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금이 보수정치 마지막 기회다

[시론] 지금이 보수정치 마지막 기회다
    입력: 2018-10-18 18:16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시론] 지금이 보수정치 마지막 기회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국정감사의 계절이 돌아왔다. 언론에서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비리나 문제, 실정이나 방만 경영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일부 상임위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고성을 내며 서로 다투는 모습도 보인다. 비록 곱게 보이지는 않으나 시끌벅적한 이 모습이 사실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견제와 균형이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한쪽이 독주한다면 그것은 곧바로 자의적 국정 운영으로 연결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지난 2년간 한국의 보수정치는 국민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집권 여당으로부터는 모든 악의 근원인 적폐세력으로 몰렸고, 보수 유권자들조차 보수정당에 등을 돌렸다. 이는 온전히 보수정당과 보수정치인들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신들이 만든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는데도 어느 한 사람 책임을 지고 사죄와 함께 정계를 떠난 사람이 없다. 그저 눈치만 보면서 진보좌파에 의한 일방적 국정 운영에 들러리만 섰다.

진보좌파의 현실을 외면한 정책 추진 결과, 일자리는 사라지고 경제는 파탄 지경에 몰리고 있으며, 오로지 세금으로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만 늘려 미래 세대의 부담만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평화가 왔다면서 북한의 비핵화는 별 진전 없는데도 국제사회의 제재를 약화시킬 여러 제안을 쏟아내고 있다. 진정한 평화가 온다면 다행이지만 북한의 선의에 의존한 평화를 믿지 못해 불안해하는 국민이 많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보수우파는 여전히 한줌도 안되는 극단적 지지자에 의존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저울질하고 있다. 만일 이 나라와 국민이 어려움에 빠진다면 그 일차적 책임은 국정을 맡은 진보좌파가 져야겠지만, 이들을 견제해야 할 보수우파세력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건강한 견제를 통해 국정의 균형을 잡아야 할 보수우파의 능력 상실은 대한민국 발전의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고, 그로 인해 국민은 상상을 넘어선 큰 고난을 겪어야 할지 모른다.

지난 10월 8일, 자유한국당 가치좌표 재정립 소위원회가 새로운 보수가치와 좌표를 발표했다. 소위원장을 맡았던 필자는 지난 2개월간 다양한 활동을 통해 탄핵 이후 갈 길을 잃은 보수정당이 지향해야 할 좌표와 방향을 고민해 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위원회는 큰 국민·작은 국가, 힘찬 성장·공정 분배, 튼튼한 안보·당당한 평화, 따뜻한 공동체·준비된 미래라는 4대 모토 아래 도덕성을 중심에 두고 자유와 민주, 공정과 포용이라는 4대 기본가치를 그대로 가져가되, 하위 가치로서 핵심가치와 혁신가치를 각각 6개씩 선정하였다. 이 가치들을 실천하는 3대 원칙으로 책임성, 진정성, 투명성을 제시하였으며, '우리의 믿음'이라는 제목으로 11대 강령을 선정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보수우파의 가치가 진보좌파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를 13개 분야에 걸쳐 비교적 관점에서 제시하면서 활동을 마감하였다.

이에 대한 평가는 예상했던 대로 싸늘하다.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보수정치의 역사 속에서 진정 새로운 가치나 좌표가 있을까? 그보다는 보수몰락의 근본 원인인 도덕성 회복을 중심에 두었다는 점과 앞으로 이러한 내용이 어떻게 실천되어 가느냐가 이번 보수가치 재정립의 핵심이다. 그래서 보수가치 재정립은 보수혁신의 시작이지 결코 끝이 아니다. 보수정치의 재정립은 스스로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자각과 행태의 변화, 그리고 참신한 보수정치인의 등장을 통해 환골탈태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기대를 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지 가치와 좌표를 재정립했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이 보수정치의 마지막 기회라는 점이다. 지금 일어나지 못한다면 2020년 총선에서 보수정치는 철저하게 버림받을 것이다. 개헌 저지선 확보에 실패하여 진보좌파세력에 의한 일방적 개헌을 막지 못할 것이고, 그로 인해 헌법정신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본 원칙을 지키지 못할 것이다.

지금 작은 이익을 모두 버리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아니면 다음 총선에서 국민에 의해 버림을 받고 이 나라의 사회주의화를 지켜볼 것인가. 선택은 보수정치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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