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첫 방송 이후 케이블채널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극본 송재정, 연출 안길호,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초록뱀미디어)이 단 4회 만에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별한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AR 게임을 주요 소재로 하는 서스펜스 로맨스라는 독특한 장르는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송재정 작가만의 새로운 스토리가 안길호 감독의 세밀한 시선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스며들고 있다는 평가이다. 제작 당시부터 스페인 해외 로케로 주목 받았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서구적인 가톨릭 문화와 이슬람 양식이 혼재된 스페인의 고도 그라나다는 배경,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그라나다라는 단순히 아름다운 배경으로만 활용한 것이 아니라, 클래식 기타리스트를 꿈꾸며 스페인에 왔지만 몇 년 만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학교까지 그만두고 열심히 일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꾸려온 보니따 호스텔 주인 정희주(박신혜 분)의 12년 삶의 공간으로 표현했다. 안길호 감독은 그라나다의 곳곳을 세심한 시선으로 담아냈고, 이는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그라나다가 희주의 생활공간으로 보는 이의 마음에 차곡차곡 쌓였다. 또한, 희주가 매일을 살던 공간들이 유진우(현빈 분) 앞에서는 AR 게임이라는 마법이 일어나는 공간으로 그려지는 명확한 대비로 신비로움을 더했다.
또한, '알함앓이'를 하는 시청자에게 찾아보는 재미를 선사하는 건 게임과 현실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2회 방송 말미에 1년 전과 몰라보게 달라진 진우가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을 자세히 보면 안길호 감독이 숨겨놓은 장치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총격전으로 난잡해진 열차 칸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듯 자신만의 일상에 젖어있는 캐릭터들이다. 총탄이 날아드는 절체절명의 순간 평온하게 잠에 빠져있거나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장면이 게임과 현실, 동시에 존재하는 순간임을 알려준다.
3회에서 등장한 '카페 알카사바' 앞의 날씨 변화 역시 마찬가지다. 최양주(조현철 분)에 따르면 "항상 비가 오는 설정"이라는 게임의 설정은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 중 진우만 보고 느낄 수 있는 빗줄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게임에 접속한 진우의 시선에서 현실과 게임 속의 날씨 변화를 직접 조명함으로써 AR 게임의 특별함을 한눈에 알려준 것이다. 이어 배우 박신혜가 연기하는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여자 희주와 게임 속 매혹적인 기타리스트 엠마를 안길호 감독은 '카페 알카사바'의 창문 안팎으로 하나의 프레임에 담아내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게임과 현실이 교차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처럼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순간들 속에서 작품의 특별한 순간을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는 안길호 감독의 연출은 앞으로 남은 전개에서 어떤 마법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지원기자 cj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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