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비핵화 앞선 남북관계, 국제고립 부른다

[시론] 비핵화 앞선 남북관계, 국제고립 부른다
    입력: 2018-10-22 18:09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과
[시론] 비핵화 앞선 남북관계, 국제고립 부른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과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국가 순방을 보면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는 북한 방문을 제안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유력지인 르피가로는 문 대통령을 "불굴의 의지를 지닌 인물"로 평가했다. 사실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 비핵화를 위한 초인적인 일정과 지극 정성어린 진정성에 웬만한 사람이라면 탄복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으로부터 견제가 들어왔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이 자신의 '승인' 없이는 대북제재 완화를 할 수 없다고 결례가 되는 용어를 써가면서까지 단호하게 말했다. 뒤이어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는 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우선을 두고 있는데 남북관계와 비핵화는 동시에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미국은 실질적 비핵화 조치 없이는 제재 완화는 없으며 남북한 협력관계가 성급히 진행되는 것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남북한 관계와 비핵화의 연계성에 관한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 과정을 보면 비핵화 문제는 남북한 관계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북한은 미국의 위협 때문에 핵과 미사일을 개발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한반도에 개입하고 한미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한국안보 때문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남북한 관계가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북한 핵은 한미 양국은 물론 일본까지도 위협하게 되어 한반도문제를 한층 깊게 국제문제화 시켰다.

한국의 딜레마는 주변 국가들과는 달리 북한을 완전히 비핵화 시키더라도 남북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남북문제는 북한의 핵무장 이전부터 발생한 것이고 정치적 이념적 분쟁이 근본 요인이기 때문에 상호 간의 화해 협력 없이는 전쟁 위험이 상존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한국정부는 비핵화와 더불어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미국 등 주변국들은 비핵화만으로도 자국들의 사활적 국가이익을 실현시킬 수 있지만 한국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한 관계와 비핵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한국의 국가이익을 위해서는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이라도 우선적으로 진행해서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에서 김정은은 종전선언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대북제재 일부를 완화해야 미국이 원하는 핵 목록 제출 등을 할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북한은 미국의 상응조치 없는 핵 목록 제출을 백기투항으로 간주하고 있다.

다시 교착상태에 빠질 것 같은 상황에서 그리고 미국의 압력을 에둘러 피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시키려 했던 것이다. 또 남북 간의 고위급 실무회담을 통해 관계개선의 고삐를 당겨 비핵화 협상을 촉진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이 비핵화에 우선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나쁠 것은 없다. 단 남북관계 개선만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면 국제적 고립을 면할 수 없고 관계개선도 성공적일 수 없다.

어차피 비핵화가 순탄치 않은 장기간의 복잡한 과정과 절차라고 인정한다면 인내심을 가지고 주도면밀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왕왕 조급함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르피가로지가 "트럼프와 '장군님'의 로맨스가 갑자기 파경을 맞게 되면 문 대통령은 모든 실패의 희생양이 되고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우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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