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시설물 단순 유지보수가 전문직?
한국도로공사가 비정규직 직원에 대한 정규직 전환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수백명의 한국도로공사 지능형교통체계(ITS) 관련 용역업체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공사가 이들을 정규직에서 제외한 이유는 고도의 전문직이라는 이유였다.
16일 한국도로공사에서 10년간 유지보수 용역직으로 근무했다는 A씨에 따르면 A씨를 포함한 5명의 직원의 주 업무는 고속도로 CCTV 영상표출상태, VMS 문안표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카메라 앞에 거미나 이물질이 있으면 고소차도 없이 15m의 폴을 오로지 안전끈 하나로 의지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닦아야 한다.
주 업무 외에도 시설물 주변 삭초 정리, 함체 클리닝, 새집.벌집 제거 , 페인트 덧칠 , 고장부품 택배 보내기 등으로 하루를 보낸다. 이외에도 공사 직원의 자녀 통원이나 교회 업무까지 도맡아왔다고 주장했다.
A씨를 포함한 용역 직원들은 복지도 상당히 열악하다. 아이가 아파 휴가라도 쓰려면 한 달 전에 미리 허가서를 공사 교통팀장에 문서로 제출해야 된다. 그나마도 용역 업체에서 대체해줄 사람이 없으면 휴가를 갈 수 없다. 당연히 교통팀장이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휴가는 무산된다.
이들이 이렇게 일을 해 받는 돈은 2000만∼3000만원 수준이다. 업무적인 면에서나 급여면에서 고도의 전문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추진한 것이라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 중앙컨설팅팀으로부터 검토받은 뒤 가이드라인에 따라 (ITS 유지보수 직원에 대해) 고도의 전문직으로 지정한 것"이라며 "용역 업체 직원 중에서 지극히 일부만 공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들을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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