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는 'APEC 성명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미국은 역내 자유·공정 무역을 진흥하고 불공정 무역관행과 싸우는데 동의하면서 APEC 성명 초안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전면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돼있었다"며 "모든 국가들이 저마다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입장을 지지할 수 없었던 것은 불행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역내 어디에서건 불공정 무역과 싸우는데 헌신하고 있다. APEC은 역내 프리미엄 경제포럼으로서 자율보고 공정하며 호혜적인 무역의 이상을 계속 진전시켜 운동장을 평평히 하고 모든 근로자와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APEC에 건설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APEC 정상회의에서 무역 등 국제 현안을 놓고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했다. 펜스 부통령 역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를 깎아내렸다. 양국의 갈등은 APEC 정상회의 성명 채택 불발로까지 이어졌다. 공동성명 채택이 불발된 것은 1993년 첫 회의 이후 처음이다.
양국이 날 선 공방을 이어가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에도 먹구름이 잔뜩 끼는 분위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의 이견 차가 드러났다며 "이달 말로 예정된 양국의 G20 회동이 더 큰 압박을 받게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이날 "수출 통제는 민감한 미국 기술을 지키는 노력의 핵심"이라며 미래기술의 수출 규제를 골자로 한 규정 개설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상무부는 수출관리규정(EAR)에 따라 통제목록을 만들어 안보와 직결된 부품의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EAR는 미국의 국가안보나 대외정책에 해를 끼친다고 판단되는 외국 기업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사실상 중국의 '기술 굴기'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의 기술 굴기를 사실상 최대 안보위협으로 경계하고 있으며 화웨이, ZTE, 푸젠반도체 등 중국 기술기업에 유사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JP모건 자산운용 글로벌 시장전략가 한나 앤더슨은 "향후 6개월 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 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투자자들은 양국의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