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NAFTA 개정에서 美 협상전략을 읽어야 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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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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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NAFTA 개정에서 美 협상전략을 읽어야 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트럼프 대통령은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에서 요긴하게 활용하였다. 이란 및 시리아와 같이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형성했던 국가에 대해 적용했던 통상안보규정인 232조를 이용해 NAFTA 협상을 미국 입맛대로 타결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순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32조 발동을 검토할 당시에만 하더라도 일본 한국 독일 등 미국의 우방국에 대해 통상안보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구상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미국과 갈등을 빚던 중국은 각종 무역구제 조치로 미국에 대한 철강 수출길이 사실상 막혀 있었다.

무기를 만드는데 철강이 기초 소재이므로 철강에 대해 232조를 적용한 것은 그런대로 수긍할 수 있지만, 미국 내에서 연간 천만 대 이상 생산되고 있는 자동차에 232조를 적용하겠다고 언급하자 주요 수출국들은 미국의 의도가 무역불균형 해소보다 대중국 견제의 일환임을 파악하게 되었다. 철강과 알루미늄으로 우방국들에게 일단 겁을 주었고 자동차에 대한 232조로 트럼프 대통령은 우방국의 반발을 단번에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미국에 버티던 유럽연합(EU)이 갑자기 꽁지를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공격적인 모드로 NAFTA 협상에 임했던 미국은 시간이 갈수록 캐나다와 멕시코의 협공에 힘이 달렸다. 캐나다 트뤼도 수상은 협상 개시 전에 100 차례의 이상의 대책회의를 통해 분야별 전략을 착실하게 마련했고, 멕시코 역시 캐나다와 공조하여 미국의 부당한 요구를 일축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끔 협정 파기를 거론하면서 미국 협상단에 힘을 실어주고자 했지만,캐나다와 멕시코의 배짱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자동차 232조를 활용하여 상대국의 협상전선을 전격적으로 흩뜨렸다.

232조를 적용하여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멕시코 역시 손을 들었다. 순해진 멕시코를 상대로 미국은 지난 8월 27일 양자간 협상을 타결했다. 미국은 멕시코에게 자동차 232조 적용 면제와 더불어 향후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현재 2.5%에서 인상 시 원산지기준 미충족 물량의 일부(자동차 160만대, 부품 1080억달러)에 대해 특혜 관세 적용 조건까지 합의했다. 여기서 특혜관세는 현행 2.5%이다. 이미 세계무역기구(WTO)를 무력화시킨 미국이 WTO 양허관세를 일방적으로 올릴 것으로 멕시코에게 언급했을 것이고, 멕시코는 공세에서 수세로 돌아서지 않을 수 없었다.

자동차 역내 부가가치를 75%로 높이고, 역내산 철강과 알루미늄을 70% 이상 사용해야 하며, 미국 수준의 임금(시간당 16달러 이상)을 받는 근로자가 생산한 부품을 40% 이상 사용해야만 무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아주 복잡한 조건까지 수용했다. 미국은 232조 카드를 자동차와 부품이 멕시코의 대미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상황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멕시코의 지나치게 왜곡된 무역구조가 이번 협상에서 결정적인 취약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멕시코와 협상을 타결한 후 NAFTA에서 캐나다를 배제할 수 있다고 미 통상당국이 슬쩍 흘리자 캐나다의 공세는 얼마안가 꺾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나긋나긋해진 캐나다를 상대로 미국은 멕시코와 협상 타결 한달 후 NAFTA 개정협상을 마무리했고 협정의 명칭을 기존 NAFTA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변경했다.

또한 USMCA 3국은 서한(side letter) 형식의 부속서를 통해 자동차에 대한 232조 발동 시 캐나다와 멕시코산 자동차, 경량트럭 및 부품을 일정 물량 만큼 면제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산업과 무역추이를 감안해 미국이 협상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지만, 캐나다와 멕시코로서는 232조로 인한 부담을 상당부분 덜어낼 수 있게 되었다.

자동차 외에 중국을 겨냥한 비시장경제 국가 체결 금지, 일몰조항, 환율 규정, 디지털 무역 등 많은 내용이 추가되었지만, USMCA를 통해 미국은 자국의 자동차 산업 보호에 최대 목표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USMCA가 발효되면 국내 자동차 업계는 더 어려워질 것이고, 위기론이 더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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