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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과학정책, 5년마다 흔들어서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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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과실연 명예대표
[시론] 과학정책, 5년마다 흔들어서 되겠나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과실연 명예대표
정부는 탈원전 기조에 따라 얼마 전 새만금에 2022년까지 10조 6천억원을 동원해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단지와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하였다.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20%를 재생에너지로 채우기 위한 것이다. 지난 30년 간 새만금을 환황해권 경제거점으로 발전시키려 연구해온 사람들은 갑작스런 변화에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탈원전 기조는 바로 원전 폐쇄로 나타났다. 내년 원전 현장 인력양성, 원전 부품 연구개발 사업 등의 예산이 제로인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60년 간 선진기술을 배워온 원전 전문가들은 지금 세계 최고수준인데, 이제는 중동, 중국 등에 스카웃되고 있고, 해외유출은 가속화된다. 대학생도 유학을 떠나고, 올해 2학기 카이스트 원자력학과 지원자는 제로다.

미국 정부는 최근 50년만의 달 탐사를 최우선과제로 정하고, 우리나라에 NASA 우주정거장 건설의 참여를 제안했다. 정부는 아직 입장정리 중이라 한다. 2025년에 달 탐사선 보내기로 한 지지난 정부, 무리하게 5년 앞당기겠다고 한 지난 정부, 반대로 2030년으로 미룬 현 정부의 모습에, 우주과학 전공 교수는 "상당부분 기술을 확보한 사업을, 규모도 작은데 정책마저 오락가락하니 기술을 축적할 수 없다"며 한숨 쉰다.

정부는 국방 관련 연구개발에서도 최근 남북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며, 대공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기로 했다. 신성장 동력이던 방위산업계의 매출, 수출도 급감하고 있다. 우리의 8대 주력 제조업도 3년 안에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는데, 그 중 제일 강한 반도체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는 3년 사이에 절반으로 줄었고, 석·박사 인력도 크게 줄었다. 한편 중국은 반도체 설계를 비롯한 IT 인재들을 빼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5년 단위로 바뀔 때마다 정책기조가 달라졌다. '과학기술중심사회', '녹색성장', '창조경제', '탈 원전'이라는 정책 변화와 임기 내 성과, 사업화 요구에 연구자들은 반복적으로 당황스럽고 힘이 빠진다. 연구개발은 장기적으로 매달려야 하는데. 5년 단위로 프로젝트 자체가 갑자기 축소, 외면당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남겠는가?


고대 그리스의 수학, 과학, 철학과 사상 등 근본적인 원리와 진리를 추구했던 정신은 오늘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당장의 실용성만을 강조하고 이론적인 지식을 경시했던 로마는 모방적인 보잘 것 없는 이류 문화를 낳았을 뿐이라고 평가받고 있음은 역사적 교훈이다.
정부가 바뀌면, 부처 책임자가 단기간 머물며, 많은 경우 개인적 경험 중심으로 '보이기 정책'들로 흔들어 놓고 떠난다, 그 후에는 누가 책임지나? 이에 따른 엄청난 손실들은 계산조차 안 한다. '성공적 정책'이란 정부나 부처 책임자가 바뀌어도 지속되는 정책이다. 정책 책임자들은 겸손하게, 새로운 정책이 과연 앞으로 정부가 바뀌어도 살아남게 될지를 진지하게 숙고하는 신중함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새로운 정책으로 임기 내 성과 보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원전·우주·국방 등 내공이 쌓인 기존의 연구 영역들도 지속적으로 독려해야 한다. 어떠한 영역이라도 전문성이 높은 과학기술 엘리트들에 쌓여지는 내공은 국가 역량의 원천이 된다. 다음 정부 아니면 그 다음 정부에서 바로 이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과학기술 투자의 전략적 목표다. 특히 기초연구는 장기적으로 몰입하게 하는 '지속적 안정성'이 핵심요건이다.

우리의 다음 세대는 2017년 국제 수학, 물리 올림피아드에서 1위일 정도로 대단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을 위해서도 기초연구를 비롯한 다양한 연구영역에서 안정적으로 역량을 마음껏 펼쳐나갈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형성해나가야 한다. 미래를 위한 연구는 긴 안목에서의 지속성을 중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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