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낙영 칼럼] 기업이라는 이름의 일자리 비상구

서낙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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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낙영 칼럼] 기업이라는 이름의 일자리 비상구
서낙영 논설위원
9개월 연속 실업자 100만명. 최근 우리 사회를 옥죄는 고용절벽 시대의 현주소다. 언제 '마이너스 고용'에 진입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일자리 비상사태다. 부동산을 잡겠다던 정권에서 주택가격이 폭등한 것처럼, 일자리 확대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감소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문 정부는 지난 해 5월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청와대 집무실에 상황판까지 설치하며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지 않았던가.

세계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는 것도 아니다. 올 하반기 이후 미국과 중국간 무역갈등이 폭발하며 실물경제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지만, 큰 흐름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이어진 오랜 경기침체의 늪에서는 한 발짝 빠져 나왔다. 특히 미국은 완전고용 상태의 실업률을 보이며 경기과열을 걱정하며 금리를 올리고 있을 정도다. 올해 벌써 세 번이나 금리를 올렸고, 채권 전문가들의 전망을 보면 오는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럼에도 우리는 통계청이 발표한 9월고용동향에서 보듯 고용 재앙의 압박을 온 몸으로 받고 있다. 실업자 100만명 시대의 고착화마저 우려된다. 여기에 신규 취업자수는 지난 7월과 8월 각각 5000명과 3000명에 불과한 재앙 수준이었고, 9월 신규 취업자가 추석특수에 따른 단기 일자리 증가로 전년 보다 4만5000명 증가하며 최악을 면했지만, 고용절벽 기조는 그대로다. 경제성장 전망은 갈수록 안 좋아지며 일자리의 근간이 되는 소비와 생산, 투자는 개선될 조짐이 없다. 신흥국발 금융위기의 공습 우려에 가계부채와 부동산이라는 양면의 날에 마주한 기준금리 결정 등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이쯤되면 정부는 그동안 끊임없이 야당과 민간에서 제기돼온 경제정책의 대전환에 나서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다. 1년여 넘게 일자리 확대를 최우선 목표로 했음에도 결과가 이렇다면 접근방법을 바꿔야 한다.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누가 뭐래도 기업과 시장이다. 기업과 시장에서 답을 찾아야 근원적 구조개선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은 그동안의 경제사가 말해주지 않는가. 우선 정부는 시장을 자신의 입맛대로 바꿀 수 있다는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유 시장의 감시자와 조정자에 그쳐야 한다. 직접 개입해 최상의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유혹을 떨쳐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동원해 단기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최근의 발표는 눈을 의심케 하는 하책이다. 길어야 6개월에서 1년짜리 단기 알바, 이른바 '체험형 인턴' 5000개를 만든다고 이것이 일자리 확대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보는지 되묻고 싶다. 고용재앙이 이어지는 통계를 반짝 좋게 만든다고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가.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관제고용은 끝이 좋을 리 없다. 6개월 혹은 1년 후 인턴들은 다시 실업으로 내몰릴 것이 명확하다. 지금도 정규직 전환 갈등이 공공기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노노갈등만 더욱 부추길 뿐이다.

근원적인 일자리 정책은 경제구조를 나아지도록 개선하는 것이고, 그 힘은 기업과 시장을 움직이는 '친기업·친시장' 정책에 있다. 얼마 전 문 대통령이 한 반도체 대기업 현장을 찾아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건 결국 기업"이라고 말했다. 일자리를 바라보는 시각의 의미 있는 전환이다. 경제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곧바로 좋아질 수는 없지만, 꼬인 경제정책의 흐름은 바뀔 수 있다. 최근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기업 경영권 방어제도인 차등의결권을 기술력있는 창업벤처기업을 대상으로 도입하겠다고 한 것도 기대를 갖게 하는 변화의 시작이다.가정도 집안이 안정돼야 바깥 일에 힘을 쏟을 수 있듯, 기업도 경영권이 안정돼야 본연의 연구개발과 새로운 일에 대한 투자에 전력을 다할 수 있다.

여기서 그치지 말아야 한다. 막혀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을 정착시키고, 규제혁파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의료민영화 논쟁으로 7년이나 묶여 있는 서비스산업발전법은 물론이고, 신산업 관련 SW산업융합법 등 고용확대가 눈에 보이는 법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시민단체를 비롯한 문 정부의 지지자에게도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 일각에서 지지자로부터 미움을 받을 용기가 필요하다는 고언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기업이 마음껏 투자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야말로 고용절벽 시대의 근원책이다. 기업이라는 이름의 일자리 재앙을 타개할 비상구에 불을 밝게 켜야 한다.

서낙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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