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DNA 키우던 곳에서 건설 역군으로
지난 6일 경기도 인천 남동구 논현로에 위치한 LH인천지역본부에서 만난 심권호씨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였던 심권호씨는 대학 때부터 LH 소속이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 등 세계 무대에서 메달을 휩쓸며 작은 거인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그는 2010년 은퇴 후 레슬링 DNA를 키워왔던 LH에서 건설 역군으로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그가 LH 부장으로 근무할 수 있게 된 계기는 18년 전인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 사장님과의 약속 덕분이다.
심 부장은 "LH로 합병되기 전 소속이었던 주택공사 시절, 스포츠단 소속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탁월한 성적을 거두면 포상으로 승진하는 제도가 있었다"면서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당시 사장님께서 금메달을 따면 부장으로 승진시켜주겠다고 한 것이 현재의 자리까지 올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에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합병하면서 LH 소속이 된 뒤 2010년 위례사업본부에 자리가 있으니 본격적으로 회사 관련 업무를 배워서 맡아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그렇게 건설업에 입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심 부장은 8년 전을 회상하면서 "30년간 운동만 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건설업에 와서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매일 출근하면 하는 일이 직장 동료들에게 질문하는 일이었지만 다행히 좋은 동료를 만나 궁금증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현재처럼 건설 역군으로 활발히 활동할 수 있게 됐다고.
위례사업본부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을 물어본 그에게 돌아온 답변은 흥미로웠다. 대동여지도를 그린 김정호처럼 위례신도시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지금은 위례신도시가 많이 변해서 어떨지 모르지만 당시에는 지도만 봐도 어디에 뭐가 있는지 다 알 정도로 곳곳을 걸어서 안 다녀본 곳이 없다"고 말했다. 줄자 하나에 의지하면서 3∼4년간 일주일에 두세 번씩 발로 뛴 결과물이라고.
이외에도 그는 위례에서 근무할 당시 민원이 많고 힘들었지만 또 자신을 알아 봐주는 민원인들이 보상 업무를 원활히 처리하고 가기도 해 뿌듯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현재 인천지역본부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다. 인천본부에서는 경영지원부 부장으로 사회공헌과 주거복지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그는 어떤 건설인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절실하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건설인이 되고 싶은 게 꿈"이라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