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환율 10년來 최고 수준
채권 발행으로 환율 안정 노려
무역戰 금융까지 확대될지 촉각
채권 발행으로 환율 안정 노려
무역戰 금융까지 확대될지 촉각
달러당 7위안은 시장의 심리적 경계선으로 여겨진다.
중국이 본격적인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미·중 무역전의 전선이 금융시장으로 확전될지 주목된다.
31일(현지시간) 인민은행은 오는 7일 홍콩에서 총 200억 위안(약 3조2654억 원) 규모의 중앙은행증권(Central Bank Bill)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행되는 중앙은행증권은 3개월물과 1년물로 각각 100억 위안씩 총 200억 위안 규모다.
채권 발행으로 환율 안정을 꾀하겠다는 의도다. 전날 중국 역내 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장중 달러당 6.9741위안까지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지난 2008년 5월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위안화 환율은 오전 10시 15분 현재 달러당 6.97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위안화 가치 하락이 계속될 경우 대규모 자본 이탈이 일어나 중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중앙은행증권은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일종의 단기 채권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인민은행이 중앙은행증권을 발행하면 홍콩의 위안화 유동성을 흡수함으로써 역외 외환 시장에서 위안화 절상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인민은행이 공개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최근 위안화 안정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고 있다. 성쑹청 인민은행 참사는 전날 한 금융 포럼에 참석해 "인민은행이 손을 써야 할 때는 손을 쓴다"며 "반드시 그래야 하는 때라면 외화보유액을 이용해 환율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외환관리국장인 판궁성 인민은행 부행장도 지난 26일 "중국은 위안화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외화보유액을 확보하고 있다"며 "변동성 국면에 대처하는 풍부한 경험과 다양한 정책 수단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 방어에 나선 또 다른 이유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담판을 앞두고 미국에 추가적인 공격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미국은 계속해서 중국을 향한 압박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날도 미국은 자국의 주요 항공기술을 빼내려 한 혐의로 중국인 10명을 무더기 기소했다. 이들 중에는 중국 국가안전부 장쑤성 지부 소속 두 명의 정보 장교도 포함돼 있다. 미국이 중국인을 스파이 혐의로 기소한 것은 지난달 이후로만 벌써 세 번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담판이 무산될 경우 12월 초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미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경제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각종 경제 지표는 일제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2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예상치(50.6)와 전달(50.8)의 지수에 못 미치는 수치다. 미·중 무역전쟁 충격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무역전쟁 완화가 절실한 중국이 미국에 추가적인 공격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당분간 적극적으로 환율 관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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