아야 비로소 로봇이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로봇산업의 업의 본질을 올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현재 수준의 로봇산업은 소비자를 위한 최종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산업이 아니고, 갑에 해당하는 고객 산업을 위해 존재하는 을의 산업이다. 로봇산업의 업의 본질은 로봇이 제공하는 공간의 자유를 활용해서 고객 기업의 경쟁력 강화이다. 이런 노력이 반복된다면 당연히 로봇산업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로봇산업의 경쟁력은 힘이 들어도 고객 산업의 경쟁력 뒤에 따라가야 한다. 이런 로봇산업의 업의 본질은 우리나라가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높은 파도를 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기존 제조업에서는 높은 효율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바이오, 의료, 헬스 분야의 신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현장에서는 효과를 높이는 혁신을 제공할 것이다. 로봇산업의 업의 본질에 충실한 계획이 만들어진다면 반드시 시간은 우리나라 편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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